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한복이었을까 아님 배냇저고리부터였을까. 우리나라 전통 옷인 한복은 줄곧 우리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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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주간 남원 전시.(사진=KCDF 제공) |
내 경우만 봐도 그렇다. 어렸을 적, 명절 날 친척 집에 한복을 입고 가면 칭찬을 들어 계속 한복을 고집했다. 물론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기엔 아직 이른 나이였다. 자연스레 커가면서 색동저고리가 예뻐 보이다가, 또 언젠가부터 어른스럽다며 단색 저고리를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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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에 대한 자긍심은 스스로 느껴야 하지 않을까. |
그렇게 한복과 함께했지만 정작 한복을 제대로 느끼게 된 건 외국에서였다. 요즘과 달리 그 때는 우리나라 거리에서 한복을 자주 볼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외국에 가면서 한복은 가져가야 할 것 같아 엄마 한복을 빌려 트렁크에 넣었다.
학교 행사 날, 하늘거리는 한복을 선보였을 때, 외국 친구들 열띤 반응에 내가 더 놀랐다. 한복을 치마, 저고리로 알고 있던 친구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주며 내심 뿌듯했다. 칭찬을 마지않던 친구들은 기숙사로 놀러 와 번갈아 한복을 입어보며 사진을 찍었다. 나 역시 다른 나라 전통 의상을 입어보니, 한복이 편하고 예쁘다는 걸 깨달았다. 입기 간편했고, 품이 넉넉해 숨 쉬고 걷는데 수월했다. 그리고 살포시 날리는 치맛단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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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봄 한복문화주간 포스터.(출처=문화체육관광부) |
4월 9일부터 18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에서 ‘2021 봄 한복문화주간’을 진행하고 있다. ‘한복문화주간’은 2018년부터 매년 10월에 개최해 왔는데, 올해는 작년 10월 수해를 입은 참여 지자체의 요청으로 봄과 가을 2회 개최한다. 이에 경북 경주시, 서울 종로구, 전북 남원시 등 전국 7개의 지자체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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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주간 남원 전시, 미술관에 온 한복 - Dialogue, 상춘곡.(사진=KCDF 제공) |
다양한 온, 오프라인 행사도 진행한다. 서울에서는 4월 9~18일까지 명동 등 시내 영화관 3곳에 ‘한복사랑관’을 운영, 한복을 입은 선착순 1000명은 한국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4월 13~ 25일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케이팝 X 한복’ 전시회를 개최한다. 방탄소년단, 오마이걸, 지코 등 한류스타가 입었던 한복 25벌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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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문화주간’ 기념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시구를 한 모모랜드.(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이미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걸그룹 모모랜드가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한복을 입고 시구를 하기도 했다. 서울은 물론 전국 7개 지역에서도 패션쇼와 사진관, 체험 행사, 그림 공모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각 세부 프로그램은 한복문화주간 누리집(http://www.hanbokweek.com/)을 확인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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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진흥센터 인스타그램에서 여러가지 이벤트를 열고 있다.(출처=한복진흥센터) |
비대면 온라인 행사도 못지않다. 이미 3월에는 ‘봄 한복문화주간’ 계기로 ‘한복한 일상-한복 고쳐 입기’ 행사를 진행했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사연은 추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니 기대가 된다.
지난 삼일절에도 영화관에서 한복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개최하고 한복 마스크 등을 선사했다. 이 행사는 한복진흥센터 유튜브(www.youtube.com/officialhackr)에서 시청할 수 있다. 현재는 외국인 한복 사진 투표를 통해 경품을 주는 이벤트 등을 열고 있다. 또 온라인 한복상점에서는 신규 가입 회원을 대상으로 쿠폰 행사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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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주간 남원 전시.(사진=KCDF 제공) |
이번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이것저것 살펴보니 자연스레 한복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둥글고 넓은 소매는 주머니 역할을 하며 작은 소지품을 소지할 수 있고, 저고리나 두루마기 등의 깃 위에 좁게 다는 흰색의 긴 헝겊인 동정은 떼내고 부착하기 쉽게 돼 있다.
체형 커버에도 그만이다. 넓은 어깨를 좁게 보이게 하고 굽은 등은 펴 보이게 해준다니 솔깃해진다. 춘향이를 비롯한 옛 조상들의 고운 선과 고고한 맵시는 한복에서 더해지는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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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을 수놓은 주머니. 한복 천을 사용해 더 예쁘다. |
점점 한복은 우리에게 한층 더 가까이 와있다. 작년부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국민참여혁신단을 하면서 공예에 관심을 두게 돼 그런지, 한복 자투리로 만든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는 한복 천이나 오래된 한복을 머리끈이나 주머니, 마스크, 장식품, 컵 받침 등으로 만든 걸 보면 가벼운 데다 고급스럽고 화사하다. 새활용으로 이만한 게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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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사라져 곳곳에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
코로나19로 궁궐이나 거리에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못 봐 아쉽지만, 한복은 또 다른 곳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얼마 전 돌을 맞은 조카도, 올해 25개교로 늘어난 한복 교복 학교 학생들도 한복을 입고 있다. 또 종로구 직원들은 매월 둘째 주 화요일 등에 한복을 착용하거나,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한복 입기 좋은 날’로 정해 자율적으로 한복 입기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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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공예대전에서 만난 한복 전시. |
우리나라 사람이 한복에 관심을 두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우리 문화를 정확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더 이상 특별한 날이 아닌 365일, 우리 일상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찬찬히 느껴보면 좋겠다. 올해 한복문화주간 슬로건 역시 ‘한복을 일상처럼, 일상을 한복처럼(Everyday as Hanbok , Hanbok as Everyday)’이다.
한복문화주간 누리집 : http://www.hanbokweek.com/main/index.php
한복문화주간 X 한복상점 누리집 : https://www.hanbokexpo.com/main/index
한복진흥센터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ackr.official/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