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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책이 묻고 사람이 답하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제68회 2026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든 대한민국 대표 책 축제
기말고사 마지막 답안지를 내려놓자마자, 필자는 가방을 들고 코엑스로 향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마음이 앞섰다. 각종 매체에서 쏟아지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 소식을 접할 때마다 기대감이 차곡차곡 쌓였고, 결국 온라인 예매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그리고 드디어 6월 26일, 현장에서 표를 팔에 두르는 순간 그 작은 종이 한 장이 괜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책 냄새가 가득한 그곳. 매년 어김없이 출판가 최대의 잔치가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올해도 6월 24일(수)부터 28일(일)까지 닷새간 서울 코엑스 A홀과 B홀을 가득 채웠다. 올해로 68회, 반세기를 훌쩍 넘긴 이 오래된 책의 축제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입장하는 줄에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 한 손에 메모를 빽빽이 적어 온 노트를 쥔 대학생, 나처럼 혼자 온 직장인, 그리고 할머니 손을 꼭 잡은 꼬마 아이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저마다의 설렘을 안고 모여든 그 줄 자체가 이미 하나의 풍경이었다. 나도 그 안에서 그들과 똑같이 휴대폰에 담긴 예약 내역을 꺼내 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차례를 기다렸다.
정책 기자이기 이전에, 나 역시 그냥 책을 좋아하는 한 명의 독자였다. 18개국 538개 출판사, 326명의 작가와 연사, 무려 416개의 프로그램. 숫자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다. 그리고 올해의 주제는 더 도발적이었다.
'인간선언 Homo duduri' 인공지능(AI)이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는 시대, 그럼에도 끊임없이 다시 묻는 인간의 본질을 한국 신화 속 대장장이 '두두리'에 빗댄 선언이다.
지금, 당신의 질문은 무엇입니까? 표를 스캔하고 문을 통과하는 그 짧은 순간, 그 물음이 가슴속으로 먼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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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개 출판사를 향한 맞춤 지원
굿즈를 사려는 줄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인기도서 작가의 사인회 앞에는 어김없이 긴 행렬이 늘어선다. 도서전의 화려한 풍경 뒤에는,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 이하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승수, 이하 출판진흥원)이 올해 도서전에 참가한 131개 국내 출판사를 대상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 것이다. 개별 부스 70개사, 연합 부스 44개사, 책마을 17개사가 이 혜택을 받았다.
작가 강연, 북토크, 사인회 등 독자 참여 프로그램 운영비부터 부스 장비 대여, 온·오프라인 홍보비까지 출판사들이 독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실질적인 뒷받침이 이뤄졌다. 정부 지원의 결실은 현장 곳곳에서 빛났다. 문학화 지성사의 강연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길잡이', 출판사 아작 김보영 작가의 SF 북토크, 가지출판사의 '건축의 K' 저자 노형주·임형남 강연, 월북의 정관 스님 북토크까지, 장비 지원도 남달랐다. 음악과 책을 결합한 돛과 닻의 감성적인 음향 장비 부스,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서사원의 공간형 부스는 지나가는 관람객의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했다.
단순한 도서 판매 행사가 아닌, 출판사와 독자가 함께 숨 쉬는 살아있는 문화 현장, 그 온기의 뒤편에는 정부의 세심한 손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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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에서 올라온 어머니와 아들, "아이가 직접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6월 26일 금요일 오후, 코엑스 입장하는 줄은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다. 평일 낮인데도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 교복 차림의 중학생 무리, 흰머리의 어르신까지. 남녀노소가 뒤섞인 그 틈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 두 사람이 있었다. 다정하게 손을 꼭 맞잡은 어머니와 아들, 설레는 표정으로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 따뜻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다행히 흔쾌히 인터뷰를 응해주셨다. 놀랍게도, 두 분은 전주에서 오늘 올라왔으며 왕복 네 시간이 넘는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 자리를 찾은 이유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어머니 최미리 씨는 지역에서 홍보 서포터스와 서평단으로 활동하며 책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미 이번 도서전에 참가하는 출판사와 작가들의 정보를 꼼꼼히 챙겨오신 모습에서, 도서전 참여를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리고 준비해 왔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이가 직접 읽은 책의 작가를 현장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에요. 스스로 경험해 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이 어디 있겠어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이 깊었다. 책을 통해 세계를 만난 아이가, 이제는 그 책을 직접 쓴 작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 경험이 어떤 교과서나 강의보다 더 진하게 아이의 마음에 새겨질 것임을 누구나 안다.
생각해 보면 이 장면이야말로 정부가 도서전 지원 사업을 통해 진정으로 만들고 싶었던 문체부가 펼치고 있는 2026 대국민 캠페인. 책 읽는 대한민국의 실천 현장이 아닐까?
