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경기 불안이 이어지는 요즘,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안정의 버팀목은 거창한 대형 정책이 아니라 생활 속의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착한가격업소' 지정 제도는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탄생했다.
이 제도는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위생과 품질을 유지하는 업소를 발굴해 지원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안정과 소비자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한다.
2023년 기준 전국에는 약 6000여 곳의 착한가격업소가 운영 중이며, 서울 지역만 1800여 곳에 달한다.
업소들은 가격을 자율적으로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억제해 서민 부담을 덜고, 지자체는 물품 지원과 홍보, 이름표 부착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단순한 가격 할인 정책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물가 안정을 만들어 가는 상생형 경제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 착한가격업소를 가다 ㅡ 서초구 '탐라도야지'
서초구 서초동의 착한가격업소 탐라도야지.
서울 서초구 교대역 14번 출구 앞 골목,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 가는 불고기 냄새가 길가를 채운다.
점심시간을 막 넘긴 오후, 문을 열자 "어서 오세요!" 라는 인사와 함께 구수한 된장찌개 향이 맞이한다.
이곳 '탐라도야지'는 행정안전부와 서초구청이 지정한 착한가격업소 모범 점포로, 무려 22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지 5년쯤 됐습니다. 구청에서 홍보도 해주고 물품 지원도 받아요. 요즘은 '착한가격업소'로 검색하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대표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식당 내부에는 '착한가격업소 모범' 이름표와 함께 '오늘은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서초구'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고, 벽면 가득한 인증서들이 세월의 신뢰를 보여주고 있었다.
기자는 직접 제육쌈밥+된장찌개 정식을 주문했다.
계란찜과 채소 쌈이 곁들인 구수한 된장찌개, 그리고 차려진 고기 한 상.
한입 먹는 순간, '착한가격'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1인분 9,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 어려울 만큼 푸짐했고 부드러운 육질과 넉넉한 양이었다.
무엇보다 된장찌개의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짜지 않으면서도 푹 익은 호박과 감자가 어우러진 진한 국물 맛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며,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우게 했다.
"손님들이 싸고 좋은 집이 아니라, 믿고 찾는 집이 되길 바랍니다."
대표의 말에는 이윤보다 신뢰를 택한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그는 "홍보가 아직 부족해요. 정부에서 제도를 더 널리 알려 손님들이 혜택을 알고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라며 정책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탐라도야지는 서초구청으로부터 소독제·위생용품·간판 교체비 등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지원이 업소 운영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 착한가격업소를 가다 ㅡ 동작구 '화이트 세탁소'
동작구 착한가격업소 화이트 세탁소.
'착한가격업소'의 정신은 식당뿐 아니라 각종 생활 서비스 업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신동아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화이트 세탁소'는 23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지역의 생활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표적 업소다.
양복 한 벌 세탁비는 8000원.
"올 7월에 처음으로 가격을 올렸어요. 20년 동안 한 번도 안 올리고 신뢰로 버텼습니다."
사장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버티다 못해 조금 올렸지만, 여전히 다른 곳보다 저렴합니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뒤 단골이 늘었지만, 제도를 아는 시민이 많지 않아 홍보가 더 필요해요."
이 세탁소는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지 2년째이며, 구청으로부터 세탁용 비품과 경비를 지원받는다.
"고객들이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손님이 많을수록 힘이 나요."
매장 안에는 옷걸이마다 정성스럽게 세탁된 의류가 걸려 있고, 다림질하는 부부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좁은 공간이지만 따뜻한 공기가 흐른다.
이 부부의 모습은 서민의 생활 속에서 물가 안정을 지켜 가는 실천의 장이다.
세월의 흔적이 깃든 노부부의 착한가격업소, 화이트 세탁소.
◆ 착한가격업소 제도 ― 생활 경제의 안정장치
착한가격업소 지정된 지 5년 차의 탐라도야지.
'착한가격업소 제도'는 지역 공동체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생활 경제의 안정장치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를 모르는 시민이 많다" 라는 의견이 많으며,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가 협력하여 소비자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초구 '탐라도야지'와 동작구 '화이트 세탁소'의 공통점은 모두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며 신뢰로 고객과 함께 성장해 온 업소라는 점이다.
이 두 곳의 사례는 제도의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접근성 높은 홍보와 지속적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과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착한가격업소 탐라도야지의 9000원 차림 상.
신뢰를 지키기 위해 한결같이 영업을 이어온 이들의 노력은 착한가격업소 제도의 진정한 가치이자, 지역경제의 따뜻한 버팀목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시민의 관심, 그리고 현장의 실천이 어우러질 때, 이러한 작은 상생의 움직임이 서민경제 온도를 지탱하는 가장 따뜻한 힘이 될 것이다.
기자는 이번 취재를 통해 '착한가격업소 제도'가 서민 생활에 스며 있는 신뢰의 경제임을 새삼 깨달았다.
앞으로 누군가와 약속 장소를 정할 때, 자연스럽게 이 제도의 취지를 실천하는 착한가게를 우선 떠올리게 될 것이라 다짐했다.
◆ 착한가격업소 지정 절차 지정 공고 - 신청 접수 - 현지 실사 - 적격 여부 심사 - 결정 및 지정증 교부
◆ 착한가격업소 지정 시 받을 수 있는 주요 혜택 착한가격업소 맞춤형 필요 물품 지원, 종량제 봉투 지급, 이름표 제작 및 배부, 블로그 운영 및 온라인 홍보 지원, 찾아가는 소독·방역 서비스 제공, 「소상공인 경영환경개선 지원 사업」 선정 시 가점 부여, 지역화폐 가맹점 결제 수수료 지원, 출입문 스티커 제작 및 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