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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풍경길, 오래된 길에서 다시 발견한 대한민국의 첫 관광도로

굽이마다 펼쳐지는 지리산 풍경…관광도로 지정으로 새롭게 만난 풍경
함양 상림공원부터 백무동까지, 직접 따라간 지리산 풍경길

2026.01.03 정책기자단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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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림공원에서 백무동까지, 지안재의 굽이와 오도재의 능선을 따라서

지리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오도재의 연속된 굽이. 오래된 통행로였던 이 길은 '관광도로' 지정 이후 풍경을 체험하는 길로 새롭게 해석됐다.
지리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오도재의 연속된 굽이. 오래된 통행로였던 이 길은 '관광도로' 지정 이후 풍경을 체험하는 길로 새롭게 해석됐다.

국토교통부가 국내 최초로 '관광도로' 제도를 도입하며 함양의 오도재·지안재 구간을 포함한 6개 노선을 선정했다.

경남 함양의 '지리산 풍경길'은 새로 만든 도로가 아니라, 지역민과 여행객이 오랫동안 오가던 기존의 길이다.

그러나 이번 지정으로 이 길은 함양이 지닌 자연과 문화, 역사를 선형으로 잇는 체험형 공간으로 재정의 됐다.

먼저 함양 상림공원을 시점으로 출발해 종점인 백무동까지, 총 59.5km를 직접 따라가며 지리산 자락에 스며든 삶의 풍경을 기록한다.

◆ 상림공원 - 천년 숲의 길을 따라 걷는 고요한 시간

잎을 떨군 나무 사이로 겨울의 기운이 스며든 함양 상림공원 산책길. 천년 숲은 계절이 바뀌어도 차분함을 유지한다. (사진=함양군청 제공)
잎을 떨군 나무 사이로 겨울의 기운이 스며든 함양 상림공원 산책길. 천년 숲은 계절이 바뀌어도 차분함을 유지한다. (사진=함양군청 제공)

함양에 들어서면 상림공원이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잎을 떨군 나무들 사이로 겨울의 공기가 곧게 스며들고, 숲길은 한층 단정한 표정을 띤다.

붉고 노랗던 색은 사라졌지만, 가지와 줄기가 만들어내는 선과 숲의 깊이는 오히려 또렷해진다.

천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숲이라는 사실은 설명이 없어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순간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상림공원은 관광도로의 '힐링 구간'으로 재해석되어, 차에서 내려 잠시 걸음을 늦출 수 있는 드문 숲길이자 이 여정에서 가장 고요한 시간이 머무는 공간이다.

 남계서원 - 도덕적 실천을 중시한 조선 성리학 교육의 현장

경남 함양에 자리한 남계서원. 도덕적 실천과 인격 수양을 중시한 조선 성리학 교육의 정신이 공간 전체에 배어 있다.
경남 함양에 자리한 남계서원. 도덕적 실천과 인격 수양을 중시한 조선 성리학 교육의 정신이 공간 전체에 배어 있다.

16~17세기 조선 사회에서 서원은 학문 교육을 넘어 지역 사회의 도덕과 질서를 이끄는 지식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전통을 대표하는 유산 가운데 하나가 경남 함양에 있는 남계서원이다.

남계서원은 도덕적 실천과 인격 수양을 중시한 성리학 교육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서원으로 평가된다.

남계서원은 1552년 함양 지역 유학자들이 조선 초기 성리학자 정여창(호 일두)의 학문과 삶을 기리기 위해 창건하였다.

이후 1566년(명종 21) 국왕으로부터 '남계서원'이라는 현판을 하사받아 사액서원이 되었으며, 이는 국가 차원에서 학문적·도덕적 가치를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남계(藍溪)'라는 이름은 서원 앞을 흐르는 하천에서 유래하였다.

임진왜란 시기 남계서원은 경남 지역 의병 활동의 거점 역할을 하였으나, 정유재란 때 왜군의 침입으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인근 지역으로 옮겨졌다가 1612년 현재의 자리에서 재건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변천은 남계서원이 교육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정신적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 구성 속에서 강학과 제향이 함께 이루어진 남계서원은 조선 성리학이 지향한 '앎과 실천의 일치'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오늘날까지 그 가치를 전하고 있다.

◆ 개평한옥마을 - 선비풍류길을 따라 만난 사람들의 일상

개평한옥마을에 남아 있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 수백 년의 시간이 쌓인 한옥은 오늘날에도 마을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쉰다.
개평한옥마을에 남아 있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 수백 년의 시간이 쌓인 한옥은 오늘날에도 마을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쉰다.

남계서원에서 차로 몇 분 이동하면 개평한옥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전통 한옥들이 비교적 온전히 보존된 이 마을은 조선 성리학의 대가 정여창의 생가지인 일두고택을 비롯해 풍천노씨 대종가, 노참판댁 고가, 하동정씨 고가, 오담고택 등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선조들의 생활 방식과 미감이 지금도 일상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돌담과 기와지붕이 이어지는 골목길은 주민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공간이자, 선비 문화의 생활사를 고스란히 품은 장면이다.

