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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열차로 맛본 전통주…'K-미식벨트'가 만든 긴 여정

지역의 맛과 전통이 만나는 장 'K-미식 전통주 벨트'
전통주로 맛본 안동의 문화…명인들과 교감한 현장

2025.11.03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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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에는 빚은 이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랜 시간 익어간 시간이 스며있고, 수확한 땅의 내음이 녹아있다.

그런 깊은 뜻을 알았을까.

이제 와 털어놓자면 지금껏 술은 내게 조연이었다.

음식에 맞춰 적당히 골라 마셨던 식탁 위의 조연이었던 것이다.

그 생각을 뒤집은 건 'K-미식 전통주 벨트'로 안동에 다녀오고 나서부터다.

9월 6일 단 하루 진행된 전통주 팝업 열차.
9월 6일 단 하루 진행된 전통주 팝업 열차.
팝업 열차에서는 264청포도와인과 함께 곁들인 안동의 안주가 제공됐다.
팝업 열차에서는 264청포도와인과 함께 곁들인 안동의 안주가 제공됐다.

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 한식진흥원과 한국철도공사는 '전통주 팝업 열차'를 진행했다.

나는 그 특별한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안동에서의 하루는 충실했다.

전통주를 체험하면서 간고등어와 안동 찜닭을 먹고 마을을 산책하며 월영교를 건넜다.

전통주 종류는 무척 많았고, 하루는 너무 짧았다.

눈에 맺혀 다시 가보고 싶은 밀밭.
눈에 맺혀 다시 가보고 싶은 밀밭.

열흘 뒤, 또 한 번 안동으로 향했다.

이번엔 1박 2일이었다.

지난 팝업 열차에서 내가 체험하지 못한 코스까지 모두 포함돼 더 두근거렸다.

지난번처럼 영주역에 내려 'K-미식 전통주 벨트'라고 적힌 차량에 탑승했다.

이제부터 48시간 전통주와 함께라는 기대감을 안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2024년부터 'K-미식벨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미식벨트는 국내의 특색 있는 미식 관광 테마를 발굴하고, 관광상품 고도화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지역고용 창출, K-푸드 수출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지역별 농업 자원과 식품명인, 향토 음식, 전통주 등 한식 자원을 결합, 내수-관광을 위해 2032년까지 총 30개의 벨트를 조성할 예정이다.

2024년 장 벨트를 시작으로 2025년 안동시 전통주 벨트, 광주시 김치 벨트 및 금산군 인삼 벨트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 마무리로 막걸리 만들기 체험을 한 임씨 금양파종택.
여행 마무리로 막걸리 만들기 체험을 한 임씨 금양파종택.

'K-미식 전통주 벨트'는 엄밀히 안동이라는 지역의 가치, 그리고 그 안의 풍류를 선사한다.

안동은 소주로도 유명하지만, 유교 정신과 성리학이 식문화에 녹아있다.

그런 안동의 전통주에 음식과 자연, 역사를 버무렸다.

전통주를 다섯 종류의 잔으로 풀어낸 것부터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여기서 다섯 종류의 잔은 맞이의 잔(탁주), 풍류의 잔(칵테일과 와인), 안동 깊이의 잔(안동소주), 머무는 잔(소주와 맞는 음식), 기억의 잔(지역 별미와 디저트)이다.

또 공모를 통해 안동 내 맹개마을, 금소마을 등을 선정해 마을을 지원하고 프로그램을 보완해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한 미식 체험형 관광 상품을 만들었다.

◆ 맞이의 잔 - '맹개마을' 국내 최초의 밀소주 진맥소주

첫 목적지는 맹개마을.

2024년 문체부의 한국 관광의 별, 농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곳이다.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맹개마을로 이동하고 있다.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맹개마을로 이동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메밀꽃 핀 밀밭으로 걸어가고 있다.
참가자들이 메밀꽃 핀 밀밭으로 걸어가고 있다.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자, 메밀꽃 흐드러진 밀밭이 펼쳐졌다.

