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박물관'이라 하면 교육과정의 하나로 정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러 매체에서 요즘 화젯거리인 곳이 '일명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이라 하여 의외였습니다.
박물관 기념품인 굿즈 품절 사태와 놀이동산 버금가는 대기 줄이 있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5일, 직접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온 후에는 박물관의 인기를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접 긴 대기줄을 기다려야 했고, 박물관 기념품 가게의 대기 줄이 너무 길어 입장조차 못하고 밖에서 구경했기 때문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에 길게 선 입장줄.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글로벌 흥행과 맞물려 K-컬처의 성지로 급부상하며, 올해 관람객 수 5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K-컬처와 전통문화의 결합,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새로운 문화 소비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오전 10시부터 길게 늘어선 국립중앙박물관 대기 줄.
우리 가족도 오픈런에 참여해 봤습니다.
관람 시간 오전 10시 전에 도착했는데도 입장까지 30여 분이나 걸렸습니다.
20년 전인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박물관은 주로 학교 단체 관광이 주를 이루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의 대기 줄은 개인이 이룬 거대한 줄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박물관의 달라진 위상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손으로 보는 달항아리 촉감 체험.
혼잡한 1층을 피해 3층부터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 전시장은 총 7개의 관과 39개의 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무려 9884점의 유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3층은 백자 달항아리(분청사기·백자실)로 입장했는데, 입구에서부터 '손으로 보는 달항아리'가 전시돼 있었습니다.
백자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촉감 체험입니다.
백옥처럼 고운 백자를 손으로 만져보니 박물관이 더 가까이, 그리고 문화예술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문화해설사님과 전해주는 전시 작품 이야기.
곳곳에선 사전에 신청한 문화해설사님들의 전시 작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귀동냥으로 엿들었습니다.
한 해설사님은 "백자가 만들기 어려울까요? 청자가 만들기 어려울까요?" 라며 질문은 던졌습니다.
다들 "백자요!", "청자요" 라고 얘기했지만, 해설사님은 그 질문의 답변을 단번에 정리하셨습니다.
"둘 다 만들기 어렵다" 라고요.
맞는 말씀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경천사 십층 석탑을 내려다보는 국립중앙박물관 로비.
3층 로비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1층에 자리한 경천사 십층 석탑을 내려다보는 것입니다.
백자를 닮은 박물관 로비에 수많은 사람 사이로 우뚝 솟은 십층 석탑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왔습니다.
저와 같이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서의철가단'의 '한가위 맞이 GOOD LUCK 굿' 공연.
지난 5일 이곳에서는 특별한 행운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관 앞 야외 계단에서 2025 문화공간활용 전통공연 '디 아트스팟 시리즈-국립중앙박물관 편'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유형유산과 무형유산의 만남인데요.
사전 리허설부터 사물놀이가 들리니 사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습니다.
추석 연휴, 정적인 전시와 동적인 공연이 만나니 환상 궁합이었습니다.
이래서 "국중박, 국중박 하는구나" 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025 문화공간활용 전통공연 디 아트스팟(The Art Spot) 시리즈 포스터. (출처=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2025 문화공간활용 전통공연 디 아트스팟(The Art Spot) 시리즈'는 10월 한 달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충남 천안예술의전당, 아산 현충사 세 곳에서 각 공간과 어울리는 야외공연을 펼치는데요.
문화공간활용 전통공연사업(디 아트스팟 사리즈)은 전통 공연 장소로 인식되지 않던 문화공간을 발굴하여,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전통예술을 전달하는데요.
2010년 고궁에서 우리 음악 듣기를 시작으로 그동안 병원, 공항, 유원지 등 일상 속으로 문화소외계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2024년 한 해만 2만여 명이 관람했다고 합니다.
2025년 디 아트스팟 국립중앙박물관 편은 사물놀이, 국악 밴드, 줄타기보존회, 양주별산대 놀이보존회 등 4일간 총 8개의 공연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요.
저희는 '서의철가단'과 '연희집단 The 광대'의 공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서의철가단'의 버나 놀이에 직접 참여한 자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이수자인 서의철 님을 주축으로 한국 정통 풍습인 '굿'의 다양한 면모로 재구성한 '한가위 맞이 GOOD LUCK 굿'을 선보였습니다.
북한굿, 제주굿 등을 관람하여 우리나라의 전통 풍습을 다시 봤고, 관람객이 참여하는 버나놀이에서는 자녀가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전통음악을 보고, 듣고, 즐기고, 체험하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습니다.
디 아트스팟 시리즈 '연희집단 The 광대'의 공연.
또한 배꼽 잡고 웃었던 '연희집단 The 광대'는 자녀의 11년 인생 최고의 공연으로 꼽혔습니다.
풍물, 탈춤, 사자춤, 버나 놀이 등을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이야기와 함께 신명나는 공연으로 꽉 채웠습니다.
디 아트스팟 시리즈는 오는 18~19일 아산 현충사(충무문, 고택, 경내 잔디광장)에서 전석 무료로 공연되는데요.
모든 연령층이 관람할 수 있고, 특히 자녀에게 우리나라 전통예술의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선사할 것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전통문화가 국민 곁으로, 세계인들 곁으로 아주 가까이 다가서고 있습니다.
전통 공연 형태의 무형유산도 어깨를 맞추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울 여행 일정에서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합니다.
☞ The Art Spot Series(디 아트스팟 시리즈) 국립중앙박물관편 바로 가기
정책을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정책을 쉽고 편하게 전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