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한민국 농업박람회가 9월 5일부터 9월 8일까지 aT센터 제1, 2전시장에서 열렸다.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진행된 농업박람회는 2019년부터 시작되어 올해 6번째를 맞이한다. 이번 2024 농업박람회 주제는 ‘농촌, 공간을 디자인하다’로 농업과 농촌의 현재 모습과 미래 비전을 다뤘다. ‘농업과 삶’, ‘농업의 도전과 미래’, ‘활기찬 농촌’, ‘색깔 있는 농업’ 총 4개의 테마로 구성된 주제관에서는 농업의 중요성과 농업의 혁신 등에 대해 다양한 체험 공간과 정보를 관람객에게 제공했다.
사전등록자들은 농업박람회 개최 하루 전 문자로 받은 QR코드를 통해 현장 등록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나는 총 4일간 진행되는 행사 중 7일 토요일에 방문하였고, 오전에 도착했음에도 수많은 관람객과, 관람객을 맞이하는 다양하고도 활발한 부스를 볼 수 있었다.
QR코드를 찍고 입장하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겨준 것은 이번 농업박람회의 슬로건과 농(農)이라는 한자. 이 작품은 2024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의 상징 조형물로서 농업에 담긴 깊은 의미와 미래 비전을 표현하고 있다. 어두운 공간에서 홀로 밝게 빛나는 ‘농(農)’자는 농업의 근본적 중요성을, 옆에서 바라봤을 때 나누어진 획들은 농업의 다양한 가치와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농업이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우리 사회와 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농업과 삶 주제관 중 쌀 홍보관에서는 우리 쌀의 다양한 종류와, 쌀을 이용한 간편식 등을 소개했다. 흥미로웠던 쌀 형태 중 ‘가루쌀’이라는 형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해당 품종은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쌀의 종류를 말한다. 가루쌀은 물에 불리지 않고도 쉽게 빻아 사용할 수 있는 쌀가루 전용 품종으로서 가공 과정에서 오폐수 발생이 적다는 점에서 친환경적 식품 원료이기도 하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 산업을 육성하고, 전국 30여 개의 유명 제과점이 사업에 참여해 가루쌀을 활용한 베이커리 신매뉴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런 시류에서 가루쌀은 앞으로 더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부스에서는 가루쌀 제분 시연과 가루쌀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고운 가루쌀의 입자를 만져보고 가루쌀을 활용해서 만든 식품 종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농업관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각각 프로그램의 체험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으로 다양했고 반려식물 가드닝키트 체험, 반려 식물 심기 체험, 모히또 만들기 체험 등 식물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이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국산 밀과 콩을 활용한 제품을 홍보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두부, 된장, 콩나물 등 콩을 원료로 한 식품 재료뿐 아니라, 콩을 활용한 화장품과 과자 및 라면 등의 스낵류도 전시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누에의 색이 흰색인 것과 달리, 파란색, 분홍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의 누에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현장 안내요원에게 누에의 색을 변형시킨 방법을 묻자, 누에들이 먹는 사료에 식용 색소를 넣어 누에의 색을 변형시킨 것이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곤충산업관 내 한 부스에서 안내요원이 굼벵이로 만든 술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 술빵이 굼벵이로 만든 것이라 하자 놀란 표정을 짓는 관람객들이 많았으나, 일반적인 술빵의 모양에 한 입 맛본 사람들은 모두 곤충을 활용한 요리란 것을 모르겠다며 만족스러운 평을 남겼다.
국내 1호 곤충요리 연구가인 송혜영 박사의 고소애로 만든 고소애딸기잼떡볶이도 볼 수 있었다. 고소애는 밀웜의 식용 시판명을 말한다.
현장에서는 떡볶이 외에도, 굼벵이로 만든 막걸리 술빵, 귀뚜라미 및 고소애로 만든 쿠키를 맛볼 기회가 있었다. 실제로 곤충을 활용한 요리를 시식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용기 내서 시도해 본 결과, 내가 알고 있던 원래의 음식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미래의 대체식품으로서 곤충을 활용한 요리가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데, 사람들의 입맛과 건강을 모두 챙긴 음식이라면 곤충 요리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이나 부담감도 많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농업문화관 한쪽 편에서는 한국인삼협회 부스에서 아이스크림에 인삼 가루를 뿌려 관람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인삼의 우수성과 이를 토대로 한 인삼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응원의 포스트잇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작성하고 아이스크림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에서 진행하는 부스에서는 친환경 카페를 운영하여 유기농 식품을 전시하고, 유기농 배, 비트, 감귤, 사과를 활용한 음료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나누고 있었다. 다회용기에 지급된 음료는 카페 한쪽에 마련된 다회용기 반납함에 반납해야 했다.
