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주요 포털을 뒤덮은 사건이 있었다. 부산세관에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필로폰을 적발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기계에 숨겨 밀반출하려던 대량의 필로폰을 확보했고,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는 것이었다. 9월의 끝자락, 대한민국 전 국민의 1/4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적발한 부산본부세관 수사팀을 찾아 그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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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앙동에 위치한 부산본부세관 외관. |
정책기자로서 다양한 부처의 취재를 경험해왔지만, 범죄와 관련된 취재를 할 때면 괜스레 긴장이 앞선다. 시간의 흔적이 군데군데 보이던 외관, 겉보기에는 꽤 작아 보였지만, 내부는 다소 크고 복잡했다.
2층 조사국은 전체 87명이 근무하고 있고 부산본부세관 중 마약을 전담하고 있는 곳은 조사2관 수사1팀과 2팀 총 10명이라고 한다. 이번 인터뷰에는 조사2관의 팀장과 이번 마약 사건에 많은 기여를 한 주무관이 함께했다.(수사관 신분상 개인정보가 최대한 제한됐다)
우선 단연 관심이 많았던 이번 마약 적발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팀장은 호주연방경찰과 미국 세관으로부터 한국에서 선적된 항공부품 헬리컬 기어 화물에서 마약이 적발되었다는 첩보를 제공받은 후 멕시코에서 수입한 헬리컬 기어가 국내에 남아있을 거라 추정해 신속하게 팀을 꾸려 헬리컬 기어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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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에 선적된 헬리컬 기어를 발견했던 당시의 사진. |
범인은 수사팀의 추적을 피하려고 수차례에 걸쳐 타인 명의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차량 바꿔치기를 진행했다며, 한여름 더위와 폭우 속에서도 혹시 모를 조직적 탈취에 대비해 중무장한 채 밤낮으로 범인을 기다렸던 때를 회상했다.
힘들었던 이야기도 잠시, 이번에 적발된 404kg의 필로폰 가격은 약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호주로의 반출이 막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한다. 만약 그랬다면 국가적 손실이 컸을 텐데 사전에 이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책임 의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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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컬 기어가 담긴 박스들이 수송차량에 실려있다. |
이번 적발 사건에 많은 기여를 해 부산본부세관 최초로 특진을 한 주무관은 “이번 국내 마약 적발은 부산본부세관 전체는 물론 국가정보원, 부산지검과의 협력, 국제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며, 앞으로도 국내외 관계부처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국내 마약 유입 차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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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 담겨있던 헬리컬 기어. 항공기나 선박에 들어가는 부품이라고 한다. |
팀장은 현재 대한민국 세관은 마약 탐지견은 물론 이온 스캐너와 같은 첨단 과학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검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세관에서는 마약류를 비롯한 주요 물품에 대한 위험 관리 및 관련 정보 공유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우범국가 화물과 고위험 대상에 대해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있고,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 수집과 분석을 강화하고 있어 대한민국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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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된 헬리컬 기어 중앙에 필로폰이 가득 차있다. 총 404kg이 넘는 무게다. |
부산본부세관 수사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행에 가담한 범인을 잡았지만, 아직 해외에서 잡히지 않은 주범은 물론, 범행에 관련된 조직까지 모두 검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계속 하고 있는 수사팀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우리 사회에서도 마약과 관련된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과 관련해 주무관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우리나라도 특정 계층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마약을 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라며, 마약은 한번 손대기 시작하면 중독성이 강해 끊을 수 없는 만큼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팀장은 이에 더해 외국에서 마약을 접할지라도 국내에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약을 접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호기심에 접할지라도 초기에 자진 신고하고 마약 중독 관련 치료와 재활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두 직원 모두 세관은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위험을 일선에서 지키는 ‘수호자’라고 이야기하며,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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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적발된 마약이 진열되어 있다. 실로 많은 양이 아닐 수 없다. |
현재 자신들은 마약 범죄를 전담하여 수사하고 있지만, 세관 전 직원 모두 자신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신고 정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마약 범죄, 하지만 대한민국 세관은 그 이상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주말, 새벽 할 것 없이 현장으로 출동해야 하기에 긴장감을 가진 채 근무해야 하고, 많은 노력을 들였음에도 성과가 없어 허탈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일선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보이지 않는 위험과 맞서고 있다.
“모든 범죄가 그렇지만, 특히 마약 범죄는 평생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고,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선 안 됩니다. 마약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막대하지만, 무엇보다 나와 내 가족에게 되돌릴 수 없는 후회만 남게 됩니다.” - 2021.9.27. 부산세관에서
정책의 수혜자이자 옵저버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