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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주머니 없으면 못 버틴다"…폭염 속 농촌은

얼음주머니 등에 지고 일하는 농민들…'각자도생' 폭염 대응 넘어서야
고령 농가일수록 더 취약한 폭염 환경

2026.07.21 정책기자단 허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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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서늘했던 6월이 지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요즘처럼 무더위가 이어지는 시기에는 농촌에서 일하는 부모님의 하루가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사진01 - 하우스 또는 농촌 풍경)
뜨거운 햇볕 아래 포도가 익어가고 있다. (본인 촬영)

특히 하우스 농사를 짓는 환경에서는 더위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작업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이자,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사진02 - 아이스팩 가방)
어머님이 만드신 아이스팩 전용 가방 (본인 촬영)

필자의 부모님 역시 여름철이 되면 에어냉각조끼와 아이스팩, 보조배터리 등 다양한 냉각 용품을 직접 준비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 제품만으로는 작업 환경을 버티기 어려워, 아이스팩을 넣어 등에 멜 수 있는 가방을 재봉틀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작업 중 체온을 낮추기 위한 일종의 '현장형 대응'이다.

"한낮에는 모자 안 쓰면 쓰러질 정도야. 얼음주머니를 등에 지고 일해야 그나마 버틸 수 있어."라는 어머님의 말씀처럼 농촌의 여름은 '피할 수 있는 더위'라기보다, 일을 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환경에 가깝다.

◆ 폭염 속 농촌…각자 버티는 구조

기후가 변하면서 더위를 견디는 방식도 달라졌다.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농촌은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덥지는 않았다. 논 중심의 농사가 많았고, 주변에 건물이 없어 바람이 통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가 늘어나면서 농촌은 점차 하우스 중심으로 변화했고, 이로 인해 여름철 작업 환경은 훨씬 더 밀폐되고 고온화됐다.

(사진03 - 하우스 내부)
하우스 안 (본인 촬영)

이로 인해 작업 방식도 바뀌었다. 새벽과 저녁 시간에 일을 몰아서 하고, 가장 더운 낮에는 작업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식이다. 다만 이런 방식은 모든 농가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렵다. 작물 상태나 일정에 따라 한낮에도 작업을 이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냉각 장비부터 작업 시간 조정까지, 폭염 대응은 대부분 개인의 선택과 비용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사진04 - 냉각용품)
본인이 구매하신 에어냉각조끼 (본인 촬영)

에어냉각조끼, 아이스팩, 보조배터리 등 필요한 장비 역시 개인이 직접 부담해야 하고, 농가마다 대응 방식도 제각각이다. 이 과정에서 비용 부담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

◆ 고령 농가일수록 더 커지는 위험

(사진05 - 농촌 고령인구 추이 그래프)
농가 및 농가 인구 (e-나라지표)

농촌의 고령화는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70대 이상의 고령 농업인의 경우 냉방 시설이 부족한 환경에서 작업을 이어가다가 온열질환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젊은 층에 비해 정보 접근이 어려워 냉각 장비를 활용하지 못하거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비용 부담 때문에 사용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폭염은 단순한 계절적 문제가 아니라, 작업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정부 대응…기술은 있지만 '현장 적용'은 과제

(사진06 - 농촌진흥청 자료)
무더위 앞두고 농업 분야 온열질환 예방 기술지원 (농촌진흥청)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기술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에어냉각조끼, 보냉 장비 등 작업자의 체온을 낮출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보급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작업 환경 개선, 온열질환 예방 수칙 안내, 안전 교육 등도 병행되고 있다.

◆ "좋은 건 알지만…직접 사서 쓰는 게 현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아직 제한적이다. 현재 지원 사업이 시범 운영 중심이다 보니,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해당 장비를 직접 접해보지 못했거나, 개인적으로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부모님 역시 필요한 장비를 모두 직접 마련해 사용하고 있다.

"좋은 장비가 있는 건 알지만, 결국 직접 사서 써야 하는 게 현실이지."라는 어머님의 말씀처럼 폭염 대응은 여전히 개인의 비용과 노동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 '버티는 여름'에서 '지킬 수 있는 환경'으로

지금의 농촌 여름은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에 가깝다. 정부가 온열질환 예방 기술과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그 변화가 현장에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처럼 기술 개발과 시범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흐름을 보면, 향후 현장 적용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폭염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농업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보급과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무더위 속에서도 계속되는 농촌의 하루. 그 현장은 여전히 개인의 노력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제는 '버티는 여름'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 (정책뉴스) 농촌진흥청, 무더위 앞두고 농업 분야 온열질환 예방 기술지원

허윤정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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