차마 글로 담기에는 부족한 3만여 평의 풍경이다.

이곳에선 직접 재배한 유기농 밀로 맥아를 만들고 자연 글루텐에서 숙성한 진맥소주를 빚는다.

진맥소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밀로 만들어 상업적 유통되는 소주다.

맹개마을은 2024년 문체부의 한국 관광의 별, 농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맹개마을은 2024년 문체부의 한국 관광의 별, 농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소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재료, 그다음이 발효, 증류입니다."

양조장에서 박성호 이사에게 안동소주의 역사, 발효 및 증류 과정을 들었다.

누룩곰팡이가 곡물 속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고 효모는 그 당분을 발효시킨다.

그렇지만 곡물에는 당분이 없어 엿기름과 누룩으로 술을 달게 만들고,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든다.

이 상태에서 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증류로 제조한다.

재밌게도 여기서 과학적 원리까지 살펴볼 수 있다.

밑술을 소줏고리에 넣고 불을 때면 알코올(78도)이 물보다 먼저 끓어 기화되고, 찬물을 담근 천장에 부딪혀 알코올이 맺힌다.

그렇게 향도, 도수도 올라간다.

원리를 알든 모르든, 마시는 우리는 다만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사가 나올 뿐이다.

박성호 이사가 맹개술도가(토굴)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박성호 이사가 맹개술도가(토굴)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박 이사를 따라 저온 숙성실에 들어서자 은은하게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소주의 향이 느껴졌다.

공기 중에 2% 정도가 떠다닌다니, 이곳에 조금 머물러도 취한다는 말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진맥소주는 무엇과 페어링하면 좋을까.

담당자는 밀로 만든 만큼 이탈리아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향을 맡은 후 22, 40, 53도 등 각 도수에 따라 차려진 문어, 사과, 돔베고기 등과 페어링해 시식했다.

◆ 풍류의 잔 - 전통이 현대를 만나다 '브랜드관 잔잔'

밀밭을 벗어나 전통과 현대가 조합된 브랜드관 잔잔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젊은 청년들이 안동소주를 기본으로 다양한 하이볼과 칵테일을 선보이고 있다.

명인안동소주 팝업스토어인 이곳은 박재서 명인이 브랜드관 일부를 이들에게 맡겼고 안동시 일자리 창출과 안동소주의 젊은 감각을 동시에 살렸다.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해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다.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해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다.

박민재, 오준호, 이창우 세 청년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칵테일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45도의 안동소주가 과일, 시럽과 만나 현대적인 풍미로 재탄생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안동한량'과 '솥'이다.

뜨거운 불과 차가운 드라이아이스 등을 활용해 향을 가뒀고 보는 재미도 주었다.

불도 사용해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다.
불도 사용해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다.
브랜드관 잔잔의 외부 모습.
브랜드관 잔잔의 외부 모습.

한입 마시자 독한 소주의 이미지는 없고,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에 퍼졌다.

전통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걸 바로 보여준다.

박민재 팀장에 따르면 개점 초기에는 운영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많이 알려져 프랑스, 남미 등 해외에서도 찾아온다고.

◆ 깊이의 잔 - 500년을 잇는 전통, 안동소주의 양대 산맥

이틀째 여정은 전통주 여행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동소주의 양대 산맥을 잇는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명인안동소주 양조장.
명인안동소주 양조장.

먼저 방문한 곳은 박재서 명인의 '명인안동소주' 양조장.

전시와 체험장으로 꾸며져 즐겁게 볼 수 있다.

증류수를 직접 내리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500년 동안 가양주를 지켜온 박재서 명인은 1995년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제6호로 지정됐다.

현재는 아들 박찬관 대표, 손자 박춘우 씨 등 3대로 이어 술을 빚고 있다.

