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헌신한 애국선열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기 위해 국가보훈부는 '국외 보훈사적지 탐방'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국내 청년들이 해외에 있는 보훈 관련 사적지를 직접 방문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기여한 이들의 삶과 역사적 흔적을 현장에서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2025년 탐방은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지역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나뉘어 진행됐다.
기자는 이 중 유럽 탐방단으로 선발돼, 7월 중순부터 5박 7일간의 여정을 함께했다.
이번 유럽 보훈사적지 탐방은 단순한 과거사 학습을 넘어,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내국인과 외국인의 경계를 넘어 이어진 희생과 연대,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여정이었다.
이에 따라 본 기사에서는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이들의 헌신, 그리고 조국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흔적을 각각의 흐름에 따라 나누어 조명하고자 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탐방단의 모습.
◆ 전쟁의 참혹함과 국제질서의 기원 - 제2차 세계대전의 현장에서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에 있는 미군 묘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한 전투 중 하나였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현장이다.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하얀 십자가와 별 모양 비석이 끝없이 펼쳐진 이곳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배경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는 기자에게 이곳은 수많은 이들이 자유를 위해 희생되었으며 그 기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전쟁은 단지 전투의 기록이 아니라, 국제질서를 형성해 온 역사라는 점을 실감하게 했다.
이어 방문한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에서는 제1·2차 세계대전 전시관을 중심으로 당시 사용된 무기와 전투복 등 방대한 사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한국전 참전용사 업무를 담당하는 현지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있었다.
그는 "그때의 한국은 참 가난한 나라였지만, 지금은 산업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발전시킨 나라가 되어 정말 자랑스럽다" 라고 말했다.
타국의 기억 속에서도 한국의 발전이 자긍심이 된다는 사실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한국전 참전용사 업무를 담당하는 현지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잊히지 않은 전쟁, 기억되는 연대 - 유럽 속 한국전의 흔적
파리 중심부에 있는 개선문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역사적 건축물이자 관광 명소다.
하지만 그 아래를 찬찬히 둘러보면, 단순한 명소를 넘어선 기억의 공간임을 알 수 있다.
기자는 처음에 이곳에서 한국과 관련된 장소를 마주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개선문 중앙부에서 프랑스 대대의 한국전쟁 참전을 기리는 비석을 보았을 때, 유럽 속 한국전의 존재와 기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지나는 그 자리에서, 한국전쟁이라는 '잊힌 전쟁'이 여전히 기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관광지'라고만 여겼던 곳에서 자유와 연대의 상징을 마주하는 경험은 각별했다.
개선문 광장 '무명용사의 묘'에서 참배하고 있는 탐방단.
네덜란드에 위치한 반호이츠 부대(Van Heutsz)는 한국전쟁 당시 네덜란드가 파병한 부대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 부대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바 있으며, 지금도 그 기억을 담은 작은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전시관에는 한국에서 촬영된 당시 사진, 부대원들의 기록, 한국군과의 협력 상황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기자는 현직 간부와 한국전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 속에서 느껴진 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전쟁'을 통해 어떻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기억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국가를 초월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전쟁이 단지 역사 속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한 나라의 시민과 군인이 진심으로 기억해 주는 현실이라는 점에 깊은 감사를 느꼈다.
한국전 참전 '반호이츠 부대' 방문.
◆ 기억은 연결되어야 한다
노르망디 해변의 묘지에서, 개선문과 앵발리드 전쟁 박물관에서, 반호이츠 부대의 기록에서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발견했다.
대한민국은 결코 혼자 일어선 나라가 아니었다.
그 과정에는 국경을 초월한 희생과 연대가 분명히 존재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 기억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자, 앞으로 우리가 어떤 나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에는, 이름조차 갖지 못했던 시절, 대한민국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다음 편에서는 헤이그 특사, 이준 열사, 그리고 임시정부의 발자취를 따라, 조국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외교의 몸부림을 조명하고자 한다.
☞ 2편 해외 독립운동의 현장을 찾아서
정책이 국민을 향할 때, 그 길이 선명하도록.
청년의 시선으로 보고, 국민의 목소리로 답하며 변화를 기록하겠습니다.
정책과 삶이 맞닿는 곳에서 시대의 흐름을 전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