문체부와 출판진흥원이 올해 131개 출판사와 다채로운 독서 행사를 지원한 것은 단순히 행사를 풍성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전국 어디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이, 어른, 작가, 독자이든 간에 책을 매개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정책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렇게 어머니와 아이가 손을 잡고 줄을 서는 일상의 장면으로 스며들 때, 비로소 살아있는 정책이 된다.
책이란, 결국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내 안으로 들이는 행위인 것 같다. 누군가의 문장을 따라가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다른 삶을 상상하고, 내가 몰랐던 세계와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인문학이 강조하는 인간다움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왜'라고 묻는 힘, 답변 너머를 상상하는 힘이 더 절실해진다. 그리고 그 힘은 결국 책에서 온다고 본다.
전주에서 올라온 어머니 최미리 씨(블로그 운영자 및 작가), 아이(이상윤 전주서문초 3)의 손을 잡고 기꺼이 줄을 선 이유도, 문체부가 '2026 책 읽는 대한민국'을 선포한 이유도 결국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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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의 상상이 세계를 두드렸다…아동 작가가 꿈꾸는 책의 미래'
유독 긴 줄이 이어진 아동 도서 코너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아동 도서를 즐겨 찾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 세계 아동 출판계 최고 권위의 상인 2026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라가치상(Bologna Ragazzi) 크로스미디어 부문 '스폐셜 멘션'을 수상한 일러스트레이터 이경국 아동 작가와의 만남이다.
블로냐 라가치상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 아동도서전이 주관하는 상으로 출판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릴 만큼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수상작 '상상금지!'는 KT 지니 TV 키즈랜드가 개최한 어린이 작가 공모전에서 출품된 상상 속 동물 그림 20점을 이경국 작가와 함께 한 권의 그림책으로 엮고 이를 전자책, 애니메이션, 미디어 아트로 확장한 프로젝트다. (연방타임즈, 채영민 기자, 2026.03.11)
어린이들의 순수한 상상력에 인공지능 기술의 날개를 달아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한 작품이다. 어린이들이 그린 삐뚤빼뚤한 선 하나하나가 세계가 인정한 콘텐츠가 된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위협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력을 더 넓은 세계로 데려가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함으로써 보여준 사례인 것 같다.
매년 도서전을 찾아 독자들과 직접 만나 왔다던 이경국 작가에게 도서전의 의미를 물었다.
"1년마다 여러 작가와 출판업계 사람들을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있는 자극이 되는 시간이에요."라며 한발 더 나아갔다. 도서전이 독자뿐 아니라 작가들의 책 축제로 더 거듭나려면 국제 영화제처럼 작가와 출판계에 동기를 부여하는 어워즈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가와 출판계에 긍정적 자극과 시너지를 줄 수 있고, 전 세계 작가들도 섭외해 서울국제도서전이 말 그대로 세계인들이 지식을 전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자연스레 한강 작가가 떠올랐다. 2024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으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쾌거. 돌아보면 2015년 영국의 국제 부문 부커상이라는 세계 무대의 인정이 한강 작가의 문학을 더 깊이 그리고 더 넓게 독자와 연결하는 다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볼로냐 리가치상이 이경국 작가에게 날개를 달아줬듯, 서울국제도서전에도 작가들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권위 있는 어워즈 생태계가 뿌리내리면 제2, 제3의 한강 작가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스쳤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문학적 상상력과 인간다움이 절실하다는 그의 말도 도서전을 떠나고도 한참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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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흥행 너머를 보는 이유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을 기르겠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이번 지원 사업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 서점, 독서, 도서 관계 등 다양한 출판 생태계 구성원과 독자들이 한자리에 만나 소통하는 책 축제인 만큼 작가 행사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 작가와 출판사, 독자가 자연스럽게 만나며 책 문화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서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필자는 정책 기자이기도 하지만 미래 교육 정책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 말이 유독 깊이 와닿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텍스트를 따라가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타인의 생각을 헤아려보는 훈련이다. 정부가 굿즈와 책 판매 등의 매진 사태 같은 흥행의 화려한 너머에서 작가와 독자가 직접 눈을 맞추는 자리를 늘리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번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이라는 오래된 매체가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힘차게 두드리고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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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앞에 기꺼이 줄을 서는 사람과 작가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곳에서 사람들의 빛나는 표정을 바라보며 그 질문하는 힘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겼다.
두두리가 불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그 불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냈듯, 우리 역시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불 앞에서 책을 손에 들고 다시 더 날카로운 질문을 두드려낼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당신은 무엇을 두드리고 있습니까?
☞ (보도자료) "책 읽는 즐거움, 2026년 대한민국이 다시 펼칩니다"
☞ (보도자료)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독자와 만나는 131개 출판사를 맞춤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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