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이것저것 경험하기를 좋아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시간과 돈에 쫓겨 점점 더 소소한 취미를 찾게 됩니다.
최근에는 걷기 여행과 스포츠 경기 관람에 푹 빠져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스포츠 경기 관람은 직접 땀 흘려 운동할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곤 합니다.
마치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뛰는 듯한 감정을 느끼며 응원하고 득점 하나하나에 짜릿함을 느끼다 보면 한 주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관람했던 스포츠 경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뉴욕에서 봤던 '뉴욕레인저스 아이스하키팀'의 경기였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기장에 꽉 들어찬 관중, 거친 경기 속에서 신나는 응원까지.
비싼 티켓값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때부터 동계 스포츠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스케이트장도 찾고, 스키 강습도 알아보는 등 한동안 동계 스포츠에 푹 빠져있었는데요.
올해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을 통해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과 의정부 세계컬링선수권대회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드렸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
추웠던 겨울이 지나자 동계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고, 집 근처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에 푹 빠져 지내던 지난 9월, 국내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년, 혹은 일정 주기별로 진행하는 선발전인데 굳이 시간을 내어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셨다고요?
사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습니다.
밀라노 동계올림픽 누리집. 10월 19일 기준, 올림픽 개최까지 110여일이 남아있다. 넉 달이 채 남지 않은 시간,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을 위한 마지막 땀을 흘리고 있다. (출처=밀라노 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 공식 누리집)
바로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하 밀라노 동계 올림픽)의 출전 자격 획득을 향한 첫걸음이기 때문인데요.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펼치게 될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는 오는 11월 14일부터 예정된 네 차례 경기의 월드컵 종합 랭킹에 따라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고 하니 국가대표 선발전이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인 올림픽으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는 셈이죠.
태릉선수촌과 맞닿아있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 경기 시작 전부터 선발전을 앞둔 선수들이 곳곳에서 몸을 풀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개최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 저는 둘째 날인 14일 현장을 방문해 태극마크를 걸고 질주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전날 스피드 스케이팅 5000m 부문의 전설로 불리는 이승훈 선수가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등 선수단 내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는데요, 둘째 날에는 남녀 1000M와 여자 3000M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경기 시작 시각인 14:00에 맞춰 여자 1000M 부문 1조의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많은 국민이 빠른 스피드가 중요한 쇼트트랙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스피드 스케이팅의 매력이 조금은 덜 알려진 것 같지만, 초반에 엄청난 힘으로 달려 나간 후 IN 코스와 OUT 코스를 교차하며 달려 물리적 힘을 이겨내는 선수들을 보고 있자면 스피드 스케이팅도 쇼트트랙 못지않게 짜릿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리고 있는 태릉국제스케이팅장. 선수들이 직선주로에 접어들며 마지막 힘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 템포도 꽤 빠른데요, 1조의 경기가 시작된 이후 다음 조의 경기가 바로바로 진행되어 40여 분 만에 여자 1000M 경기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경기를 관람하며 역주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경기장 밖에서 함께 땀 흘린 동료를 응원하는 선수들과 코치들의 목소리, 자녀의 우수한 성적을 위해 손 모아 기도하는 보호자의 모습을 보며 스포츠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흘 간의 '25~'26 시즌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 결과 총 10명의 남자 선수(김태윤-서울시청, 김준호-강원특별자치도청, 오현민-스포츠토토, 정재웅-서울일반, 박성현, 조상혁, 정재웅, 양호준-의정부시청, 구경민-경기일반, 조승민-동북고)와 6명의 여자 선수(박지우-강원특별자치도청, 김민선-의정부시청, 강수민-서울시청, 이나현-한국체대, 정희단-선사고, 임리원-의정부여고) 총 16명이 선발되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1000m부문에서 이나현 선수가 가장 좋은 기록을 거뒀다. 이나현 선수는 500m와 1000m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 경기 중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는 500M의 이나현 선수로 선발전 1차와 2차, 결승 모두 1위에 오른 데다 1000M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는데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의 좋은 흐름을 월드컵 대회에서도 이어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서 꼭 메달을 획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남자 5000M 선수들의 월드컵 선전을 응원해 보는데요, 2월 8일로 예정된 밀라노 동계 올림픽 남자 5000M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남자 장거리 경기에는 전통적인 강자가 많아 메달 획득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스포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물론 저 역시 우리 선수가 출전하면 태극기를 흔들며 기운을 팍팍 불어넣어 주려고 열심히 팔 운동 중이랍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 태릉국제스케이트장. 3일간의 선발전에 약 300명의 선수가 참가해 총 16명의 국가대표가 선발됐다.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밀라노 동계올림픽입니다.
이번에 선발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들이 1~4차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진심으로 응원하며, 타 종목 선수들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월드컵 및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밀라노 현장에서 더 많은 선수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