명인안동소주 박찬관 대표가 전통주 증류 체험을 시연하고 있다.
명인안동소주 박찬관 대표가 전통주 증류 체험을 시연하고 있다.
안동소주 하이볼 체험.
안동소주 하이볼 체험.

명인의 손에서 탄생한 술 한 잔에는 500년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하지만 멈춘 시간이 아니다.

전통을 지키면서 달라진 세월을 반영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변형을 줬다.

체험장에서 새파란 칵테일 한 잔을 만들어 마셔보니, 변화 속에서도 안동소주 깊은 본질은 변치 않는다는 생각이 스친다.

민속주 안동소주 박물관.
민속주 안동소주 박물관.
김연박 명인과 배경화 문화재 보유자, 참가자들이 누룩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김연박 명인과 배경화 문화재 보유자, 참가자들이 누룩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김연박 명인이 소주에 관해 들려주고 있다.
김연박 명인이 소주에 관해 들려주고 있다.

이어 방문한 '민속주 안동소주(조옥화 안동소주)'는 또 다른 감흥을 선사했다.

경상북도 무형유산 제12호, 식품명인 제20호로 지정된 조옥화 명인의 술은 현재 아들 김연박 명인과 며느리 배경화 여사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체험장에서 안동소주의 역사를 들은 후, 직접 누룩을 빚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전까지 누룩이란 걸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었는데 만들다니, 1박 2일 동안 전문가가 된듯싶다.

그렇게 전통주를 빚는 과정을 직접 보고 나니, 전통주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특히 이 소주는 오로지 증류주 원액으로만 도수를 조절하는 등 안동소주의 원형에 가깝다.

처음엔 낯설 수 있는 누룩취는 독특한 향이 생경하나 익숙해지면 그 향에 매료된다고.

◆ 머무는 잔 - '금소마을'에서 맛본 가양주와 안동찜닭

합법적으로 대마를 키울 수 있는 금소마을.

금소마을은 지난 3월 발생한 산불로 'K-미식 전통주 벨트' 업체 선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다시 일어섰고, 7월 추가 업체로 선정됐다.

금소마을에서 맛본 대마씨차.
금소마을에서 맛본 대마씨 차.
지난 3월 화재를 겪은 금소마을.
지난 3월 화재를 겪은 금소마을.

금소마을에 도착해 대마씨 차로 여정의 노곤함을 풀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어 아쉬움이 남는 귀한 차다.

마을을 산책하며 예술 창작자들이 머물게 된 이유를 납득했다.

갑자기 비가 내렸지만, 고택 금곡재에서 본 안동포 짜기 시연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할머니들은 손사래를 치면서도 부탁한 노동요 베틀가를 들려줬고, 그 소리는 전통주처럼 시간과 정성으로 빚어진 문화의 힘을 느끼게 했다.

안동찜닭과 페어링한 가양주.
안동찜닭과 맛을 조합한 가양주.
참가자들이 빚은 막걸리와 안주로 제공된 수제 두부와 김치 볶음.
참가자들이 빚은 막걸리와 안주로 제공된 수제 두부와 김치 볶음.
안동포짜기 시연.
안동포짜기 시연.

연화단지 방앗간에서 이른 저녁을 겸한 가양주 페어링을 맛봤다.

퇴계 가문의 '노송주', 의성김씨 문중의 '황금주' 등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가양주를 안동찜닭, 배추전과 곁들였다.

집에서 빚는 술인 가양주는 시간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변한다고.

흥미롭다.

불과 내가 열흘 전 맛본 '황금주'와도 차이가 느껴진 건 내 생각일 뿐일까.

이제 여정의 마무리로 전통주를 만들어볼 차례다.

직접 막걸리를 빚으며 이틀 동안의 감흥을 담았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니 술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는 실감이 든다.

막걸리를 만들고 여러 안동 지역의 막걸리와 수제 두부김치를 먹었다.

