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활주로를 벗어난 항공기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며 폭발한 사고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면서 유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아픔을 남겼다.
나 또한 사고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아 한동안 계속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어느새 1년이 지나고,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12월 20일부터 전국에서 다양한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기억하라 12·29'를 주제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의 마음을 위로하며, 진상규명과 항공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인데, 12월 20일부터 개최되는 시민 추모대회를 비롯한 유가족 행사와 국민 참여 행사, 추모식 등으로 구성되었다.
시민 추모대회는 유족과 시민들이 서울 보신각 앞에 모여 희생자를 기리고 참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로 지난 20일 진행되었고, 24일에는 '유가족의 밤' 행사가, 27일에는 오후 2시 광주 동구 5.18 민주 광장에서 '광주·전남 시도민 추모대회'가, 28일에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되었다.
여러 행사가 진행되지만 특히 22일부터 29일까지는 서울역, 용산역, 김포공항, 인천공항, 광주송정역, 전남도청 등 7곳에서 디지털 분향소가 운영된다는 소식에 눈이 갔다.
디지털 분향소.
전국 곳곳에서 국민이 참여해 누구나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라, 나도 참여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장소 중 용산역 여행센터 앞 디지털 분향소를 직접 찾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용산역 여행센터는 용산역 3층 매표소 오른편에 자리 잡고 있다.
여행센터 앞, 간소하게 디지털 분향소가 마련되어있었지만 멀리서도 눈에 띄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현장에 찾아가 보니 두 가지 방식으로 추모를 할 수 있었다.
전자칠판 메시지.
하나는 전자칠판에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테이블 위 방명록에 손으로 직접 글을 적는 방법이었다.
나는 테이블 위 방명록을 선택해 간단한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방명록 작성.
분향소 운영 첫날, 오후 시간대였는데도 이미 추모 메시지를 남긴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의 경우 이런 디지털 분향소를 직접 찾아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일상 공간에서 잠깐이라도 희생자들을 떠올리고,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편 방명록에 글을 쓰는 동안, 분향소 한편에 설치된 TV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영상 속 "함께 보던 드라마를 볼 때, 희생자가 떠오른다" 라는 한 문장이 특히 마음을 울렸는데, 유족분들이 얼마나 큰 상실감을 느꼈을지 확 와닿았다.
글을 적고 난 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전자칠판에 메시지를 남기거나 테이블 위 방명록을 쓰지 않더라도, TV 화면을 바라보며 조용히 추모 영상을 보거나, 한참을 바라보다 가는 사람 등 다른 방문객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참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다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마음속으로 희생자를 떠올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되면서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자주 찾아 기억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디지털 분향소 추모 방법.
12.29 참사 1주기를 맞아 마련된 디지털 분향소는 29일까지 운영된다.
디지털 분향소는 일상 속 잠깐 들러 추모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니 아직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도 가까운 장소를 찾아 잠시라도 희생자를 떠올리고,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남기며 함께 기억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