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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주간, 흙에서 만난 치유

2026 공예주간 특별전…KCDF 갤러리에서 열려 (~6.28.)
흙을 다듬고 나무를 깎고, 실을 엮어 빚는 예술…맹욱재 작가 인터뷰도

2026.06.26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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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조물 누르는 손끝을 따라 흙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밀고 당기며 형태를 잡고 정교하게 잘라내자, 흙이 어느새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투박한 흙 한 덩이가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토끼와 고양이의 도자 합. (본인 촬영)
토끼와 고양이의 도자 합 (본인 촬영)

'2026 공예주간'을 이틀 앞둔 지난 6월 17일, 여의도 더현대 서울 CH1985 스튜디오 A에서는 특별한 강좌가 열렸다. 자연에서 온 흙을 도심 속 백화점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일이었다. 나는 이번 2026 공예주간을 맞아 생애 첫 도자 합 만들기에 도전했다.

몰입해야 망가지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한다(본인 촬영).
몰입해야 망가지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한다. (본인 촬영)

9회를 맞이하는 공예주간(Korea Craft Week)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함께 주관하는 국내 대표 공예 축제다. 6월 19일(금)부터 28일(일)까지 전국의 공방, 갤러리, 미술관, 박물관, 문화공간이 하나로 연결돼 공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일상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열흘 간의 여정이다.

참가자 각 자리에 놓여진 도구와 흙.(본인 촬영).
참가자 각 자리에 놓인 도구와 흙 (본인 촬영)

원래부터 공예를 좋아했지만 도자 합을 만드는 건 처음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더현대에 도착했다. 테이블 위에는 점토판과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맹욱재 작가의 테이블에는 완성된 작품과 함께 초벌 소성을 마친 작은 토끼·고양이 도자 인형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일찍 도착한 참가자들은 작품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탄성을 자아냈다.

직접 시연하며 알려주는 맹 작가(본인촬영).
직접 시연하며 알려주는 맹 작가 (본인 촬영)

강좌는 맹욱재 작가가 도자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고 직접 시연을 보인 뒤 참가자들이 만들어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점토판으로 합의 몸체를 만들었다. 흙을 부드럽게 펴서 밀대로 밀고 자른 뒤 형태를 잡았다. 맹 작가는 무엇보다 내부를 꼼꼼하게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자 합을 만드는 참가자(본인 촬영).
도자 합을 만드는 참가자 (본인 촬영)

점토판 작업은 생각보다 섬세했다. 두께를 고르게 밀어야 했고, 흙벽을 세울 때는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줘야 했으며 뚜껑과 몸체가 딱 맞아떨어지도록 신경을 써야 했다. 쓰러질 것 같은 흙벽을 정성껏 다듬자, 처음부터 하나의 도자였던 것처럼 보였다.

맹 작가의 시연에 열심히 바라보는 참가자. (본인 촬영)
맹 작가의 시연에 열심히 바라보는 참가자 (본인 촬영)

도자기를 만드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완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형태가 무너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고 그 몰입은 어느새 힐링으로 바뀐다.

마무리를 앞두고 채색 작업을 시작했다. 작고 하얀 토끼 인형을 손에 들고 붓으로 조심스럽게 색을 입혔다. 귀에 살짝 분홍색을 올리고 발끝에는 명암을 더했다. 작은 동물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았다.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보며 채색을 하고 있다(본인 촬영).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보며 채색하고 있다. (본인 촬영)

함께 참여한 한 참가자는 핸드폰으로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보며 색을 칠했다. 두 마리중 큰 고양이를 모델로 삼았다는 그의 손길이 더 정성스럽게 보였다. 또 다른 참가자 역시 고양이를 선택했다. 그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아들이 생각났다고 했다. 한 공간에서 같은 도자기를 만들면서 각자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며 흙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참 훈훈했다.

번화한 백화점 내에서 공예가 열리자 많은 사람이 구경을 했다 (본인 촬영).
번화한 백화점 내에서 공예가 열리자 많은 사람이 구경했다. (본인 촬영)

두 시간 걸쳐 만든 도자 합을 바라봤다. 처음 머릿속에 그렸던 매끈한 타원형과는 달리 항아리 모양에 선도 고르지 않았으며 채색도 살짝 삐져나간 곳이 있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좋았다. 내 손으로 만들었기 때문일까.

