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햇살 아래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익짱 페스티벌' 10월 2일 제29회 노인의 날을 앞두고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9월 22~26일을 '노인일자리 주간'으로 정해 웨스틴조선호텔 기념식, 코리아나 호텔 심포지엄, 서울광장 국민 참여관(노익짱 페스티벌)을 마련했다.
기념행사는 의전에 머물지 않고, 광장과 회의장을 잇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노년의 '일'과 '존중'을 일상 가까이 끌어당겼다.
바람이 선선한 오전, 서울광장에는 하얀 천막이 줄지어 섰다.
파란 현수막의 '노인일자리 주간' '노익짱 페스티벌' 문구가 또렷했고, 안내 봉사자들은 동선을 정리하며 부스 전기와 비품을 다시 점검했다.
손주 손을 잡은 가족, 점심시간을 내온 직장인, 관광객이 뒤섞였고, 많은 이들이 "어르신의 꿈을 나눔으로 펼치다" 라는 문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구호는 과장되지 않았고, 광장은 어르신의 일과 시민의 일상이 자연스레 만나는 공공의 마당이 됐다.
천막을 따라 걷다 보니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벽면에는 지역 치안 협력, 급식 지원, 문화 프로그램 사진이 빼곡했고, 테이블 위에는 어르신들이 만든 공예품과 소형 키트가 가지런히 놓였다.
담당자는 "복지관은 놀이나 여가를 넘어 동네 일자리의 거점 역할을 한다" 라고 설명했다.
옆 부스에서는 자원봉사 경진대회 성과를 소개했고, 포스터 속 환한 표정들이 그간의 시간을 증명했다.
버려지던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대한노인회 업사이클 활동.
◆ 업사이클·제로웨이스트, 일과 환경을 잇다
광장 오른편으로 가자 초록 색조의 배너가 보였다. '버려지던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 'The Zero Waste'라는 글귀가 크게 박혀 있는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부스였다.
안내판에는 재활용의 경제성만을 나열하지 않았다.
"자원을 소중히 해 폐기물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음", "제조와 소비 과정의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라는 설명이 간결하게 붙었다.
정보무늬(QR코드)를 찍으면 노인자원봉사 카페로 연결되어 활동 소개와 참여 신청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의 체험은 오래 손에 남았다.
사용하지 않는 원단을 오려 키링을 만들고, 낡은 가방을 수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손이 느리니 기다려 달라" 라는 어르신의 말에 시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땀 한땀 따라 했다.
결과물은 투박했지만, 오늘 만든 물건이 내일 쓰레기로 가지 않도록 하자는 약속이 새로운 제품으로 돌아왔다.
부스 담당자는 "봉사도 일이고, 일은 곧 환경을 지키는 삶의 습관과 연결된다" 라고 했다.
시니어의 생산품과 활동이 온라인 속으로 들어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현장.
◆ '다시, ON 시니어마켓', 어르신과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자리 반대편 천막에는 파란색 간판이 걸려 있었다.
'다시, ON 시니어마켓'.
한쪽에는 구독 이벤트 배너가 서 있고, 테이블 위에는 작은 룰렛과 설문지가 올려져 있었다.
방문객은 소상한 정보 제공에 응답하고 상품을 받았다.
진행요원은 "이 구독이 행사만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온라인 채널에서 상품과 활동을 꾸준히 보여줄 계획" 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어르신 생산품이 지속적으로 팔릴 수 있는 통로에 관심을 보였다.
진열대에는 말린 과일 간식, 수공예 소품, 캘리그래피 엽서가 놓였고, 가격표는 비싸지 않았다.
마켓 바로 옆에서는 토트백 꾸미기 테이블이 길게 놓였다.
색색의 펜과 스탬프가 중앙에 놓이고, 양옆으로 어르신과 시민이 나란히 앉았다. 스탬프 위에 잉크를 살짝 찍고 천 가방에 눌러 찍는 동작이 반복되자 테이블 전체의 호흡이 같아졌다.
외국인 참가자는 "도시 중심에서 지역 봉사자와 함께 작업하니 여행이 아니라 동네 일상 속으로 들어온 느낌" 이라며 완성한 가방을 조심스레 접었다.
옆에 앉은 70대 참여자는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니 손끝이 다시 깨어난다" 라며 웃었다.
패널이 고령화 사회의 인구구조에 따른 사회의 책임과 준비를 발표한다.
◆ 인구구조 변화와 노인 일자리정책 심포지엄 23일 오후, 코리아나 호텔 2층 회의장은 다른 결의 집중을 보여줬다.
현수막에는 "노인일자리, 새로운 20년을 향하여"라는 문장이 걸렸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물병 라벨을 떼어 컵에 물을 따라 마셨고, 책자에 밑줄을 치며 발표를 기다렸다.
기조 강연 '인구구조 변화와 노인일자리정책의 미래'가 시작되자, 펜이 움직이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강연자는 향후 20년의 인구 피라미드 변화를 제시하며 일자리의 질적 전환을 강조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 3건은 현장과 학계가 만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첫 발표는 고령 친화 산업과 지역 서비스의 결합을 다뤘다.
두 번째 발표는 돌봄·환경·문화 영역에서의 역할 재설계를 구체적 사례로 설명했다.
마지막 발표는 디지털 교육과 공공 온라인 서비스 안내, 세대 간 멘토링 같은 '경험 기반 디지털 참여'를 제안했다.
지정 토론에서는 "참여자의 건강 조건, 이동 거리, 대면 선호 등 미세한 조건을 데이터로 쌓고, 사업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라는 지적이 반복되었다.
