1만6242 걸음! 최근에 가장 많이 걸은 숫자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도 운동은커녕 하루에 5천 걸음도 겨우 채울까 말까한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세계 차 없는 날’을 맞아 운동 제대로 했다.
9월 22일은 전 세계 1천여 도시가 함께하는 ‘세계 차 없는 날’이다. 1997년 프랑스 항구도시인 라로쉐에서 처음 시작된 이날은 1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자동차를 타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환경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는 각종 캠페인이 전 세계에서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 및 각 지자체 주관으로 매년 ‘친환경 교통주간’이 개최되고 있다. 자가용 이용을 일주일에 단 하루만 줄여도 연간 온실가스 494.5kg이 저감되고, 34만7694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하는데 ‘번거롭고 귀찮고 캠페인은 캠페인일뿐’ 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꽤 많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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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을 끼고 있는 동네 행궁동은 생태교통마을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
그래서 친환경 생태교통을 실천하고 있는 주민들이 피부로 느낀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원 화성이 자리한 행궁동 일대는 ‘생태교통마을’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2013년 무려 한 달 동안 이곳 주민들은 차 없이 대중교통과 친환경 교통수단만을 이용하는 생태교통 실험에 성공했다. 행궁동 40여 년 토박이 임인선 씨에게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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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40여 년 토박이 임인선 씨. |
그는 “처음엔 생태마을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주민들의 항의도 꽤 있었어요. 그런데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무엇보다 동네가 깨끗해졌어요. 차 없는 거리를 만들며 골목길 옛길도 복원하고 마을 작은 귀퉁이마다 쌈지공원도 만들기 시작했죠” 라고 말문을 열었다.
“시와 함께 마을 주민들이 모여 어떻게 계획을 실천하고 협력할 것인지 숱하게 논의를 펼쳤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동네 혁신을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뛰어놀기 시작하고, 주민들끼리 자주 만나고 사람들이 모이고, 마을에 생기가 더해지기 시작했어요” 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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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에는 생태교통마을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전달하는 알림판이 자리하고 있다. |
수원 시내지만 원도심인 이곳 마을에 초등학교는 유일하게 딱 1곳이다. 생태교통마을 실험 이전까지 90명에 그쳤던 전교생 숫자도 2배 이상 늘어났다.
함께 대화를 나눈 또 다른 주민은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차가 없어지고 나니 마을 어느 곳에서도 예쁜 화성 성곽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또 평소에는 익숙해져서 알지 못했던 매연 냄새도 실험이 끝나자 집 창문을 열기 어려울 만큼 확연히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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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차 없는 날을 맞아 행궁동에서 특별한 탈 것들이 선보였다. |
한 달의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은 2013년 실험에 성공한 뒤 새로운 도전들을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마을에 들어선 커뮤니티센터와 골목박물관은 2013년 주민들의 열정과 환경의 이야기를 전시할 뿐 아니라 생태교통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생태교통 교육을 실시하고 미래 꿈나무들에게 환경 교육을 전달하고 있다. 지역에서 보행환경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매달 마지막 주, 차 없는 마을을 2013년 이후로 꼬박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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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생태교통 커뮤니티센터와 골목박물관 내부 |
생태교통 커뮤니티센터를 방문한 손님만 1만여 명! 지자체들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곳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 방문객이 많다고 한다. 생태교통마을에서는 앞으로 차 없는 마을 횟수를 더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모든 것이 처음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점차 익숙해지기 마련이죠. 처음엔 차를 어떻게 대고 살지 그랬는데 이제 차 없는 마을 횟수를 늘렸으면 하잖아요. 지금까지도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해요. 생태교통 효과로 지역문화까지 바뀌고 있는걸요” 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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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통마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전거 주차장. |
생태교통마을 당시 신설했던 자전거 택시는 아직까지도 화성 관광의 재미있는 즐길거리로 남아있으며, 마을 공유자전거는 수원시 전체 공유자전거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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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통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남긴 그림들. |
건강에 좋으니까, 환경에 좋으니까 하루라도 자가용 사용을 줄이며 걷자고 열심히 설명한 활자를 읽을 땐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이 생태교통마을에는 가득했다.
자가용 사용을 줄이니 생겨나는 이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개개인의 삶에서부터 마을의 가치와 지역의 문화까지 바꿔나가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여전히 이곳에서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