맹욱재 작가(본인 촬영).
맹욱재 작가 (본인 촬영)

수업을 마친 후 강사인 도예가 맹욱재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경기도자비엔날레, 영국도자비엔날레 등 여러 국제 비엔날레에 참여했고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개인 작가 부문에 선정돼 개인전 'White Forest'를 개최했으며 현재 작업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이번 수업에 토끼와 고양이를 고른 이유가 궁금했다.

"고양이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대표적인 동물이잖아요. 제 작업실 주변에도 늘 고양이들이 보이고요. 또 토끼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약한 존재이지만, 여러 곳에서 친근하게 활용되는 동물이기도 해요. 그런 친근한 생활 속 모습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어서 토끼와 고양이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토끼·고양이뿐 아니라 개나 새처럼 일상에서 직접 경험하고 에피소드가 있는 동물들을 작업 소재로 즐겨 선택한다고 했다.

밀대로 밀고 있는 참가자(본인 촬영).
밀대로 밀고 있는 참가자 (본인 촬영)

그렇다면 맹 작가는 어떻게 도예를 시작하게 됐을까.

"원래 미술을 전공했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도자기에 관심이 있으셨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공예 기술을 전공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됐죠."

어린 시절 문경의 자연 속에서 보낸 경험이 지금의 작업 세계를 만든 밑바탕이 됐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때의 경험이 자연과 생명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어요."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또 공예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치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부여에서 열린 개막식. (KCDF제공)
부여에서 열린 개막식 (KCDF 제공)

"일반인들은 공예를 예술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생활 자기를 보고 비싸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공예 관련인이나 지인들은 이 가격에 파냐고 놀라거든요. 그만큼 대중과의 인식 격차가 크죠.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숙제입니다."

해외 상황을 언급할 때 목소리에 아쉬움도 배어났다.

"외국에서 조형 작품이나 오브제를 판매하기도 했는데요. 그곳에서는 수집가들이 작가를 잘 발굴하고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 도자는 역사가 깊지만 '생활 자기'라는 인식이 강해서, 도자 오브제 시장이 충분히 넓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공예주간과 같은 기회를 통해 많은 분이 공예와 가까워진다면 앞으로는 분명 달라지지 않을까요?"

부여에서 열린 개막식. (KCDF제공)
부여에서 열린 개막식 (KCDF 제공)

2026 공예주간의 거점도시는 부여다. 행사 중심지인 123사비 공예마을에서는 '공예로 머무는 부여'를 주제로 전시, 체험, 마켓 등 약 12개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5개 권역에서도 각 지역 특색을 살린 전시, 마켓, 체험, 투어 등 다양한 공예 프로그램 약 30개가 진행됐으며 전국의 공방·갤러리 등 200여 개 참여처에서 다양한 형식의 공예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된다. 지역 곳곳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이 많은 만큼 가까운 곳을 찾아 직접 참여해 볼만하다.

KCDF갤러리에서 6월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로컬감각'.(KCDF제공)
KCDF갤러리에서 6월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로컬 감각' (KCDF 제공)

또 공예주간의 진수를 한눈에 확인하고 싶다면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6월 19일(금)부터 28일(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로컬 감각'을 주목해 보자. 거점도시 부여를 비롯해 부산, 세종, 전주, 제주, 칠곡 등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12명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KCDF갤러리에서 열리는 특별전 '로컬감각'.(KCDF제공)
KCDF갤러리에서 열리는 특별전 '로컬 감각' (KCDF 제공)

서로 다른 지역의 재료와 기술, 생활 문화 속에서 쌓아 온 고유한 감각을 엿보며 한국 공예의 다양성과 미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전시가 끝나도 공예주간 전시는 이어진다. 6월 24일(수)부터 7월 12일(일)까지 KCDF갤러리에서는 2026 공예주간 특별전시인 강화도 완초공예 전승 공동체인 '석모리왕골단'이 '송둥이(완초로 짠 함) 짜시꺄?'가 진행된다. 이 전시에서는 전통 기법의 작품부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응용 작품까지 총 50여 점의 완초공예품을 선보인다.

아이디어스에서 열리는 공예주간 (츨처=아이디어스)
아이디어스에서 열리는 공예주간 (아이디어스)

지금도 전국의 공방과 갤러리, 미술관에서 누군가는 흙을 빚고, 실을 엮고 나무를 깎고 있다. 지금까지 공예를 보아만 왔다면 공예주간 동안 그 안으로 한 발짝 들어가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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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자료) '2026 공예주간', 공예로 머물고 지역을 만나다

김윤경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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