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여전히 느껴지는 생경함이 있다. 학창 시절, 신학기에 적응할 때 받았던 그 묘한 낯섦 때문이리라. 내게 3월은 항상 개학이 떠오르는 달이었다.
사상 초유였다. 개학이 4월로 연기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바다. 코로나19는 여기저기서 ‘첫’ 상황을 가져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생활 속 방역인 ‘새로운 일상’을 만들도록 당부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갑갑했다. 집콕이 취미였던 아이들조차 슬슬 지루한 기색을 보였다. 배부른 소리 같지만, 무한한 휴식도 지친다는 걸 알게 됐다. TV가 조용해서 보니, 낙으로 삼던 축구조차 코로나19로 미뤄진 상황이었다. 여하튼 개학이 연기된 만큼 새로운 방안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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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 없는 4월 개학이 발표됐다.(출처=KTV) |
어차피 조급해봤자 해결될 일은 없다. 대신 우리에게 적합한 ‘새로운 일상’이 무엇일까 궁리했다. 자칫 무기력해질 아이들 습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해답 아닐까. 온라인 학습이나 영상에 살짝 지쳐버린 우리가 만든 ‘새로운 일상’은 진로 탐색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 진로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걸 깨달았다.
현재 우리나라 직업 종류는 1만개가 넘고 매해 늘고 있다고 한다. 증가하는 직업 수와 달리 사그라지는 개개인의 장래희망 속도는 무척 빠르다. 찾아보니 교육부에 좋은 사이트가 많았다. 축구에 푹 빠졌다가 출구를 못 찾은 아이에게 축구 대신 축구에 관련한 직업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 커리어넷(www.caree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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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넷의 첫 화면.(출처=커리어넷) |
‘커리어넷’에서는 직업 및 학과 정보를 다양한 콘텐츠로 만나게 된다. 초·중·고, 일반인 등 대상별로 구분돼 있으며, 진로심리검사, 진로상담이 무료인 점은 솔깃하다.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건 진로심리검사와 진로카드였다. 당장 검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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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진로 관련 검사를 무료로 이용하 수 있어 좋다.(출처=커리어넷) |
아이가 직접 검사를 해본 결과 공간 감각에 재능이 있다고 나왔다. 예전에 관심을 가졌던 건축 관련 직업이 나오자, 아이는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는 직업에 대한 ‘나의 노력’을 작성할 수 있으며, 관련 학과 및 자격증, 검사 후 활동 방안까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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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같은 진로카드로 할 수 있는 여러 활동 등을 다운받을 수 있다.(출처=커리어넷) |
진로카드는 즐기면서 체험하기 딱 좋다. 마치 진로 버전 타로카드 같다. 3가지로 나뉜 카드와 관련된 활동지와 워크북 및 게임판 등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이 카드 놀이는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잡아준다. 학부모, 학생 모두 만족 시키니, 도대체 몇 점을 줘야 할까?
◆ 원격영상 진로멘토링(http://mentoring.career.go.kr/school/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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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영상 진로멘토링 안에서 스포츠 직업을 찾아보니 멘토만 15명이 넘었다.(출처=원격영상 진로멘토링) |
사이트를 들어가는 순간, 재미있겠다 싶었다.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은 다양한 분야 전문 직업인과 학생들이 쌍방향 수업을 할 수 있다. 취지도 좋다. 도서 벽지 및 농어촌 소재 학교 등 진로 체험 기회가 적은 학생들을 위해 진로 체험을 확대한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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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궁금해 하던 국가대표 유니폼 디자이너가 설명해주고 있다.(출처=원격영상 진로멘토링) |
아이가 축구에 관심이 많아, 우선 스포츠를 검색해봤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며 야구 하나에도 수많은 직업이 있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역시 스포츠만 15개 관련 종사자가 멘토로 등록돼있었다. 지나간 수업도 다시 들을 수 있고, 수업 요청도 상황에 따라 가능하다니 꽤 알찬 듯싶다.
◆ YEEP(www.yee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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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EP 의 첫 화면. 좀 더 활발해지면 다시 가봐야겠다.(출처=YEEP) |
YEEP은 초·중학생을 위한 창업체험교육 누리집이다. 마침 3월 17일, 누리집이 개편돼 더 흥미로워 보인다. 새롭게 ▲ 시장분석 ▲ 온라인사업설명회 ▲ 가상크라우드펀딩 ▲ 가상마켓이 생겼다. 학급이나 동아리 친구들과 시장을 분석해보고, 사업설명회와 투자도 하며 가상 화폐인 나뭇잎으로 시장에서 경험을 해보면 재밌을 듯하다.
또한 매년 열리는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도 나갈 수 있어, 미래 창업가를 꿈꾼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지금은 개편된 지 얼마 안 돼 단장 중이지만, 플랫폼을 알게된 것 만으로도 큰 소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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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택한 새로운 일상은 조금 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긴 시간 버티면서 슬슬 느슨해져가던 차였다. 사실 방심할 때,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확 퍼지는 법 아닌가. 코로나19가 끝날 듯 끝나지 않은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지친다 해도 조금만 달리 보자. 이번 사태를 통해 바이오 의약품 전문가를 꿈꿀 학생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4월에는 건강하고 힘차게 교문을 열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