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9회 한글 점자의 날, 내년 100주년을 앞두고 되새기는 포용의 언어
인천 송도의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1월 4일은 시각장애인의 문자 해방을 기념하는 제99회 한글 점자의 날이다.
이날은 1926년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의 자모 원리를 응용해 6점식 점자 체계 '훈맹정음'을 완성한 날을 기념해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한 역사적 전환점을 상징한다.
100주년을 앞둔 올해, 한글점자는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 모두가 함께 세상을 이해하는 포용의 언어로 그 의미를 새롭게 하고 있다.
◆ 점자 사용권을 확대한 법정기념일, 99년의 발자취
한글 점자 창안자인 송암 박두성 선생의 출신지 강화에서 훈맹정음 반포 99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한글 점자의 날'은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박두성 선생은 일제강점기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재직하며 맹인 교육에 헌신했고, 7년에 걸친 연구 끝에 초성·중성·종성 구조를 갖춘 세계적 수준의 한글 점자 체계를 완성했다.
한글의 원리를 반영한 이 점자 체계는 단순한 표기법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립의 언어였다.
한글 점자의 날은 2020년 12월 '점자법' 개정을 통해 공식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으며,한글날(10월 9일), 한국수어의 날(2월 3일)과 함께 대한민국의 '언어 다양성과 평등'을 상징하는 3대 언어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이날은 점자 해독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상징적인 날이기도 하다.
◆ 점자를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된 사람들
점자 원판.
기자는 이번 한글 점자의 날을 누구보다 남다른 마음으로 맞이했다.
가까운 지인 중 한 분이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고, 늦은 나이에 점자를 배우게 된 사연이 있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가던 그가 하루아침에 세상의 빛을 잃고, 점자 교재를 손끝으로 더듬으며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은 고단하고도 절실했다.
점자 교재의 부족, 학습 공간의 제약, 그리고 일상 속 점자 안내의 미비함은 시각장애인들이 여전히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 경험을 통해 기자는 깨달았다.
점자는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생명의 언어'라는 것을.
점자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과 세상, 존엄과 소통이 이어지는 인간다운 삶의 회복 과정이었다.
◆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현장의 목소리
"노란 점자 인도, 기준은 지켜져야 합니다"
점자 문화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현장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경주 APEC 현장의 점자 인도 블록 색상 퇴색 문제가 지적되었다.
의원들은 법정 기준 색상인 노란색으로 시인성을 보강할 것을 요구했으며, 관계 기관은 개선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점자 인도는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권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 시설이지만, 관리 부실과 색상 퇴색으로 실효성을 잃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 문제는 단순한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의 안전권·이동권·정보 접근권과 직결된다.
점자 인도의 품질과 유지관리는 곧 '사람 중심의 사회'가 구현되는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 점자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전시 - 강화역사박물관
관람객이 '촉감으로 느끼는 점자 보드게임'과 바둑알을 놓아 보는 체험하고 있다.
강화역사박물관에서는 현재 훈맹정음 반포 99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점자의 창안 배경부터 현대 점자 문화의 확산까지, 한 세기 가까운 여정을 체험적으로 풀어낸 자리다.
전시장에는 박두성 선생이 사용한 점자 타자기와 점자 원판, 훈맹정음 자료를 비롯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점자 보드게임·바둑판·교구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전시되었다.
관람객들은 '촉감으로 느끼는 재미(Braille for Brain)'라는 주제로 구성된 체험 공간에서 직접 손끝으로 점자와 바둑돌을 만지며 보이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세상을 경험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관람객들이 점자를 놀이로 배우는 모습은, 점자가 시각장애인만의 언어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배우고 이해해야 할 문화 자산임을 보여주었다.
◆ 100주년을 향한 약속, 모두가 함께 읽는 세상으로
박두성 선생의 흉상과 사용하던 물품과 흔적.
문화체육관광부는 '제2차 점자발전 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점자 교육 확대, 점자 도서관의 디지털화, 공공문서의 점자 병기 확대 등 점자 접근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립한글박물관은 2026년 '훈맹정음 창안 100주년'을 맞아 점자의 역사와 기술 발전, 디지털 접근성의 미래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준비 중이다.
점자는 한 사회가 얼마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척도이다.
다가올 100주년을 앞둔 지금, 점자는 미래의 포용과 공존을 향한 언어로 쓰이고 있는 중이다.
'한글 점자의 날'은 이제 보이지 않는 이들의 언어가 세상을 비추는 날, 그리고 모두가 함께 읽고 이해하는 사회를 향한 대한민국의 약속을 되새기는 날로 정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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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한글 점자, 차이를 잇는 언어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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