진심 어린 막걸리는 이런 맛이었구나.

현지에서 전통주 제조 과정을 본 후 만드니 확실히 전과 깊이가 다르다.

안동의 명물, 간고등어.
안동의 명물, 간고등어.
안동의 맛, 안동찜닭.
안동의 맛, 안동찜닭.
안동 출신 관계자들이 추천한 안동식혜(오른쪽).
안동 출신 관계자들이 추천한 안동식혜(오른쪽).

술과 걸맞게 맛을 조합한 안주를 빼놓을 수 없다.

안동찜닭, 안동 간고등어, 문어 등 먹거리로 유명한 안동은 미식가에게도 행복한 지역이다.

더군다나 나름 유명해진 사연도 재밌다.

제사에 문어를 써야 해 많이 삶다 보니 삶는 기술이 발달했다.

간고등어는 동해에서 잡아 온다.

옛날에는 냉장이 안 돼 소금에 담가야 했고 그런 만큼 염장 기술이 늘었다.

무엇보다 안동 출신들이 권하는 맛인 안동식혜.

가자미 식혜와는 또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 기억의 잔 - 다시 올 날을 기약하며

여행은 여운을 남긴다.

기억의 잔은 사과빵, 참마 약과 같은 안동 지역의 디저트와 함께 달콤하게 각인된다.

걷기 좋은 명소, 선성수상길.
걷기 좋은 명소, 선성수상길.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월영교.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월영교.

전통주와 미식이 만난 곳에 경관을 빼놓긴 아쉽다.

선성수상길과 월영교 이야기를 잠깐 하자.

자연 속에서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시간.

바람이 상쾌했다.

지난 팝업 열차 때 걸었던 월영교.

어쩐지 긴 다리를 걷노라면 저 멀리 반대편에서 누군가와 만날 듯한 분위기다.

밤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더 설레지 않을까.

또 선성수상길은 물 위를 걷는 트레킹 명소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두 곳 모두 2024년 문체부가 지정한 열린 관광지 30선에 선정됐다.

안동소주.
안동소주.

K-미식 전통주벨트' 프로그램은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총 4회 운영된다.

또한 전통주 팝업열차도 11월 29일 다시 한번 출발한다.

농식품부와 안동시 지원으로 약 50% 정도 할인되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또 '안동 전통주 칵테일 택시','안동관광택시'도 함께 운영하니 자세히 알아보자.

처음 증류한 소주는 78도를 넘는다. 누룩 만드는 과정부터 숙성, 발효 나아가 칵테일까지 짧은 시간에 술을 잘 알게 된듯싶다.
처음 증류한 소주는 78도를 넘는다. 누룩 만드는 과정부터 숙성, 발효 나아가 칵테일까지 짧은 시간에 술을 잘 알게 된듯싶다.

'K-미식 전통주 벨트'은 단지 다섯 개의 잔을 비우는 여행이 아니었다.

안동이라는 지역과 전통주라는 문화, 그리고 그것을 500년간 지켜온 명인들과 교감하는 시간이었다.

전통주를 잘 알지 못했던 내게, 48시간의 체험은 술 한 잔의 깊이를 완전히 다르게 보게 됐다.

어디서든 전통주를 마시면 흥겹지만, 그 지역에서 직접 보고 느끼며 맛보는 경험에 비할 수 있을까.

앞으로 펼쳐질 30여 개의 K-미식 관광벨트에 무한한 기대를 걸어본다.

팝업 기차에서 시작된 짧은 감흥은 긴 여정으로 이어졌고, 그 모든 이야기는 이제 다섯 개의 잔에 담겨 내 기억 속에 박혔다.

서울로 돌아가는 내내, 생각했다.

'다시 와야겠다'라고.

☞ 'K-미식 전통주 벨트' 코레일관광개발 누리집(korailtravel.com)

정책기자단 김윤경 사진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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