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는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39점을 서울에서 처음 공개한 전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그간 국외 왕실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을 꾸준히 열어 왔으며, 이번이 그 여섯 번째 전시다.
특별전 제목이 '천년을 흘러온 시간'이다.
제목의 유래를 알 수 있는 글이 제2전시실 입구에 있다.
전시 제목은 『고킨와카슈古今和歌集』의 "산길의 국화 위 이슬이 맺히고 마르는 사이에, 어느새 나는 천년의 세월을 살아온 듯하구나"라는 글이다.
신선의 궁전을 이미지로 지은 와카和歌에서 따온 말로, 헤이안 시대 이후 오랜 시간 지속된 일본의 궁정문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도쿄국립박물관과 협력으로 특별전「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를 마련했다.
일본의 궁정문화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매일 오후 2시 기획전시실3에서 전시 해설을 진행 중이다.
필자도 시간에 맞춰서 전시 해설을 들었다.
전시 해설이 있는지 모르고 방문했던 관람객들이 하나둘 김라임 해설사 옆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시실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제1전시실은 궁중의 공간과 복식, 그리고 의례와 관련된 화첩을, 제2전시실은 궁정 음악 가가쿠, 좌방·우방의 소리와 복식을 다루고 있다.
일본의 궁정문화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매일 오후 2시 기획전시실3에서 전시 해설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궁정은 국가 의식을 거행하던 공적 공간인 조도인朝堂院과 덴노 일왕의 생활 공간인 다이리内裏로 나뉜다.
중국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은 조도인과 달리 다이리는 일본 고유의 건축 양식인 신덴즈쿠리寝殿造로 지어졌다.
일본의 궁정은 장지문(쇼지)과 병풍이 벽 대신 공간의 경계를 나누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간을 구분하는 장지문과 병풍의 배치로 위계와 기능을 표현했다는 설명은, 조선 궁중의 공간 구성 방식과도 닮았다.
조선 역시 공식 의례 공간에서는 병풍과 장막, 휘장으로 공간을 나누고 시선을 조절하며 권위와 예를 드러냈다.
이러한 공간 구분 방식은 조선 궁중의 병풍과 장막을 이용한 공간 구성 방식과도 유사해, 양국 궁중문화의 공통적 문법을 드러낸다.
일본의 궁정은 장지문(쇼지)과 병풍이 벽 대신 공간의 경계를 나누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복식 전시에서는 겉옷 '호(袍)'의 색과 문양, 관모 '간무리', 홀(笏) '샤쿠' 등을 통해 신분과 계급이 표기되고 있다.
이 체계는 조선시대 관복의 품계 구분 체계와도 많은 유사점을 보였다.
조선의 흑단령, 흉배 문양, 관모·홀 규범 등으로 품계를 구분한 체계와 유사한 동아시아 공통의 위계 표기 문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양국의 '다름'만 강조해 온 한일의 문화가, '닮은 규범' 속에서 다시 비교·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궁정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화려한 복식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궁정의 생활 공간인 다이리는 일본의 전통적인 신덴즈쿠리 건축물로, 이 공간을 의식이나 행사, 계절에 맞춰 꾸미는 것을 시쓰라이室礼라 한다.
좌식 생활을 기본으로 하여 그에 적합한 2단 수납장이나 2단 선반 등의 가구가 많았으며, 일본에서 발달한 마키에나 나전 기법으로 꾸며졌다.
일본의 궁정에서도 좌식 생활을 기본으로 하여 2단 수납장이나 2단 선반 등의 가구가 많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인 의례화첩은 닭싸움, 관현악 연주, 무용 감상 등 에도시대 궁중의 크고 작은 의례와 행사를 기록하여 궁중의 의례가 백성의 생활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보여준다.
막부 정권이 들어서면서 많은 궁정 행사가 폐지되기도 하였으나 17세기 에도 막부 이후 전란이 진정되자, 점차 궁정 의례가 재개되었고 그에 관한 기록이 화첩에 담겨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궁정의 의례화첩은 우리의 조선왕실의궤와 풍속화를 합쳐 놓은 듯했다.
