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자칫 ‘폐지 대란’이 일어날 뻔했다. 아파트에서 버리는 폐지에 불순물이 많아 재활용업체들이 분리수거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중국이 폐지 수입을 거부하면서 폐지 매입 가격이 kg당 거의 절반으로 떨어지고, 분리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버리는 폐지가 많다 보니 사단이 난 것이다. 다행히 정부의 중재로 수거 거부는 철회됐지만,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폐지 수거 거부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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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게시판에 종이 상자에 깡통, 비닐, 음식물 쓰레기 등 오물이 많이 포함돼 수거를 중단할 수 있다는 공고문이 붙었다. |
내가 아파트 입주자 대표로 4년간 아파트 일을 해보니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았다. 매주 분리수거 날이면 경비원들이 폐지 속에 버려진 쓰레기를 골라내느라 골치를 앓았다. 기저귀, 닭 뼈, 꽃바구니 등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 걸 보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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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배출 된 종이상자 안에 스티로폼, 음식물, 비닐류, 꽃바구니 같은 쓰레기를 같이 버리는 주민들이 많다. |
환경부에서 폐지 수거 거부 사태를 계기로 올바른 ‘종이류 재활용 분리수거 안내’란 전단을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다. 분리배출 방법을 국민들이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폐지로 배출하면 안 되는 품목은 영수증, 전표, 금박지, 은박지, 비닐 코팅지, 음식물이 묻은 종이, 벽지, 부직포 등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물에 젖지 않는 종이는 비닐이 함유된 것이니 종량제 봉투에 담아 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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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서 종이류 재활용 방법을 안내하는 리플릿을 제작해 배포했다. |
최근에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및 배달음식의 양이 많아졌는데 택배 상자를 버릴 때는 포장에 사용된 비닐 테이프와 택배 송장을 제거하고 분리배출 해야 한다. 스프링노트의 철제 스프링도 제거하고, 책이나 노트 표지의 비닐코팅 커버 등도 빼고 버려야 한다. 폐지를 분류할 때 골판지류와 신문지, 책 등만 제대로 분류해도 폐지의 질이 아주 높아진다.
폐지도 종류에 따라 재활용 쓰임새가 다르다. 종이상자는 다시 종이상자로, 신문지는 신문이나 광고지, 계란판 등으로, A4 용지 같은 흰 종이는 화장지나 인쇄용지 원료로 재활용된다. 잘 분리해서 배출할수록 활용도가 높아져 폐지 수입량이 줄어든다니 폐지만 잘 배출해도 애국하는 셈이다.
동네 고물상을 찾았다. 사장님이 산더미처럼 쌓인 폐지에서 골라낸 쓰레기가 한쪽에 모여 있다. 포장용 비닐과 끈을 제거하지 않은 박스가 수북하다. 그래도 이 정도는 양반이다. 아기가 싼 똥을 그대로 버린 기저귀, 치킨을 먹고 남은 뼈, 피자를 버린 피자상자 등 음식물 쓰레기가 곰팡이 핀 채로 종이 사이에 뒤섞여 있다. 포장용 테이프는 업체에서 일일이 제거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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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에 포장용 비닐테이프를 제거하지 않은 박스가 수북이 쌓여 있다. |
폐지 외 다른 물품들의 분리배출 방법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4가지를 요약하면 ‘내용물을 비운다-깨끗이 씻는다-상표와 라벨을 분리한다-재질별로 수거함에 넣는다’이다.
또 분리수거에서 중요한 것은 재질의 형태이다. 유리, 플라스틱, 철 등의 재질을 같이 버리면 재활용이 힘들다. 특히 음료수나 주류의 병 안에 있는 담배꽁초나 이물질은 제거한 후 버려야 재활용할 수 있으니 병 안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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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씻고-상표분리-재질별 분리가 분리수거의 기본이다.(사진=환경부 영상 캡쳐) |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 폐가전제품 무료 수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전화(☎1599-0903)나 인터넷(http://www.15990903.or.kr)으로 수거를 신청하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수거해간다.
선풍기, 전기밥솥, 청소기, 가습기 등 소형 가전제품은 재활용품과 함께 배출하면 아파트에서 모아 수거가 가능하다. 단 장롱 등 폐가구, 전기장판, 피아노와 같은 악기는 수거 대상이 아니다. 폐가구는 시군구 홈페이지 ‘대형폐기물’ 코너에서 분리배출 신고를 하고 스티커를 프린트해서 부착 후 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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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전제품 무료 수거 가능 목록. |
미국을 여행할 때 신기하게 생각하던 게 있다. 미국은 분리수거란 개념이 특별히 없어 모든 쓰레기를 한곳에 버린다. 쓰레기와 환경만 따지면 1995년 시작된 우리나라의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가 미국과 비교해 훨씬 선진국인 셈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자원 재활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