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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어르신 웃음이 피어났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옥상정원

[내 삶을 바꾸는 국정과제⑥] 옥상에서 시작된 변화, 기후위기 속 쉼터가 되다

2025.12.31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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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틈만 나면 옥상에 올라가 나무 하나하나를 들여다봤어요."

영등포에서 55년을 보낸 김진 어르신.
영등포에서 55년을 보낸 김진 어르신.

영등포에서 55년을 살아온 김진(83) 어르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구청 내 늘푸름학교에서 중학교 3학년 과정을 공부하는 어르신은 자주 찾는 장소가 생겨 즐겁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새롭게 조성된 구청 별관 옥상정원 덕분이다.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옥상정원으로 탄생했다.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옥상정원으로 탄생했다.

이 옥상정원은 그냥 휴게 공간은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전 환경부)의 기후 탄력성 강화를 위한 공모 사업 중 하나로 선정돼 조성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기후 위기 취약계층 밀집 지역에 적응 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역 지원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 사업은 탄소중립기본법 제38조를 근거로 하며 지난 12월 22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대책'의 핵심 사업(국정과제 43번 '국가 기후 적응 역량 강화')과도 연결된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은 무엇일까?

폭염과 한파의 위협 속에서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취약한 시민으로, 70대 이상 노인, 독거 가정, 아동 등 기후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거처를 찾기 어려운 계층을 의미한다.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에 들어가는 12월을 앞둔 지난 11월, 이 사업으로 조성된 영등포구청 별관 옥상과 통합일자리지원센터를 찾았다.

영등포구청 별관은 늘푸름학교 어르신들이, 일자리센터는 청년 구직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같은 취지라도 이용자 특성에 맞춰 설계를 달리한 점이 눈에 띄었다.

주변과 잘 어울려 멋진 풍경까지 선사해 준다.
주변과 잘 어울려 멋진 풍경까지 선사해 준다.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옥상에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옥상에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먼저 찾은 곳은 영등포구청 별관 옥상녹화, 이음정원이다.

옥상으로 올라가 문을 열자, 색색으로 맞춘 나무와 꽃이 반겨준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도 있어 날씨 좋은 날 앉아 쉬기에 적합해 보였다.

특히 주변 건물들과 조화롭게 어울려 마음이 탁 트였다.

무엇보다 계절에 맞게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끌었고 날씨에 따라 내부에서 쉴 수 있는 스마트쉼터가 마련돼 유용함을 더했다.

김진 어르신은 몰랐던 꽃이나 식물을 알게 돼 재밌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학교 야외 수업도 하고 있냐는 질문에 함께 있던 늘푸름학교 센터장이 "아직 많은 학생이 앉을 공간은 조성이 다 되지 않았고, 직원들도 휴식하러 나오는데 어르신들이 우리만 차지하기가 조금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라고 답했다.

하지만 공간 활용도는 성공적이다. 과거 이곳은 모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쓰던 텃밭으로, 그동안 방치돼 덱은 썩어 안전 문제가 우려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끼정원과 테이블 쉼터, 단풍정원, 사계정원 등으로 새롭게 조성됐다.

작은 공간임에도 이야기를 담아 풍성함을 더했다.

이곳 안내판에는 다양한 녹화 유형을 적용하고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휴게시설을 조성하며, 실내외 온도 저감을 통해서 일 환경 개선 및 여가 공간 조성으로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편익을 제공한다는 사업 목적이 적혀 있었다.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역지원 사업'으로 조성된 통합일자리지원센터 벽면 녹화.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역지원 사업'으로 조성된 통합일자리지원센터 벽면 녹화.

구청 앞 통합일자리지원센터는 외벽에 식물이 조성돼 한눈에 싱그러움이 그려졌다.

건물만이었다면 삭막했을 텐데, 생기 있는 식물들을 보니 피곤한 마음이 풀린다.

기후 관련 혜택은 차치하고라도 확실히 식물이 주는 분위기는 특별하다.

더욱이 구직으로 지친 사람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이런 작은 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힘을 받지 않을까.

이 사업을 어떻게 공모하게 되었는지, 또 직접 혜택을 받는 사람은 어떤 생각일지 궁금했다. 두 곳을 둘러본 후 이 사업을 담당한 영등포구 공원녹지과 정성문 과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등포구 공원녹지과 정성문 과장.
영등포구 공원녹지과 정성문 과장.

