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출입구에 친환경 우산빗물제거기가 있어서 우산을 비닐봉지에 담는 대신 빗물을 떨어낼 수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다.
도서관 입구에서 우산을 접었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이다.
예전 같았으면 출입구에 놓인 일회용 우산 비닐봉지를 집어 들었을 것이다.
대신 우산을 넣고 서너 번 움직이면 물기가 제거되는 친환경 우산빗물제거기가 눈에 들어온다.
일회용 우산 비닐봉지를 사용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불편했던 기억이 가셨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여러 먹는샘물 중에서 상표 띠가 없는 먹는샘물을 집어 들었다. 상표 띠가 없는 샘물은 상표 띠를 제거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편의점에서 먹는샘물을 집어 들면 또 다른 변화가 보인다.
상표 띠가 없는 페트병이다.
분리배출을 위해 라벨을 떼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아직 모든 제품에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상표 띠 없는 먹는샘물을 표준으로 정착시키며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커피점 한쪽에 자리한 텀블러 세척기는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는 추세에 맞춰서 사용자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커피점 한쪽에는 텀블러 세척기가 자리하고 있다.
'2025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박람회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회용기를 권장하는 흐름에 맞춰, 개인이 텀블러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매장 내에서 다회용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자동 세척까지 고려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물티슈는 플라스틱 제품으로, 자연분해가 되지 않는다. 생분해성 천연 종이로 만든 물티슈는 사용 후 처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간편하다는 이유로 자주 사용하는 물티슈 또한 플라스틱 제품으로 분류돼 폐기물 관리의 대상이 된다.
종이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합성 섬유가 포함돼 자연 분해가 되지 않고, 변기에 버리면 하수관 막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생분해성 천연 종이로 만든 물티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등포구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나눠준 물티슈는 생분해성 제품으로, 사용 후 처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공공기관 중심으로 생분해성 천연 종이로 만든 물티슈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택배 상자에 든 종이 완충재는 재활용이 쉽고 자연 분해할 수 있어서 포장 폐기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 뽁뽁이라 부르는 비닐 재질 완충재 대신 종이 완충재를 자주 보게 된 것도 정책 변화의 결과다.
정부는 포장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하위 법령 개정을 통해 과대포장을 규제하고, 불필요한 이중 포장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왔다.
이 과정에서 택배 등에 흔히 사용되던 비닐 재질 완충재를 종이 완충재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
종이 완충재는 재활용이 쉽고 자연 분해할 수 있어 포장 폐기물 감량과 더불어 자원순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 소재로 권장되고 있다.
세제, 샴푸, 린스 등의 액체를 리필제품으로 구매하면 사용 후 버리는 포장 용기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세탁세제와 샴푸, 린스, 화장품 용기 대신 리필제품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리필제품을 사용하면 버리는 포장 용기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정부는 표준 용기 사용 시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 감면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친환경 소비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는 기업이 제조·수입한 제품과 포장재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회수·재활용하도록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다.
재활용이 쉬운 구조로 개선된 포장재를 사용한 기업에는 분담금을 환급해 생산 단계부터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풍경은 환경을 위한 개인의 실천을 요구하기보다,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정책 변화에 가깝다.
새 정부는 국정과제 42번으로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을 제시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무작정 줄이자는 접근이 아니라,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이를 구체화한 전략이 '순환경제100(CE 100)' 이다.
'CE 100'은 2050년까지 플라스틱 등 주요 자원을 바이오 원료로 100% 전환하고, 재생 원료 사용을 제도화해 탄소중립을 앞당기기 위한 정부의 중장기 전략이다.
정책은 거창해 보이지만, 변화는 이미 일상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페트병을 사용 후 투명페트병 무인회수기에 넣을 때도 반드시 상표 띠를 제거해야 한다.
9월 6일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하는 '자원순환의 날'이다.
올해의 주제는 '탈 플라스틱, 지구를 위한 약속'으로, 일회용품 등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탈 플라스틱 실천을 국민과 함께 다짐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러한 실천 의지가 국정과제로 구체화했다.
정부는 2050년까지 생활 플라스틱을 100%, 사업장 플라스틱을 45%까지 바이오 원료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23년부터 플라스틱 페트병 등 주요 제품에는 재생 원료를 30%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재활용은 더 이상 권고가 아닌, 기업이 지켜야 할 기준이 됐다.
바이오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과 유사하지만, 옥수수·카사바·쌀 등 식물을 원료로 만들어 자연 분해가 가능하다.
이 같은 변화는 산업 현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25 대한민국 순환경제 페스티벌'과 '2025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에서는 바이오플라스틱 제품들이 소개됐다.
옥수수·카사바·쌀 등 식물을 원료로 만들어 자연 분해가 가능하면서도, 성능은 기존 플라스틱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직접 만져본 제품은 우리가 그동안 사용해 온 플라스틱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바이오플라스틱 기업 관계자는 "국내 기술 수준은 이미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순환경제 정책이 본격화하면 시장도 함께 커질 것" 이라고 말했다.
탈 플라스틱 정책은 규제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 원료와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비닐은 필름류에 해당하는 플라스틱이다.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 제품도 있다.
'CE 100'은 친환경을 위해 국민의 불편을 감수하라는 정책이 아니다.
우산 비닐봉지를 사용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먹는샘물의 상표 띠를 떼야 하는 번거로움을 사라지게 한다.
그동안 개인의 선택에 맡겨졌던 친환경 실천을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으로 우리 사회에 안착하겠다는 취지다.
플라스틱을 바꾸는 정책은 결국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소비 습관을 바꾸며, 일상의 기준을 바꾼다.
탈 플라스틱은 국정과제로 제시됐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서서히 국민의 삶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 (보도자료) 상표띠 없는 먹는샘물이 표준된다… 연간 플라스틱 2,270톤 감축
☞ (보도자료) 석유화학산업 고부가가치화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친환경 플라스틱 표준 민·관 공동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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