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안내 책자다. 어떤 부스가 행사에 참여하는지, 몇 번 부스에 위치해 있는지 미리 살펴볼 수 있다. 200여 개의 부스가 페이지 한쪽에 담겨있어 구성이 알차다.
단순히 책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장을 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독립 출판에 대한 정보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17일, 18일, 19일에 각각 다른 강연과 세미나를 들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퍼블리셔스 테이블 행사에는 단순히 독립 출판 도서를 살펴보는 것뿐 아니라, 어떻게 책을 만들고 출판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소개하는 다양한 세미나, 강연도 마련되어 있다.
행사 참여자는 1인 출판 방법, 업사이클링 스크랩북 만들기, 지역 잡지, 출판사 브랜딩, 창작자 유형 테스트 등을 알아볼 수 있고, 더불어 제본한 시판 도서의 실물까지 직접 펼쳐볼 수 있다.
독서가 감성 분야의 유행 선도자(트렌드세터)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내 주변에도 퍼블리셔스 테이블 행사의 개최를 손꼽아 기다리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가지각색의 독창적인 출판물을 감상하고, 재질이나 디자인을 생생하게 살펴보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평소 편집 디자인에 관심이 많던 차에, 마침 학교 동문 선배들도 부스를 냈다는 소식을 들어 방문을 계획하게 되었다.
17일, 행사가 시작하는 날 아침 서초역으로 향했다.
행사가 열리는 17일 정오, 국립중앙도서관에 도착했다. 시작 전부터 남녀노소 독자들이 줄지어 있어 그 열기를 실감케 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퍼블리셔스 테이블을 위한 야외 부스와 이벤트 구역, 그리고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줄이 나를 반겼다.
입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모습. 알고 보니 책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독립 출판에 관심을 가진 예비 작가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행사라고 한다.
시작까지 15분이나 남은 시간인데도 줄이 꽤 길게 늘어져 있어 놀랐다.
정오가 되자마자 순서대로 행사장에 입장했다.
퍼블리셔스 테이블 행사가 개최되는 장소는 국립중앙도서관의 국제회의실이었다.
이중 구조의 넓은 장이 독립 출판 창작자들의 작품으로 알차게 꽉 차 있었다.
누리집에서 보았던 책자의 실물. 페이지에는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도 실제 공간으로 보면 상상 이상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한 바퀴 돌아볼 때마다 책자를 확인하며 감상했다.
입장하자마자 활기를 띠는 행사장의 분위기에 들떠 적극적으로 부스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사실 행사장에 방문하기 전에는 '독립 출판'이라는 어감이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소설책이 대부분일 것 같다는 막연한 예상을 했었다.
퍼블리셔스 테이블 행사장 내부는 다양한 지류 상품으로 즐비했다. 소설뿐 아니라 스티커, 엽서, 패키지, 기타 문학까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종이가 모여있어 매우 다채로웠다.
그런데 막상 부스를 살펴보니 소설뿐 아니라 시집, 카드, 엽서, 사진첩, 패키지, 스티커, 창작 신문에 이르기까지 지류 상품으로 만날 수 있는 모든 장르가 모여있었다.
시작 시간에 거의 딱 맞추어 도착했음에도, 곧 행사장 전체가 발 디딜 틈 없는 활기로 가득 찼다. 도서를 탐색하는 젊은 독자들부터 느긋하게 둘러보는 고령의 독자들까지 다양한 관람객이 행사장에 방문했다.
실내에 해당하는 A부터 G 구역은 온전히 창작자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O 구역은 야외 이벤트 공간이었다.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는 창작자 유형 테스트, 문장 수집 스티커 투어 등이다.
QR코드를 촬영하여 참여할 수 있는 창작자 유형 테스트. 테스트 결과에 따라 용지를 받아서, O 구역 오디오북을 청취한 후 도장을 받을 수 있다. 도장을 받은 용지는 추후 럭키드로우 행사에 활용된다.
독자들은 낭독회나 오디오북을 감상하고 스탬프를 모으거나, 스티커 이벤트를 진행하는 부스에 직접 방문하여 문장을 추천 받고 스티커를 수집할 수 있다.
창작자 유형 테스트 용지를 가지고 야외 존에서 오디오북을 청취해 보았다. 길이가 짧은 여러 편의 낭독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했다.
각종 대형서점, 독립 출판 서점의 매대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주머니시' 부스, 스페인 문화권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예술 책방으로 인기를 얻었던 '스페인 책방' 부스 등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작가분들이 대거 참여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감상했다.
독립 출판 서점이나 예술 서점, 대형 서점 등 책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집갑의 모습. 이 시집갑은 '주머니시' 브랜드의 대표 상품으로, 이번 퍼블리셔스 테이블 행사장에서 그 부스를 만나볼 수 있었다.
창작자와 독자 사이의 장벽이 낮아, 흥미로운 지점이나 궁금한 부분에 대한 감상을 바로바로 주고받을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
홀로그램 박이나 벨벳 후가공 인쇄, 에폭시 인쇄 등 다양한 인쇄 기법을 여쭤보고, 인쇄소를 공유하며 독립 출판의 고충과 즐거움에 대해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나누었다.
홀로그램 박, 에폭시 후가공 인쇄 등 다양한 인쇄 실험 기법이 첨가된 도서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같은 기법을 사용했어도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이번에 처음 퍼블리셔스 테이블 행사에 참여한 한 독립 출판 작가분께서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글을 쓰고, 글을 쓰니 출판을 해 보고 싶어져서 작가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자서전을 소개하셨다.
비록 신인 작가지만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니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이렇게나 많은 독자를 만나고 책을 홍보할 수 있어 정말 뜻깊다는 마음을 전하셨다.
실 제본, 박 인쇄 등 디자인 실습 시간에만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책의 실물을 접하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원리도 탐색할 수 있었다.
수많은 부스 사이사이를 가득 채운 인파 속에서 반가운 얼굴도 여럿 마주쳤다.
특히 워크숍에서 친분을 쌓은 동문 선배의 부스도 이번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참여해서 인사를 나누었다.
어엿한 한 창작자로서 독립 출판물로 부스를 내고, 창작물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뿌듯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인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역시 막연하게 바라기만 하던 출판에 대한 꿈을 한번 펼쳐보고 싶다는 선망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만화 같기도 하고, 그림책 같기도 한 독특한 형식의 예쁜 도서.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읽고 있었는데, 작가분께서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착도서라며 들떠 하셨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번 행사에 대해 "주제, 형태 여러 측면에서 기존 상업 출판과는 차별화된 독립 출판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고, 독립 출판물도 납본을 통해 수집할 소중한 지식문화유산인 만큼, 이번 페어를 계기로 국립중앙도서관이 독립 출판 생태계 성장에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 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진 부스를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디자이너부터 소설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군의 아마추어 작가들이 이 자리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분출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이자 또 한 명의 창작자인 입장에서,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출판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