화훼관에서는 다양한 꽃과 식물들을 가지고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가방을 예쁜 꽃으로 가득 채운 에코플라워백을 제작하고 있었다. 화훼관 체험 프로그램은 홈페이지 사전 접수로 선착순 신청 가능했으며, 추가적인 현장 접수는 불가능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은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농산업혁신관에서는 자율주행으로 작동되는 농기계를 볼 수 있었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 보급 문제로 인해 농기계들도 인력을 대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단순히 인력 대체에 그치지 않고 농업의 디지털화와 기술의 발전에 발맞춘 첨단 농업기계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GPT 서비스를 활용해 농업 관련 질문에 답하는 어플을 직접 깔아보고 질문을 해보면서 농업 분야와 디지털의 융합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산업도 동시에 성장했다. 최근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에 육박하며 앞으로의 반려동물 관련 산업 및 반려인 문화는 더욱 발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농업박람회의 반려동물관에서는 반려동물의 식품과 관련해 그 행태를 볼 수 있었다. 강아지를 위한 음식이지만 사람들이 먹는 전, 김밥, 꼬치 등의 형태를 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반려동물에 애정을 가지고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짐에 따라 반려동물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식품에도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영양도 챙기고 비주얼도 챙기는 상품들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넛팜으로 재배되는 식물들의 성장 환경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물들은 오묘한 보라색 불빛을 받으며 동그란 도넛 모양처럼 생긴 장치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스마트팜의 일종인 회전식 수경재배 기계인 도넛팜에서 식물들은 건강 위생성이 확보되고, 사물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이터 처리와 환경 조절 과정을 거치며 고품질 상태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농업이 현재 가고 있는 길과 추구하는 가치,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스마트팜 관련 전시 부스에서는 스마트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과, 스마트팜에 관련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스마트팜 내 식물들은 적절한 온도와 바람, 습도가 조절되는 환경에서 변수가 많은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받을 필요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1층 관람을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가자마자 미래농촌 사생대회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1층에서는 4개의 주제관 중 ‘농업과 삶’, ‘농업의 도전과 미래’에 속하는 부스들이 대부분이었고, 위층에서는 ‘활기찬 농촌’, ‘색깔있는 농업’ 부스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해당 사생대회의 주제는 ‘내가 살고 싶은 미래 농촌 마을’로서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였다. 대한민국의 미래세대인 초등학생 아이들은 이상적인 농촌 마을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현재 세대들에게 앞으로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찾아가는 농촌 왕진버스 부스에서는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및 진드기 예방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활발한 농촌 활동이 이어지는 가을과 곧 다가오는 추석 연휴를 맞아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요즘, 진드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진드기 기피제를 제공받았다. 최근 3년간 진드기 물림으로 발생하는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부스에서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최선의 예방책은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라 강조하며, 예방 방법 및 의심 증상 발생 시 의료기관 방문을 권고했다.
새로운 형태의 농촌 주거 모델인 타이니 하우스의 내부 구성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타이니 하우스는 아주 작은 집이라는 뜻으로 농촌 거주 시 간소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집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4도 3촌’(주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촌에서)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의 활성화를 통한 농촌 빈집 문제 해결, 농촌 노동 인구 증가를 위해 고안된 새로운 집의 형태다. 내부에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에너지원 공급, ESG 개념을 활용한 주거 문화 등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개념을 접할 수 있었다.
지구식단이라는 카피로 잘 알려진 풀무원도 이번 농업박람회에 참가했다. 해당 부스에서는 고기 요리를 대체하는 식물성 대체 식품들과 밀가루를 대체하는 두유면 등의 지구식단과 풀무원의 콩 가공 기술을 활용해 만든 식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다양한 이벤트와 시식 코너 등을 함께 진행하며 많은 사람들이 부스에 몰려 많은 인기를 얻었다.
K-FOOD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음식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K-푸드 열풍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CJ제일제당의 글로벌 대형 브랜드 ‘비비고’, 김치의 활용과 재해석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서울시스터즈’, 기존의 꽈배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트랜디한 K-디저트 꽈배기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봉땅’ 등 다양한 국내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들을 활용해 전 지구의 입맛을 사로잡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체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와 농협이 협력해 우리 농축산물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곧 추석인 만큼 명절과 연관된 할인 행사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할인판매 기획전은 농업박람회 공식 누리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종류의 식료품들이 할인판매가 되고 있었다.
농업박람회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평소 잘 몰랐던 분야인 농업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지식을 쌓아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농업도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흐름에 맞춰 더 적합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계속해서 찾아나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던 좋은 방문 경험이었다.
농업은 임업, 축산업, 수산업 등과 함께 1차 산업으로 분류된다. 1차 산업은 모든 인류의 성장과 함께 시작됐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새로운 산업이 발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1차 산업이 전체 경제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농업은 인간의 삶 중 ‘식’ 분야에서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이고, 역사적으로도 가장 근본적인 산업이라 볼 수 있다. 이번 2024 농업박람회에서는 농업의 1차 산업적인 측면인 역사, 기본적인 생산방식뿐 아니라, 4차 산업 시대인 현재의 기술을 결합하여 발전해나갈 농업의 미래도 예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