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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전통의 손끝에서 오늘의 공예를 잇다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기획전, '결(結), 시간의 흐름 속에서'(10.16~30, 노들갤러리)
전통기술의 가치와 현대적 활용을 한눈에, 이수자 지원사업의 성과를 국민과 함께 나눠

2025.10.27 정책기자단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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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노들섬의 노들갤러리 2관.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무 향과 은은한 조명이 공간을 감싼다.

'결(結), 시간의 흐름 속에서'—제목 그대로 이번 전시는 시간과 시간, 세대와 세대를 잇는 결을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오랜만의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전시를 찾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오랜만의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전시를 찾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2025년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전통기술 분야 20종목, 44명의 이수자가 참여해 장인의 철학과 손끝의 미학을 선보였다.

무형유산이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대와 공간을 잇는 문화의 결이다.

이 전시는 그 '보이지 않는 전통'을 눈앞의 작품으로 되살려냈다.

전통 재료가 장인의 손을 거쳐 공예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통 재료가 장인의 손을 거쳐 공예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 1부 자연의 시간 – 재료가 품은 세월을 느끼다

첫 번째 공간은 '자연의 시간'이었다.

한지, 모시, 말총, 대나무 등 다양한 재료가 장인의 손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재료의 질감과 색, 결을 그대로 드러낸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재료 같지만, 그 안에는 오랜 세월과 장인의 손길이 녹아 있었다.

관람객은 완성된 공예품을 통해 재료가 작품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대를 잇는 손끝의 기술과 전승의 의미를 볼 수 있다.
세대를 잇는 손끝의 기술과 전승의 의미를 볼 수 있다.

◆ 2부 장인의 시간 – 기억이 손끝을 따라 이어지다

두 번째 공간은 '장인의 시간'.

이곳은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기억의 방이었다.

오랜 세월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으로 이어진 전승의 흐름이 느껴졌다.

경복궁 교태전 단청 문양을 스케이트보드에 입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경복궁 교태전 단청 문양을 스케이트보드에 입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현장에서 단청장 안유진 이수자의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경복궁 교태전 단청 문양을 스케이트보드 위에 새겼다.

"왕비가 오늘날 보드를 탄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전통을 무겁게 다루지 않고 '가볍지만 품격 있게' 재해석한 시도였다.

천연 안료와 아교로 그려진 단청의 문양이 스케이트보드 위에서 새롭게 숨 쉬고 있었다.

설명을 들으며 나는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과거의 문양이 젊은 세대의 감각과 만나는 순간, 단청은 궁궐의 천장에서 내려와 일상의 길 위로 옮겨졌다.

전통공예가 현대 디자인과 결합하며 새로운 쓰임을 제시한다.
전통공예가 현대 디자인과 결합하며 새로운 쓰임을 제시한다.

◆ 3부 작품의 시간 – 오늘의 공간 속에 살아 있는 전통

세 번째 공간은 '작품의 시간'.

이곳에서는 전통이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되어 있었다.

은사와 금사로 산의 능선을 수놓아, 시간의 결과 자연의 흐름을 담았다
은사와 금사로 산의 능선을 수놓아, 시간의 결과 자연의 흐름을 담았다

3부에서는 자수장 노현민 이수자의 작품 〈연산첩첩(連山疊疊)〉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전통 자수 기법으로 우리 산의 등줄기를 금사와 은사로 표현했다.

빛의 각도에 따라 능선이 은은하게 반짝이며, 마치 나이테처럼 켜켜이 쌓인 세월의 결이 드러난다.

노 이수자는 "산의 형태뿐 아니라 그 속에 흐르는 시간의 흔적과 생명의 결을 표현하고 싶었다" 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작품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세월과 자연, 인간의 삶이 한 화면 안에서 호흡하는 '살아 있는 초상화' 같았다.

이수자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의 시작을 열었다.
이수자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의 시작을 열었다.

◆ 전통은 다시 생활 속으로

마침 내가 방문한 날에 개막 행사가 진행되었다.

현장에서 이관호 전시 감독을 만나, 전시의 기획 의도와 의미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호랑이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죠. 그 호랑이의 원본이 민속박물관에 있는데, 그걸 누가 만들었는지 아세요? 바로 이런 이수자들이 만든 겁니다." 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은 특별한 사람만의 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부모 세대가 만들고 사용하던 생활의 일부였어요. 이제는 보물이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라고 설명했다.

서랍이 동시에 열리고, 돌을 놓을 때 울려 퍼지는 은은한 소리가 감각을 자극한다.
서랍이 동시에 열리고, 돌을 놓을 때 울려 퍼지는 은은한 소리가 감각을 자극한다.

전통과 미래에 관한 생각도 덧붙였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현대에 맞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옹기에서 김치냉장고 아이디어를 얻었듯이, 이곳의 작품들을 보고 새로운 예술, 기술, 산업이 탄생하길 기대하며 이번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이 말은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지원사업의 취지를 잘 보여준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이수자들이 전통기술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 속에서 새로운 쓰임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 결과물이자, 무형유산 전승이 '보존'에서 '활용'으로, 또 문화산업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세월이 새겨진 손끝에서 전통이 이어지고, 미래의 공예가 자라난다.
세월이 새겨진 손끝에서 전통이 이어지고, 미래의 공예가 자라난다.

전시의 마지막 벽면에는 이수자들의 손을 담은 사진 세 점이 걸려 있었다.

굳은살이 박인 손, 세월이 새겨진 주름 하나하나가 전승의 시간을 보여주었다.

그 손끝에서 이어진 기술은 전통을 오늘의 생활로 이어내며, 무형유산 전승의 의미를 현실 속에 구현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국가유산청의 이수자 지원사업이 정책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이 이어져, 전통이 보존을 넘어 생활과 산업 속에서 살아 있는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 (보도자료) 오늘의 전통을 만드는 사람들,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작품 기획전 개최

☞ 노들섬 프로그램 정보 바로 가기

정책기자단 정수민 사진
정책기자단|정수민sm.jung.fr@gmail.com
글을 통해 '국민'과 '정책'을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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