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4일, 아침부터 어머니는 분주했습니다. 큰일을 치루는 동생을 깨우고, 새벽에 정성스레 만들었던 도시락을 가방 속에 넣었습니다. 혹여나 전자기기를 넣었을까 하는 마음에 가방을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모든 어머니의 마음이 그랬을 겁니다. 그날은 바로 동생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 고사장은 수험생과 부모님, 후배들의 응원으로 시끌벅적했고 동생은 묵묵히 들어갔습니다.
고사장에 가봤더니 제가 치뤘던 4년 전 수능이 떠올랐습니다. 수험장에 들어가는 동생을 응원하며 결과에 상관없이 수고했다고 손잡았습니다. 국어와 수학, 영어, 한국사와 선택과목까지 모두 마친 시간은 오후 4시. 장장 8시간의 시험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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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고3 학생들은 시험이 끝난 후 본격적인 정시모집이 시작되는 12월 말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남습니다. 떠버린 시간 속 허송세월을 보내고 술과 담배를 배우기도 합니다. 형의 입장에서 동생이 좋지 않은 길에 빠지도록 할 순 없죠. 형제가 오랜만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험생들에게 무료·할인 입장 같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동생과 함께 찾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수험생에게 기획전시 무료관람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또 고등학교 3학년 학급 단위를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품 탐색 교육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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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함께 즐긴 문화생활. 올해 수능 한국사 1번 문제에 나왔던 빗살무늬토기도 보고, 다른 시험에서 나왔던 문화유산들도 관람했습니다. 몇 년 만에 찾은 국립중앙박물관이라 더욱 새로웠습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덕수궁과 경복궁. 현재 4대 고궁과 종묘, 조선왕릉 및 유적관리소는 내년 2월 말까지 만24세 이하 수험생과 시민에게 역사의 숨결을 배울 수 있도록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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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
동생은 수험생, 저는 24세 이하 시민이라 무료로 덕수궁과 경복궁에 입장했습니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쐬며 스트레스를 한껏 날려 보냈습니다.
점심으로는 수험생 할인을 이용해 수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동생과 함께 밖에서 밥을 먹은 지도 오래됐는데 형제가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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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할인으로 먹은 햄버거. |
이외에 국립민속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국악원도 수험생을 대상으로 특별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오는 12월에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2019 공예트렌드페어’는 무료입장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또 프로스포츠 경기도 수험생을 대상으로 무료 혹은 대폭 할인 혜택을 준비했습니다. 프로배구는 수험표 제시 시 구단별로 30~50% 할인과 무료입장 혜택을, 프로농구는 수능일부터 시즌 종료까지 구단별로 일반석과 홈경기 무료입장, 특별석 50% 할인을 마련했습니다. 형제가 농구를 좋아하는데, 이 기회에 동생과 농구도 관람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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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표 할인 받은 영화 티켓. |
수능 끝난 동생과 보냈던 알찬 하루. 동생은 ‘문화로 스트레스를 날렸다’며 즐거워했는데요. 동생처럼 저도 문화로 즐거운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항상 영화를 챙겨봤습니다. 매달 한 번씩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죠. 또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어렸을 적 꿈꿨던 ‘스키선수’의 꿈을 조금이나마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 공공도서관까지 거리가 멀었는데, 집 앞에 작은도서관이 개관하며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종합체육관도 생겨 좋아하는 배드민턴도 자주 칠 수 있고요. 다음 주말에는 동생과 배드민턴도 쳐야겠습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즐겼던 문화. 저와 제 동생이 문화로 힐링했듯이, 쉼 없이 달려온 수험생 여러분도 ‘문화’로 스트레스를 날려보자고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런 사회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