특히 궁중에서 행사가 있을 때 궁궐 밖 풍경이 눈길을 끈다.
구중궁궐을 넘어 울러 퍼지는 음악 소리에 백성들이 담장 밖에서 행사를 구경하는 모습도 화첩에 담겼다.
의례화첩은 에도시대 궁중의 크고 작은 의례와 행사를 기록하고 있다. 전시실에 마련된 키오스크를 통해 자세히 볼 수 있다.
제2전시실은 가가쿠(雅樂) 음악과 공연, 그리고 좌방·우방 계열의 색 대비로 구성된다.
일본의 궁정 음악인 가가쿠는 악기 연주와 무용을 함께 아우른다.
궁정에서는 우타료雅楽寮를 두어 조정의 공식 행사에서 가가쿠를 연주하고 악인楽人을 양성하게 하였다.
가가쿠는 크게 일본의 전통 악무와 외래 악무로 구성되어 있으며, 좌우로 구분되는 것이 특징이다.
제2전시실 입구에 일본의 사계절을 담은 풍경화가 영상으로 재현되고 있다.
중국 당나라 연향악의 영향을 받았지만, 일본의 정서와 구조로 재편된 양식이다.
좌방은 붉은색 계역의 복식을 입으며 당악唐樂 계통의 음악이다.
우방은 청색 계열 복식이며, 고구려·백제·신라·발해·일본 전통악의 융합으로 각 계열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 구조 또한 위계를 색과 악기, 무용 형식으로 표기하는 동아시아 공통의 문화 코드를 드러낸다.
제2전시실의 벽에는 당시의 음악과 무용하는 장면이 디지털 전시로 재현되고 있었다.
가가쿠는 크게 일본의 전통 악무와 외래 악무로 구성되어 있으며, 좌우로 구분되는 것이 특징이다.
1월 19일 이후 회화·병풍·화첩이 전면 교체 전시될 예정이라고 했다.
전시는 한 번의 관람으로 끝나지 않고 시기별로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는 지속형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전시실 현장에서 관람객 동선을 안내하던 운영요원 김시헌 씨는 "국립고궁박물관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이 많아요. 일본인에게도 일본의 궁정문화가 생소해서, 서울에 와서 오히려 일본 궁정문화를 접하게 된다면서 낯선 경험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1월 19일 이후 전시 내용이 바뀌면 때맞춰 일본 관람객들이 다시 찾을 거라고 합니다. 자국의 문화를 일본 도쿄가 아닌 한국의 서울에서 다시 배우는 기회라는 반응입니다"라고 전했다.
일본 관광객의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궁정문화를 서울에서 접하게 되는 낯선 경험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반응이다.
전시는 외교의 언어를 국민의 경험으로 바꾼다 관월당 귀환은 우리의 과거를 회복하는 방향,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은 일본 왕실 문화를 서울에서 공유하며 상호 이해의 창을 넓히는 방향이다.
두 방향성은 충돌이 아니라 균형이다.
문화유산의 귀환과 왕실 문화의 공유는, 행사를 넘어 관계의 토대가 되는 문화 교류의 두 축으로 작동한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은 2025년의 기념일로 출발했지만, 2026년 이후의 관계는 '행사 종료'가 아니라 '교류의 지속과 확장'에 있다.
문화·관광 협력의 확장 – 정부에서 지역과 민간으로 지난해 12월 1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일본 국토교통성은 '제39회 한일 관광진흥협의회'를 일본 시가에서 개최하며, 관광 교류 확대와 지역 관광 협력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채택했다.
정부 간 협력은 이제 지역과 민간 단위의 참여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은 2025년의 기념일로 출발했지만, 2026년 이후의 관계는 '행사 종료'가 아니라 '교류의 지속과 확장'에 있다.
중요한 것은, 문화가 국민의 일상에서 체감되고, 적대의 언어가 환대의 언어로 바뀌며, 닮은 규범과 다른 미학을 함께 읽어내는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