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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마트에서 마주한 협동조합,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경험'에서 보게 될까?
7월 2일 기획예산처 주최로 코엑스 마곡에서 '2026 협동조합의 날' 기념행사 열려
국정과제 81번 '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 핵심으로 선정
6월 말부터 행정안전부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경험' 시범사업 시작
지난 4월,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여행하던 중 지역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한 마트를 방문했다. 현지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마트를 운영하며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지 농가와 직접 연결해 제품을 들여오는 구조였다. 그래서였을까, 매장에 놓인 제품들이 다르게 보였다. 지역 농민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든 제품을 정직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믿음이 들었다. 맛본 올리브오일의 풍미도 기대 이상이었다. 시칠리아 특산품인 올리브오일과 피스타치오를 이곳에서 샀다. 국가 간 열차 안에서 피스타치오를 먹으며 유럽 여행 내내 만족스러웠다.

매년 7월 첫째 주 토요일은 '협동조합의 날'이다. 이탈리아에서 기억을 떠올리며, 협동조합의 날을 앞둔 7월 2일(목) '2026 협동조합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로 향했다. 기획예산처가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함께한 이 행사는 기념식으로 오전 기념식을 마치고 오후부터 정책 컨퍼런스와 세미나가 이어졌다. 특히 행사장 곳곳에 플리마켓으로 마련된 부스에서는 각 협동조합이 직접 만든 제품을 선보였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품목이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정책 컨퍼런스에서는 국내외 우수 사례가 발표됐다. 특히 해외 사례에서 이탈리아 전문가 이야기 도중 나온 한마디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이탈리아는 헌법에서 협동조합을 직접 지원한다고 한다. 시칠리아에서 봤던 그 마트가 국가 시스템 안에서 단단히 뒷받침받는 구조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 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행사장을 둘러보며 협동조합 종류와 사회적기업 차이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함께 출자하고 소유하며 운영하는 사업체 형태다. 이 안에서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수익을 배분할 수 있고 주식회사보다 설립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반면 사회적 협동조합은 수익을 배분할 수 없으나 기부금을 받을 수 있고 지자체의 위수탁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는 제도로 법인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즉, 협동조합이면서 동시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을 수도 있고 주식회사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경우도 있다. 두 개념이 겹치기도 하고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여기에 행정안전부가 부여하는 마을기업이라는 또 다른 인증 제도도 있는데 이 역시 협동조합이나 다른 법인 형태가 조건을 갖춰 별도로 인증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 협동조합, 다양한 아이디어로 지역을 살려

행사장에서 만난 한정수 점장(강화읍 솔터우물마을 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은 "대부분 신생 조합은 거점이 없어 어떤 품목으로 자생해야 할지 막막하고 수익 배분이 안 되다 보니 실무를 맡아줄 청년이나 전문인을 모으기 힘들다"라며 "초창기에 어떻게 인건비를 해결하고 정부나 지자체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그 통로가 궁금해서 왔다"라고 말했다. 여러 성공한 사례들 사이에서 이제 막 결성된 조합 고민도 공감됐다.

아기자기한 고양이 굿즈와 독특한 투어 상품 등으로 눈길을 끈 부스도 있었다. '청주 운천동 청년 상인 협동조합'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희수 대표는 청년들이 모여 상인들의 삶과 마을 상권의 지속성을 늘려보자는 취지로 조합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6명의 조합원과 30~40명의 회원이 함께 활동하며 외부 판로 개척이 어려운 회원사들의 제품을 대신 판매하고 신규 매장 마케팅과 마을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특히 동네 길고양이들을 매개로 한 상권 활성화 프로그램 '고양이 투어'를 진행한다고 했다.
1시간 반 동안 마을을 돌며 고양이들의 사연을 듣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네 상점들이 소개된다. 상생하는 마음으로 뭉쳤던 청년들이 동네만의 독특한 자산으로 매출을 올리며 운천동이라는 공간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니 꽤 흥미로웠다.

친환경 제품과 교육 등을 하는 모아생활SOC협동조합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모여 설립한 협동조합이자, 마을기업이다. 이들은 지역 어르신이 직접 만든 뜨개 제품을 판매 대행해 수익을 돌려주며 동시에 어르신을 위한 건강 체조와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 사랑방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시장 내 기름집과 합작한 참기름 제품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아울러 청소년 자치단을 운영하며 전통시장 홍보 활동을 지원하는 등 세대 간 징검다리 역할도 해내고 있다. 이 조합의 윤선숙 실장은 아이들이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드리고 어르신은 목도리를 떠주는 등 따뜻한 공동체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협동조합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 협동조합 정책 컨퍼런스

정책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정부와 학계 현장 활동가가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병연 기획예산처 통합성장정책관은 "2012년 기본법 제정 이후 3만 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500억 원이 넘는 규모로 취약계층 자립에 기여하는 등 양적 성과를 거뒀다."라며 "사회적 협동조합의 공공서비스 기여는 물론 일반 협동조합이 시장 경쟁 체제 내에서 실질적인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 미래세대 교육 세미나와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경험 사업', 판로 지원

담당자 추천에 따라 부대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교육 세미나도 들었다.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 하나하나가 민주시민 교육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창업 교육이 '고객이 누구인지, 수익 모델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협동조합은 '우리가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 무엇을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지'를 묻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최근 행정안전부가 시작한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경험 사업'이 떠올랐다.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경험 사업은 미취업 청년들이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에서 5개월간 일하며 실무를 익히고 수당과 직무교육, 멘토링을 지원받는 제도다. 협동조합이 단순히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역할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실무 경험과 새로운 진로의 접점을 만들어주는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단 협동조합들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결국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판로'가 핵심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양소연 대리는 협동조합의 판로 지원 체계가 크게 공공판로와 민간판로, 두 가지 틀로 나뉜다며 각각의 지원 내용을 설명해 줬다.
공공판로 쪽에서는 우선구매제도나 수의계약 참여를 돕기 위해 임직원 대상 공공조달 교육과 설명회를 진행한다. 여성기업 인증처럼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안내하기도 하고, 가사·청소 등 서비스업을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위해서는 수요가 있는 공공기관과 연결해 주는 구매 상담회도 열린다. 조달 시장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청년 기업 등에는 별도로 조달 컨설팅도 함께 이루어진다.
민간판로 쪽에서는 농협, 생협, 수협처럼 자체 유통 채널(하나로마트, 한살림 등)을 가진 개별법 협동조합과의 연계를 추진한다. 진흥원이 제품 풀을 제공하면 해당 유통 채널에서 사양에 맞는 제품을 골라 단기 판촉전을 열고 집행 비용은 진흥원이 지원한다. 이런 접점에서 경쟁력이 확인된 제품은 정식 입점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인 매출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정부는 앞선 6월 30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사회연대경제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 생활 밀접 4대 분야인 돌봄, 주거, 에너지, 농어촌 중심으로 선도 모델을 추진한다고 한다.

시칠리아의 마트에서 느꼈던 생각이 협동조합의 날 행사장에서 구매한 참기름으로 고스란히 이어진 듯싶었다. 헌법에 협동조합을 새겨넣은 이탈리아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14년 차에 접어든 한국이 같은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청년들이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길 기대한다. 시칠리아의 작은 마트에서 마주했던 신뢰 있는 경제가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풍성하게 자라길 바란다.
☞ (정책뉴스) 청년들이 마을기업·협동조합 등서 경력 쌓고 지역 활력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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