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자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조카들은 신나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휴대폰으로 게임도 하고, 늦잠도 자고 자유 시간을 더 오래 누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틀이 지나자, 다니던 학원과 학습지 등에서 줄줄이 휴원 문자가 왔다고 했다. 밖에 나가기 힘들어지자 조카들은 서서히 힘들어했다. 오전 근무를 하는 새언니가 잠시 없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운동장에 가고 싶다’, ‘친구들과 놀고 싶다’며 보채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교육부가 개학 연기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 결손 예방을 위해 지난 10일 온라인학습통합지원플랫폼 ‘학교온(On)’(http://onschool.edunet.net/)을 개설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학교온은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기간 동안 교사가 온라인 학습을 지도할 수 있도록 방법과 콘텐츠를 안내해주는 사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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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모든 학교의 개학이 연기된 가운데 교육부는 ‘학교온’ 플랫폼을 개설했다.(사진=학교온 홈페이지) |
학교온 사이트에 올라온 각종 온라인 학습활동들에 대해 조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함께 홈페이지를 경험해봤다. 홈페이지 첫 화면은 ▲ 오늘은 뭐하지? ▲ 콘텐츠 찾기 ▲ 학습활동 아이디어 ▲ 시도교육청자료 ▲ 온라인 학급방 개설·활용법 등 5가지 메뉴로 구성돼 있었다.
‘오늘은 뭐하지’ 메뉴에서는 학교별, 학년별로 매일 새로운 학습활동을 제공했다. 수학, 과학, 미술, 체육, 영어 등 과목도 다양했다. 초등학교 5학년 코너를 누르니 영상을 보며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을 리코더로 불러보고 펭수를 따라 체력을 길러주는 실내 운동법을 제공했다.
정규 교과 외에도 ‘학습활동 아이디어’ 메뉴에서는 독서, 학습 습관, 건강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조카는 코로나19 응원 메시지 보내기 코너를 선택했다. ‘힘내요 대구·경북’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 다음 직접 코로나19 응원 메시지를 작성해보는 체험활동을 흥미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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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조카가 ‘학교온’ 홈페이지에서 펭수와 함께 하는 코로나19 응원 메시지 영상을 보고 있다. |
인기 캐릭터인 펭수가 코로나19 응원 메시지를 소개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4학년 조카는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는 건 답답하지만 빨리 종식돼서 학교에 가고 싶다. 고생하시는 의사 선생님 힘내세요!’라고 적었다.
그런가하면 19분가량의 역사 동영상을 보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영화를 통해 알아보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운동’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코너였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미션도 있었다. ‘보는 내내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다. 책으로 읽는 것보다 더 슬펐다’고 소감을 적기도 했다.
3일 정도 꾸준히 ‘학교온’ 홈페이지 자료들을 살펴본 소감을 들어봤다. 초등학교 4학년 박지원(11) 군은 “오늘 뭐하지 코너로 매일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아 하루하루가 덜 지루했고, 잠시나마 학교에서 공부하는 기분도 들었다. 내일은 어떤 과목과 미션들이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박샛별(9) 양은 “펭수가 나와 코로나19 건강법을 알려줘서 흥미로웠다”며 “요리, 운동 등 흥미로운 코너들이 많아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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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용 과학 코너에서는 천연 탄산수와 인공 탄산수 구별하는 방법 등 엉뚱하지만 유쾌한 동영상도 제공했다. |
이밖에도 ‘온라인 학습방 개설·활용법’도 유익한 코너 중 하나이다. e학습터, EBS 온라인 클래스, SNS를 활용해 학급방을 만들고 운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콘텐츠 찾기’는 메뉴명 그대로 학습에 도움될만한 콘텐트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교사들이 제작한 놀이학습 플랫폼 ‘함께 놀자’와 초등 온라인 가정학습 플랫폼 ‘학교가자’ 등 관련 사이트 설명과 링크도 담겨져 있었다. ‘함께 놀자’ 사이트를 개설한 경기시흥 능곡초 김형태 교사는 “기존에는 학습, 놀이 사이트를 일일이 들어가봐야 했다”며 “이번에 ‘학교온’ 통합 사이트가 개설되면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번거로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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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하지?’ 초등학교 6학년 코너에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관련한 글과 관련 동영상이 링크로 담겨져 있었다.(사진=학교온 홈페이지) |
한편,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과 협의회를 구성해 단위 학교의 온라인 학습 지원 현황을 확인하고 보완 사항을 지원할 계획이다. 학교는 휴교 기간 동안 학습 결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학기 담임을 배정하고 온라인으로 학습을 지원하도록 했다.
아울러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우수사례도 공유, 확산할 계획이다. 각 지역에서 독서프로젝트 ‘집콕’, 유튜브 라이브 학습 등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 학습 지원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례들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