국토교통부 관광도로 지정 이후 이 일대는 '선비풍류길'로 성격이 분명해지며, 걷는 길 자체가 역사와 일상을 잇는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 문화해설사는 "관광도로로 지정된 뒤 예전보다 마을을 찾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라며 "이곳이 천천히 걸으며 사람과 시간을 만나는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라고 말했다.

개평한옥마을은 그렇게 오늘도 조용한 일상 속에서 선비 풍류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 거연정 - 계곡 위에 남은 선비의 풍류

계곡 위 바위에 앉은 거연정. 흐르는 물과 정자가 어우러지며 조선 후기 선비의 풍류와 사색의 시간을 전한다.
계곡 위 바위에 앉은 거연정. 흐르는 물과 정자가 어우러지며 조선 후기 선비의 풍류와 사색의 시간을 전한다.

경남 함양에 자리한 거연정은 조선 후기 선비의 정신과 풍류를 간직한 정자이다.

이곳은 동지중추부사를 지낸 전시서가 1640년경 서산서원을 세우며 인근에 억새로 지은 정자를 처음 마련한 데서 시작되었다.

이후 1853년 화재와 1868년 서원철폐령으로 서원이 철거되자, 1872년 전시서의 7대손 전재학 등이 서산서원 재목을 활용해 정자를 다시 세웠고, 1901년 중수가 이루어졌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과 바위 위에 앉은 정자가 어우러져, 머무는 이로 하여금 번다한 생각을 내려놓게 하는 깊은 운치를 전한다.

◆ 지안재·오도재 - 굽이의 리듬에서 파노라마로 열리는 지리산 풍경길

오도재 정상에 세워진 '지리산 제1문'. 이 지점을 기점으로 풍경은 파노라마처럼 열리며 지리산 깊숙한 산자락으로 이어진다.
오도재 정상에 세워진 '지리산 제1문'. 이 지점을 기점으로 풍경은 파노라마처럼 열리며 지리산 깊숙한 산자락으로 이어진다.

거연정을 지나 지리산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만나는 지안재는 함양을 대표하는 드라이브 구간이다.

연속된 S자 굽이는 도로의 선형을 또렷하게 드러내며, 굽이를 돌 때마다 시야와 풍경이 끊임없이 바뀐다.

산의 결을 거스르지 않고 흐르듯 이어진 도로는 길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자 경험이 된다.

이 구간에서 운전자는 목적지를 향해 차량 속도는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굽이를 돌 때마다 시야가 바뀐다.

지안재를 지나 더 고도를 올리면 풍경은 또 한 번 성격을 바꾼다.

오도재로 접어드는 순간, 그동안 좁혀졌던 시야가 갑자기 열리며 지리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겹겹이 이어진 능선과 계절의 색을 품은 산자락은 사진보다 실제에서 훨씬 넓고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리산 풍경길 가운데 '파노라마길'이라는 이름이 가장 설득력을 얻는 지점도 바로 이곳이다.

오도재 중턱 숲길에 자리한 변강쇠·옹녀의 묘. 설화가 깃든 이 공간은 길 위의 풍경에 이야기를 덧입히는 지점이다.
오도재 중턱 숲길에 자리한 변강쇠·옹녀의 묘. 설화가 깃든 이 공간은 길 위의 풍경에 이야기를 덧입히는 지점이다.

오도재를 오르다 보면 중턱에서 '지리산 오도재 힐링캠핑장'과 함께 '변강쇠·옹녀의 묘'라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안내를 따라 약 250미터가량 산길을 오르면 두 기의 낮은 봉분과 설화 속 인물의 무덤으로 소개된 표석이 나타난다. 이 일대는 판소리 「가루지기타령」에서 평안도의 옹녀와 변강쇠가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와 오도재 인근에 정착하는 대목의 배경으로 설정된 공간으로, 사설에는 지리산과 오도재 등 현재의 지명이 그대로 등장한다.

역사적 사실로 확인된 인물은 아니나, 이 작은 공간은 오도재를 찾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풍경에 이야기를 덧입힌다.

전망대에 모여든 여행객들의 시선과 잠시의 정적 속에서, 지안재의 굽이와 오도재의 조망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 길이 '길 자체가 목적지'라 불리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오도재 정상에 이르면 간단히 쉬어갈 수 있는 휴게소와 함께 '지리산 제1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문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길은 점차 지리산의 품 안으로 스며들 듯 이어지며, 곧 마천면과 백무동으로 향한다.

굽이의 리듬과 파노라마가 이어지던 풍경길은 이렇게 지리산 깊숙한 산자락으로 연결되며, 여정의 성격을 다시 한번 바꿔 놓는다.

백무동은 지리산 탐방로의 대표적인 입구이자 지리산 풍경길의 종착지다.

이곳에서 길 위에 쌓인 장면들은 고요한 여운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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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자단 정재영 사진
정책기자단|정재영cndu3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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