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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원 넘게 잠들어 있는 '숨은보험금' 이젠 내 손에!
어릴 때부터 우리 집 보험은 늘 부모님의 영역이었다.
보험 가입부터, 병원에 다녀온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도 늘 부모님의 몫이었다.
나는 그저 "우리 집 보험은 엄마 아빠가 알아서 잘 관리하고 계시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지내왔다.
정작 내 이름으로 가입된 보험은 몇 개가 되는지, 어떤 상품인지, 만기가 언제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에는 보험이라는 개념 자체가 크게 와닿지 않았고,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에는 당장 눈앞의 일들을 처리하기에도 바빠 미처 보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보험금은 사고가 나거나 아플 때만 받는 돈'이라는 게 내가 가진 지식의 전부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슬슬 내 보험도 스스로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숨은 보험금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혹시 나에게도 모르고 지나친 돈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궁금증에 직접 취재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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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숨은보험금이란 보험금 지급 금액이 이미 확정됐음에도 계약자나 수익자가 청구하지 않아 보험사에 그대로 남아 있는 돈을 말한다.
쉽게 말해 '내 돈인데 내가 찾아가지 않아 보험사 계좌에 잠들어 있는 돈'인 셈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계약이 만기됐거나 중도보험금이 발생했는데도 계약자 본인이 이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 이사를 하거나 전화번호를 바꾼 뒤 보험사의 안내를 받지 못하게 된 경우 등이 있다고 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렇게 잠들어 있는 숨은보험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0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규모가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말 기준으로는 12조 4000억 원에 달했던 숨은보험금이 지난해 말에는 10조 3000억 원까지 줄었다.
정부의 지속적인 안내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 해 동안만 약 3조 2470억 원, 건수로는 80만 건에 달하는 숨은보험금이 소비자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최근 5년간 누적으로 보면 19조 원이 넘는 돈이 제 주인을 찾아갔다는 통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통계를 보다 보니, 나도 혹시 모르는 숨은 보험금이 있지는 않을까 싶어 직접 '생명보험협회 내보험찾아줌(cont.insure.or.kr)' 누리집에 접속해 봤다.
막상 들어가 보니, 화면 구성과 절차가 생각보다 훨씬 간단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면, 내가 가입한 보험계약 내역을 한눈에 조회할 수 있었고 동시에 숨은보험금 유무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도 몇 초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결과는 다행히 조회된 숨은보험금 내역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내 "그동안 부모님께서 우리 집 보험을 정말 꼼꼼히 관리해 주셨구나" 하는 안도감이 더 컸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부모님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평소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능숙하게 이용해 온 세대이다 보니, 본인인증 몇 단계를 거치는 것 내게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께서는 이 절차 자체를 상당히 어려워하셨다.
본인인증 단계에서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헷갈려 하셨고, 중간에 나타나는 안내 문구도 낯설어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나에게는 너무나 쉬운 절차가, 엄마한테도 이만큼 어려운데, 더 연세가 있으신 고령층 어르신들에게는 얼마나 더 큰 벽처럼 느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행정안전부의 협조를 받아 보험계약자 등의 최신 주소를 확인한 뒤, 우편과 모바일 전자고지, 유선 안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별 안내에 나선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었던 대목은, 올해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같은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낯선 고령층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 홍보 활동을 함께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본인인증 절차 자체가 이미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데다, 설령 안내 문자나 전화가 오더라도 "혹시 보이스피싱은 아닐까?" 하는 의심에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요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진흥원과 함께 유튜브 홍보, 영상 송출, 기념품 배포 등 대국민 홍보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아울러 소비자단체와 연계해 숨은보험금 확인 방법을 직접 시연하거나, 보험 가입 조회 안내를 진행하는 등 오프라인 홍보도 함께 강화해 고령층의 이용 편의성을 높인다고 한다.
온라인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온라인이 아예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오프라인 채널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정책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여러 정책을 취재해 오면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사실이 하나 있다.
정책은 결국 '아는 사람'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존재 자체를 모른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취재도 마찬가지였다.
숨은보험금이라는 개념부터가 이번 취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었고, 몰랐다면 조회조차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각자의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과 함께 딱 1분만 시간을 내어 '생명보험협회 내보험찾아줌' 누리집에 접속해 보길 권하고 싶다.
어쩌면 잊고 지내던 목돈을 찾게 될 수도 있고, 설령 조회된 내역이 없더라도 그것대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확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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