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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강연장이 아닌 삶에서 완성됩니다"…모두의 인문학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올해 처음 '모두의 인문학' 운영
변영주 감독이 전한 창작과 성찰의 시간

2026.07.13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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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지식과 문화 예술적 실천은 반드시 결합해야 합니다."

지난 7월 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공간하제'

'2026 모두의 인문학' 첫 강연을 앞두고 만난 여성문화예술기획 이혜경 이사장은 올해 처음 시작된 '모두의 인문학'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2026 모두의 인문학' 프로그램 '창작의 시간을 통과하며: 여성 창작자 6인의 강연' 포스터. 변영주 감독을 시작으로 여성 창작자 6인의 강연 일정이 안내돼 있다. (본인 촬영)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2026 모두의 인문학 프로그램 '창작의 시간을 통과하며: 여성 창작자 6인의 강연' 포스터. 변영주 감독을 시작으로 여성 창작자 6인의 강연 일정이 안내돼 있다. (본인 촬영)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길 위의 인문학', '지혜학교'와 함께 생활권 기반 신규 사업인 모두의 인문학을 신설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사업을 주관하며 전국 20개 운영기관이 지역의 사회문화시설과 협력해 총 200개의 인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존 개별 기관 중심의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나아가 지역사회 내 지속 가능한 인문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가 찾은 곳은 운영기관 가운데 하나인 여성문화예술기획이 마련한 '창작의 시간을 통과하며: 여성 창작자 6인의 강연' 첫 번째 시간이었다. 영화감독 변영주를 시작으로 영화, 미술, 문학,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창작자들이 시민들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 30여 년 이어온 여성문화예술, '모두의 인문학'을 만나다

1992년 창립된 여성문화예술기획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여성미술제, 여성연극제 등을 기획하며 여성의 시각으로 문화예술을 풀어온 단체다. 이혜경 이사장은 "1980년대 여성운동이 법과 제도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면, 우리는 여성의 삶을 문화예술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해 출범했다"라며 "인문학과 문화예술은 원래 함께 가야 하는데 이를 결합한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의 인문학 공모를 보고 '우리가 30년 넘게 해오던 작업과 맞닿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이런 사업을 시작한 것이 반가웠고, 우리가 해오던 방식을 더 많은 시민과 나눌 기회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그램 역시 강연에 머물지 않는다. 여성학과 여성미술, 영화, 현대무용, 전쟁과 평화, 생태와 자연, 동북아 사상 등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 문화예술과 연결해 시민들이 함께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이사장은 "오늘날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자연까지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확장되고 있다"라며 "이번 프로그램도 그런 시각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 "좋은 문장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심하는 일"

첫 강연자로 나선 변영주 감독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라는 제목처럼 화려한 성공담보다 창작자로 살아온 시간과 고민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문장을 쓴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지를 결심하는 일입니다."

'2026 모두의 인문학' 첫 강연에서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변영주 영화감독. 창작과 삶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참가자들과 나누고 있다. (본인 촬영)
'2026 모두의 인문학' 첫 강연에서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변영주 영화감독. 창작과 삶에 관해 자신의 철학을 참가자들과 나누고 있다. (본인 촬영)

강연장은 조용했지만, 참가자들은 메모를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변 감독은 창작은 특별한 재능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역시 재능보다 욕망의 영역이며,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견디는 사람이 끝까지 창작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의 경험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의 삶과 연결되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고민될 때 비로소 이야기가 됩니다."

창작자는 자기연민보다 타인을 이해하는 시선을 가져야 하며, 문학과 영화, 예술을 통해 인간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국 좋은 작품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 "강연은 지도책일 뿐…인문학은 삶에서 이어져야 한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강연에서 가장 오래 남은 말은 마지막에 나왔다. 변 감독은 인문학과 문학이 지닌 힘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문학은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하게 해줄 뿐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가 지닌 완성도를 깨닫게 하고 이야기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만들어가는지를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인문학의 최고는 강연을 듣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고, 전시를 보는 것"이라며 "강연은 인문학을 향유하기 위한 지도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2026 모두의 인문학' 첫 강연에 참석한 시민들이 변영주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강연장 좌석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창작과 인문학에 대한 질문과 성찰의 시간을 함께했다. (본인 촬영)
2026 모두의 인문학 첫 강연에 참석한 시민들이 변영주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강연장 좌석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창작과 인문학에 관한 질문과 성찰의 시간을 함께했다. (본인 촬영)

그의 말은 올해 새롭게 시작된 모두의 인문학이 지향하는 방향과도 닮아 있었다. 기존의 강연과 학습 중심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모두의 인문학은 지역의 다양한 사회 문화시설과의 협력을 통해 일상 가까이에서 질문과 성찰의 기회를 넓혀가는 데 의미를 둔다.

이번 강연 역시 저명 영화감독을 만나는 자리를 넘어 창작과 삶, 인문학의 힘과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인문학의 시간이었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일상을 바꾸고 있는 시대다. 정보를 얻는 일은 점점 쉬워지고 있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질문하는 힘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 첫발을 내디딘 모두의 인문학은 인문학을 강연장 안에 머물게 하지 않고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들이려는 새로운 시도였다.

강연을 마친 뒤 참가자의 책에 사인을 해주고 있는 변영주 영화감독. 강연 후에도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인 촬영)
강연을 마친 뒤 참가자의 책에 사인을 해주고 있는 변영주 영화감독. 강연 후에도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인 촬영)

공간하제를 나서며 변영주 감독의 마지막 말이 오래 남았다.

"인문학 강연만 듣지 말고, 직접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전시를 보세요."

인문학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자신의 삶으로 이어갈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올해부터 열리는 모두의 인문학에도 관심을 두고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

☞ (보도자료) 일상에서 만나는 인문학, '길 위의 인문학', '지혜학교', '모두의 인문학' 운영기관 선정

윤혜숙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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