Q. '2025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역지원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영등포는 공원녹지 면에서는 소외 지역이나 다름없어요. 공원 녹지율이 15.5% 정도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2~23위 수준이며 서울에서 유일하게 산이 없는 자치구죠. 그래서 고민했고 추진 전략을 세워 작년에는 '정원도시 영등포'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Q. 구청 별관 옥상과 일자리센터 외벽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여러 고민이 있었어요. 기후변화 위기에도 대응하면서 사회 지표도 바꿀 수 있고, 커뮤니티 기능도 활발하게 하면서 땅도 없는데 활용할 수 있는 게 뭘까. 그게 바로 옥상이었어요. 건물 기후나 열섬 현상도 해결하고, 주민끼리 사회적 기능도 높일 수 있잖아요. 구청 특성상 직원뿐만 아니라 방문객도 많고, 무엇보다 사회 취약계층(늘푸른학교)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어르신들이 지하에서 공부하시는데 나오셔도 어디 쉴 공간이 없었죠. 그러다 이곳 준공식 때 올라오셔서 '이런 공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 라고 하셨어요. 집에서 도시락을 싸 오거나 보온병에 차도 넣어 오셔서 즐겁게 드시더라고요.

깔끔한 길이 만들어져 걷기에도 편리하다.
깔끔한 길이 만들어져 걷기에도 편리하다.

Q.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과 효과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공원과 녹지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환경 지표와 사회 지표를 바꾸는 것. 저는 사실 사회 지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 자살률 최고, 우울증도 심각하고 행복지수도 낮잖아요.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선진국인데 사회 지표는 너무 안 좋아요. 공동체 지수, 행복지수, 우울감 같은 걸 바꿀 수 있는 게 바로 공원이나 녹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 쉼터를 만들었어요. 폭염이나 한파, 비가 올 때를 생각해서 아예 다 막고 냉난방이 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사업의 큰 의미는 단순히 조성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모니터링까지 한다는 거예요. 설치 전후 내부 기온이 어떻게 바뀌는지 전부 데이터로 남기죠. 그게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Q.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셨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죠. 그분들이 이런 공간을 제공해 줘 고맙다는 말씀이 뭉클했어요. 준공식 때 올라오셔서 '이런 곳이 있어 너무 즐겁다, 감사하다.' 라고 하셨고 지금도 종종 가보면 김밥 사서 오시고 집에서 보온병에 가지고 오셔서 쉬시더라고요.

통합일자리지원센터에 조성된 녹화. 건물 옆면에 식재된 식물과 정면 식물도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통합일자리지원센터에 조성된 녹화. 건물 옆면에 식재된 식물과 정면 식물도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앞서 말했듯 영등포구청 통합일자리지원센터의 벽면녹화는 청년 구직자들이 주로 찾는 곳이기에 디자인도 다르다.

이 두 곳의 공사를 맡은 한국도시녹화 김정한 이사는 "청년들은 조금 푸르르고 동적인 느낌을 좋아하지만, 어르신들은 정적이고 꽃이 살짝살짝 피는 걸 선호한다." 라며 "일자리센터는 '모든 식물은 아름답고, 모든 식물은 성장하고 싶다'는 콘셉트로 구직자들에게 각자의 강점과 맞는 일자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라고 설명했다.

통합일자리지원센터의 식물이 주는 활력이 느껴진다.
통합일자리지원센터의 식물이 주는 활력이 느껴진다.

실내외 식재도 차이가 있다. 실외는 비와 바람에 강한 식물 위주, 실내는 공기정화 식물 중심이다.

벽면녹화는 옥상과 달리 빗물을 직접 받지 못하므로 적은 물로도 잘 자랄 수 있는 종을 선택했다.

"2026년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역지원사업 중에 경북 김천의 한 고등학교가 선정됐는데 저희가 맡게 됐습니다. 그곳은 옥상, 벽면, 지면을 연결하는 통합 녹화로, 비가 오면 빗물이 옥상과 벽면을 따라 땅으로 스며드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김천에 있는 학생 2명을 채용했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옥상녹화 이음정원에 설치된 스마트쉼터 내부.
옥상녹화 이음정원에 설치된 스마트쉼터 내부.

어느덧 추운 계절이 왔다.

내년 봄이면 이곳 식물들은 더 풍성해질 터다.

어르신이 수업 전 잠깐 올라가 나무를 보고 바람을 쐬며 구직으로 지친 청년이 녹색 벽면을 보며 잠시 숨을 고르며 일상을 보낼 것이다.

지난 12월 22일 정부가 발표한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에는 AI 홍수 예보, 댐 연계 운영, 대형 산불 대응, 스마트 농업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전 세계에 닥친 기후위기가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위협하지 않도록 이런 정책들이 더 많은 곳에서 더 구체적으로 잘 이행되기를 기대한다.

☞ (정책뉴스)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수립…댐·하천 등 국가 기반시설 혁신


정책기자단 김윤경 사진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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