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며 전 세계는 기록적인 폭염과 대규모 홍수, 장기 가뭄을 동시에 경험했다.
남미와 동남아에서는 집중호우로 도심 침수가 반복됐고, 유럽과 북미에서는 고온 현상으로 산불과 물 부족이 일상이 됐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의 일상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UN Climate Change Conference, UNFCCC COP30) 누리집.
이러한 상황 속에서 브라질 베렝(Belém)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 Climate Change Conference, UNFCCC COP30)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의 방향을 다시 정비한 국제회의였다.
이번 회의는 파리협정 이행의 중간 점검이라는 의미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기후변화에 이미 노출된 사회가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한 자리로 평가되었다. ◆ COP30의 의의와 동시에 드러난 한계 COP30에서는 이른바 'Belém Package'가 채택되어 기후변화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3배로 확대하고, 2030년대 초반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적응을 감축과 동등한 정책 축으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한계도 분명했다.
화석연료 감축의 구체적 경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적응재원의 실제 배분과 집행 구조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후취약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현장에서 작동하는 적응 역량 강화'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COP30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감축만큼이나 적응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정보 인프라가 국가 차원의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이 국제사회 전반에 공유됐다는 점이다. ◆ COP30 이전에 이미 시작된 한국의 물·기후 정보 통합 이러한 국제 논의와 맞물려 주목할 점은 COP30이 열리기 이전부터 한국은 이미 물·기후 데이터를 통합하는 디지털 전환을 시작해 왔다는 사실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옛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2021년부터 기관별로 흩어진 9개 물관리 정보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단계적인 표준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기관마다 달랐던 수위 단위를 cm와 m에서 m으로 통일하고, 지도 기반(GIS)으로 다양한 물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데이터 구조와 표현 방식의 통합이 선행됐다.
이는 국제회의에서 적응재원 확대 논의가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한국이 이미 기후 적응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를 행정과 시스템 차원에서 준비해 왔음을 보여준다.
◆ 흩어졌던 물 정보를 한 곳에 '물모아'의 역할 그동안 물 관련 정보는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지자체, 국립환경과학원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일반 국민은 물론 공무원과 전문가조차 "어디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물모아에서 연계되어 바로 볼 수 있는 국가 통합물관리정보플랫폼.
물모아는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수질, 수량, 댐·보 운영, 하천 수위, 지하수, 홍수·가뭄·범람 위험 정보를 GIS 기반 지도 위에서 통합 제공한다.
이용자는 지도에서 관심 지역을 선택하면 주변 하천 수위와 댐 저수율, 강수량 변화 등을 그래프로 함께 확인할 수 있어 '내가 사는 지역'의 물·기후 위험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플랫폼 공개 시점부터 기존 9개 물관리 시스템의 기초 정보 36종이 연계됐으며, 2026년 상반기까지는 물환경정보시스템과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의 정보 71종이 추가로 제공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최소 278종 이상의 물관리 정보를 통합한 스마트 상황판(대시보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기자가 직접 접속해 본 '물모아', 무엇이 달랐을까
서울시 성동구를 기준으로 상수도 등 주요 데이터를 선택한 지도.
기후변화 대응이 데이터의 문제라면 그 데이터가 얼마나 쉽게 이해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기자는 국가 통합물관리정보플랫폼 '물모아' 누리집에 직접 접속해 평소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물 정보를 확인해 봤다.
지도 화면에서 지역을 선택하자 강수량과 하천 수위, 댐 저수율 정보가 한 화면에 나타났다.
기존에는 각각 다른 사이트를 찾아가야 했던 정보들이 하나의 지도 위에 겹쳐 보이면서, 최근 강수량 변화가 하천 수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치 위주의 정보가 아니라 그래프와 색상으로 위험 수준이 표시돼 "지금 이 지역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물모아' 누리집에서 검색한 홍수 피해 현황. (2018~2022)
물모아는 전문가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라기보다, 일반 국민이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서 기후와 물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는 플랫폼에 가깝게 느껴졌다.
기후변화 대응이 정책 문서 속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속 정보로 내려오는 지점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 '물모아'에서 기후변화 적응 정보 통합 플랫폼으로 물모아는 단순한 물관리 포털을 넘어, 기후변화 적응정책의 핵심 인프라로 설계돼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물모아에 축적되는 물관리 데이터를 선별·가공하여 2028년까지 국가 기후위기 적응 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5년 일부 개정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은 기존 기상정보 관리체계를 '기후위기 감시·예측 관리체계'로 확대하고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적응 정보를 통합 플랫폼에서 일원화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는 물 환경·해양수산 분야를 중심으로 시범 서비스가 진행 중이며, 향후 농업·산림·생태·보건·도시 분야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을 활용한 맞춤형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이 자신의 지역과 생활 여건에 맞는 기후 위기 대응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국제 협상의 한계를 넘어,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기후 적응 COP30은 적응재원과 기후금융,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논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지만, 구체적인 이행과 정책 전환은 여전히 각국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물모아'와 기후위기 적응 정보 통합 플랫폼 구축은 국제 협상의 한계를 데이터·시스템·제도 차원에서 보완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적응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한국은 이미 물모아를 통해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실행 단계에서 보여주고 있다.
정책기자단은 앞으로도 COP30 이후 한국이 만들어가는 데이터 기반 기후적응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국민의 일상과 연결되는 정책 변화를 계속 전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