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라 조금은 선선한 바람에 창문을 열고 주행하던 중, 코너를 돌다 튀어나온 전동 킥보드에 순간 내가 아는 육두문자가 모두 튀어나왔다.
지금이야 불쾌했던 순간이었다며 조금은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급브레이크를 밟은 후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정말 놀랐었다.
차가 잘 다니지 않는 늦은 새벽, 어두운 옷을 입고 헬멧도 쓰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역주행 중이던 전동 킥보드.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해당 구역이 어린이 보호구역이었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전 집중력이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는 점이 사고를 막아준 것 같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사례를 겪은 운전자들이 많을 것 같다.
그나마 최근에는 교통사고 관련 채널이 많아졌고, 보행자 보호 의무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어린이보호구역과 골목길에서의 사고가 다소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이하 PM)의 대중화는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가 종종 애용하는 바이크 앱. 주정차와 관련된 사항을 강조하면서 지자체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함께 전하고 있었다. (출처 = 카카오T 앱)
우연의 일치처럼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 온 안내문에도 올바른 PM 이용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공유 전동 킥보드 등 일정 자격이 필요한 이동장치를 이용할 때 법에 저촉될 수 있으니, 지도가 필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개인적으로 구매한 PM이나 전기 자전거 등을 이용할 때는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도로교통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안전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강조되고 있었다.
안내문의 끝에는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날씨 등의 이유도 있으니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가급적 도보로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일상에 찾아온 PM은 지금까지도 편리함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존재로 남아있다.
대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나 역시 전기 자전거를 꽤 자주 이용했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에 애매한 거리나, 늦은 저녁 택시를 타기에는 조금 아까울 때 전기 자전거는 빠르고 편리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줬다.
그렇게 전기 자전거가 하나둘 늘어나고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도 많아지며 보급률이 높아지자, 그동안 가려져 있던 문제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불법 주·정차에 관한 부분이다.
현재는 공유 업체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반납 구역을 설정해 두거나, 특정 지역에서의 대여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이용 제한을 두니 조금은 나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용 후 방치된 PM으로 많은 불편함이 야기됐었다.
비가 많이 오거나 어두운 저녁, 인도 한가운데 세워져 있는 전동 킥보드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고, 불안정하게 반납된 기기들이 인도나 차도로 넘어져 안전을 크게 위협하기도 했다.
PM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는 요즘, 우리 주변의 PM은 어떤 모습일지 직접 거리로 나가 도로를 살펴보고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집에서 가까운 역 인근,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었다.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한쪽에 잘 주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PM의 주·정차 상태를 점검하러 가장 많은 기기가 모여있는 역 근처로 이동해봤다.
역 입구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 생각보다 PM들이 줄지어 잘 주차되어 있었다.
전동 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보통 몇몇 기기들이 잘 주차되어 있으면 그 구도를 깨기 싫어서라도 옆에 잘 맞춰 주차하는 편이고, 반납 구역이나 유도선이 있다면 그것에 맞춰 주차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대체로 주·정차가 잘 진행되고 있나 싶던 찰나 도로를 막고 있는 기기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PM 불법 주·정차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자 업체에서는 자체 신고 채널을 둬 신고 접수 시 빠르게 이동 주차할 수 있도록 조처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한편, 주·정차 금지구역에 주차되어 과태료가 부과되면 이전 이용자에게 청구하는 등의 정책적 보완도 더해 최근에는 불법 주·정차가 많이 줄었다.
그러나 아직도 금지구역을 제외한 곳에서는 위험한 주·정차가 발견되고 있다.
전동킥보드를 직접 이용해 봤다. 생각보다 빠르고 편리했지만, 그만큼 위험하게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본 후 본격적으로 전동 킥보드를 직접 이용해 보기로 했다.
기존에는 전기 자전거를 자주 이용했기에 이번 취재를 계기로 전동 킥보드를 처음 타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빠르다' 그리고 '그만큼 더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전동 킥보드의 조작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직선 구간을 달리거나 사람이 없는 넓은 도로를 다닐 때는 큰 위험이나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짧은 코너를 돌거나 갑작스러운 장애물이 눈에 들어온다면 이를 피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쉬운 조작이 전동 킥보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춘 셈인데, 안전 관련 요소는 제한적인 것 같았다.
헬멧을 쓰고 자전거 도로를 주행해도 불안함을 느꼈는데, 자전거 도로가 없어 차도의 가장자리로 주행해야 한다면, 어두운 밤에 제대로 된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탑승한다면, 정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 장구 착용은 물론 이용 수칙을 잘 지켜 이용해야 한다. 공용 PM 이용을 마쳤다면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주차하는 것도 잊지 말자.
직접 이용해 본 PM, 편의성만큼 위험성도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이용한다면 일상생활을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해주지만, 그러기에는 갖춰야 할 안전 장비와 도로교통법 준수 등 수반되어야 할 준비 사항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 본 당일 바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친구가 같이 타자고 해도 절대 전동 킥보드는 타지 말아라'라고 강조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또 전동 킥보드를 자주 이용하지 않아서 나에게는 득보다 실이 더 크게 느껴졌던 체험기였다.
물론, 제대로만 이용한다면 나의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줄 기계라는 점도 분명히 느꼈다.
만약 PM을 이용하게 된다면 안전 장구를 반드시 착용한 후, 도로교통법을 준수하여 자신의 안전은 물론 이웃을 위한 배려까지 꼭 생각하며 이용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