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정안전부는 '황장엽 망명 친서' 등 그간 비공개로 관리되던 역대 대통령 기록물 약 5만 4000건을 공개 전환하기로 밝혔다.
대통령 기록물은 대통령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생산·접수한 모든 공적 기록으로 국정 운영의 책임성과 역사적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자료다.
공개가 원칙이지만 국가 안보 등 중대한 사안의 경우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퇴임 후 최대 15년, 안보·외교 분야는 최대 30년까지 비공개로 관리된다. 이에 따라 기간이 만료된 기록물은 단계적으로 국민에게 공개된다.
이번에 공개된 대통령 기록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주고받은 서한을 비롯해 이명박 정부의 '국가상징거리 조성 계획',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 등 각 정부의 국정 운영을 엿볼 수 있는 주요 자료들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국민은 과거 국정 운영의 맥락과 정책 결정 과정을 더욱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기록물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공공적 가치와 민주주의적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 비해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필자 역시 이번 정책 변화를 접하기 전까지 대통령 기록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식하거나 관심을 두지 못했다.
대통령 기록물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공개 전환 소식을 계기로 기록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필자는 그 의미를 직접 되새겨보고자 대통령기록관(이하 기록관)을 방문했다.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있는 대통령기록관
기록관은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있으며, 국립세종도서관과도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운영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로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기록관에 입장하면 간단한 보안 절차를 거친 뒤, 1층부터 4층까지 주제별로 나뉜 전시 공간을 관람할 수 있으며 해설 안내를 원할 경우 미리 예약하면 전시해설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1층 로비에서 층별 전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로비를 지나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대통령 얼굴을 취임사로 형상화한 예술 작품이 등장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를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각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와 비전, 그리고 당시의 시대적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
대통령들의 취임사로 형상화한 텍스트 예술 작품
1층 관람 후 4층으로 올라가면 기록관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역대 대통령의 문서·사진·영상·휘호 등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문서를 포함해 2007년 남북 공동 10·4 선언문 등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주요 기록물을 실물로 접할 수 있다.
특히 1949년 제1회 국무회의 당시 작성된 회의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오늘날 대한민국 국정 운영의 출발점이 된 순간이 기록으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제1회 국무회의록의 원본
남북 공동 10·4 선언문의 원본
이와 함께 전시된 대통령들의 휘호도 눈에 띄었다.
휘호는 대통령이 직접 붓으로 남긴 글씨로 단순한 필체를 넘어 당시 대통령의 가치관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록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
4층 '대한민국의 대통령'에서 기록물 중심의 관람을 했다면 3층 '대통령의 공간'에는 역사적 현장의 순간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청와대 대통령 접견실·춘추관·집무실 등이 실제와 유사하게 재현돼 있어 관람객들은 직접 앉아보고 사진을 찍으며 기록물이 만들어진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기록 전시관을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하여 어린 관람객들도 역사의 기록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된 대통령 접견실
이와 함께 역대 대통령 초상화와 정부별 대표 업무보고서 실물이 전시돼 시기별 주요 국정 과제와 사건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대책 보고서, 금융실명제 공포문, 새천년 연설문 등에는 당시 대통령들의 고뇌와 국가 운영 비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대통령들의 업무 보고서
마지막으로 2층 '대통령의 선물'에는 대통령의 정상외교와 관련해 외국 정상들로부터 받은 선물과 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정상회담 소식에서 흔히 접하던 외교 선물들의 실물을 직접 관람할 수 있었으며,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뿐 아니라 파나마·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가들의 외교 기념품이 전시돼 있었다.
이를 둘러보며 역대 대통령들의 외교 활동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정상회담 후 외국 정상에게 받은 기념품들
이처럼 대통령기록관은 다양한 대통령 기록물과 정상외교 선물·초상화 등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현장감있게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시 전시관 외에도 외교·정치 분야를 주제로 한 특별 기획 전시가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대통령 기록물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 (정책뉴스) 황장엽 망명 친서 등 대통령기록물 5만 4000여 건 공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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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한경준 kjun65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