한 현장 담당자는 "봄·가을에는 야외, 여름·겨울에는 실내로 프로그램을 계절별로 조정하고, 이동 지원을 예산에 포함해야 지속률이 높아진다" 라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효과 있게 창출하여 새로운 시대를 지혜롭게 맞이하자.
◆ 사람들의 목소리, 현장을 기록하다 기자는 광장과 심포지엄장이 있는 호텔을 오가며 참가자들과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73세 정O섭 씨(도서관 봉사·일자리 참여/상일동)는 "집에만 있으면 하루가 모래처럼 흘렀는데, 주 3회라도 나가면 생활이 정돈됩니다. 끝나고 동네 지인들과 국밥 한 그릇 먹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69세 이O룡 씨(업사이클 부스 운영/하남시)도 "이건 봉사이면서 일입니다. 버린 것을 다시 쓰게 만들면 쓰레기가 줄고, 동네가 깨끗해집니다. 땀의 대가가 지역에 바로 남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O진 씨(자원봉사)는 "처음에는 도와드린다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배운다는 마음이 큽니다. 이력서 상담을 도우며 제 진로도 돌아보게 됐습니다"며 감동을 전했다.
직장인 김O경 씨(점심시간 방문)는 "부모님 연세와 가까운 분들이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 보니 든든합니다. 세대가 나란히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고령화는 현실, 갈등은 잠재, 해법은 협력이다.
노년의 경험과 청년의 속도를 같은 테이블에 앉히는 일, 바로 거기서 복지 사회가 만들어진다.
오늘 현장은 그 시작을 보여 주었다.
어르신들이 만드신 다양한 생산품을 선뵈고 있는 인천광역시 부스.
◆ 세심하게 준비된 체험 프로그램 — 손에 남는 기술, 눈에 남는 표정 부스 하나하나에는 생활의 기술이 숨어 있었다.
보험 안내를 돕는 상담 훈련, 공공서비스 온라인 신청을 리허설해 보는 작은 스테이션, 주거지 인근 환경 점검을 위한 점검표까지.
표는 복잡하지 않았지만, 촘촘한 매뉴얼이었다.
"오늘 처음 오셨죠?" 라며 말문을 여는 담당자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설명을 들은 방문객이 "그럼 제가 내일 우리 동에서 뭘 할 수 있느냐" 라고 묻는 순간, 행사는 실제와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토트백 체험 테이블에서는 펜 뚜껑이 구르는 소리, 스탬프 찍는 소리가 이어졌다.
완성품을 을 보며 서로 칭찬이 오갔다.
"이 꽃무늬는 손주가 좋아하겠는데요", "그림이 너무 귀해요. 날짜도 적어두세요." 같은 말이 작업과 함께 흐르니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어깨가 서서히 펴졌다.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자, 서로의 마음을 교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노익짱 페스티벌에 참여하였다.
◆ 희망은 보였다, 지속이 답이다 이번 주간의 공식 일정은 기념식(22일 10:30~11:30), 자원봉사자대축제(22일 14:00~15:50), 심포지엄(23일 14:30~18:00), 페스티벌(22~23일 11:00~17:00)로 구성되었다.
대기석에 앉아 손가락을 자꾸만 포개던 수상자의 습관, 룰렛을 돌리고도 주변 아이에게 선물을 양보하던 시민의 미소, 발표가 끝난 뒤 남아 책자에 추가 메모를 적던 토론자의 집중. 이 작은 장면들이 노인의 날의 의미를 느끼게 했다.
현장은 희망을 보여줬지만, 과제도 분명했다.
첫째, 지속성이다.
단기 일거리가 끊어지면 관계가 희미해진다.
지역 복지관·지자체·기업이 손을 맞잡아 연중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안전과 건강 배려다.
이동 동선, 휴식 공간, 여름·겨울 기온 대응 같은 기본 사항이 참여 지속률을 좌우한다.
셋째, 맞춤 설계다.
허리·관절 상태, 교통 접근성, 주거지 특성에 따라 역할을 세분화해야 한다.
넷째, 연대의 확장이다.
대학·시민단체·종교기관·문화시설이 각자의 프로그램을 열어 노년의 경험을 지역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
다섯째, 평가 방식의 개선이다.
단순 참여 인원 수치보다 참여자의 생활 변화, 지역 서비스의 보강 정도를 질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심포지엄에서 들은 제안들이 실행으로 이어지려면 예산의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
사업별 칸막이를 낮추고 이동 지원, 안전 장비, 교육비를 묶음으로 배치하면 현장의 피로가 줄어든다.
기업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일회성 후원에서 채용 연계형 파트너십으로 바꾸는 일이 절실하다.
서울광장 노익짱 페스티벌 현장.
해 질 무렵, 광장 무대에서 음악이 흐르고, 부스는 하나둘 정리되기 시작했다.
담당자는 재사용할 수 있는 상자를 챙겼고, 시민은 방금 완성한 토트백을 어깨에 걸었다.
호텔 심포지엄장에서는 정리 사진을 찍기 위해 발걸음이 단상 앞으로 모였다.
"노인일자리, 새로운 20년을 향하여." 현수막의 문장은 행사장을 떠나는 내내 따라왔다.
내일의 20년은 거창한 구호로 오지 않는다.
오늘의 손길이 계속 이어질 때 도착한다.
서울광장에서 우리는 그 가능성을 보았다.
어르신의 일은 지역의 품격이자 우리 모두의 안전망이라는 사실, 그 사실을 확인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