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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카드 긁었을 뿐인데"…77세 영자 씨의 '반값' 강진 여행
문체부 '2026년 인구감소지역 여행경비 지원' 시범사업으로 떠난 강진에서 만난 사람들
지역사랑 휴가지원·반값 여행 지원…카드 연계로 편리하게 이용
"이것 좀 봐요. 나 같은 노인네들은 스마트폰 앱이니 뭐니 쓸 줄을 몰라서 나라에서 돈을 준다고 해도 매번 포기했거든. 근데 동사무소 총각이 쓰던 카드랑 신분증을 가져가더니, 딱 3분 만에 등록해 주더라고. 이번에 친구들이랑 강진 내려와서 평소처럼 고기 먹고, 커피 마시고 카드 긁으니까 진짜로 여행 경비 반값이 통장에 쏙 들어왔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박영자(77) 씨는 낡은 가죽 지갑에서 검은색 신용카드를 꺼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내놓은 수많은 관광 지원책은 어르신들에게 높은 벽이었다. 초기 신청 단계부터 '모바일 앱 다운로드'나 '본인 인증' 같은 복잡한 디지털 절차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26년 인구감소지역 여행경비 지원(지역사랑 휴가지원·반값 여행)'시범사업은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어르신들의 지갑 속에 수년째 꽂혀 있던 익숙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해 진입장벽을 허물었다. 차가운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당하던 노년층에게 자존감을 찾아주고, 부담 없이 밖으로 나설 기회를 제공하는 따뜻한 문화 복지 현장을 직접 동행했다.
◆ 복잡한 인증 대신 단골 카드로 얻은 '신바람'

전남 강진군 전통시장에서 만난 이종수(71) 씨의 이야기는 이번 정책이 가진 뜻밖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씨는 "나이 먹으면 돈 쓸 일만 있고 버는 건 없으니, 문밖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겁이 난다."라면서도 "나라에서 카드 비용을 절반이나 대주니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커피를 대접했다. 걸음걸이부터 신바람이 난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이 단순히 복지 수혜자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업은 사용처를 대형마트가 아닌 지역의 골목 식당, 전통시장, 소상공인 점포로 제한했다. 덕분에 여행을 온 어르신들은 지역 소멸을 막는 든든한 '생활 인구'로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가치 있는 소비의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 숫자가 증명한 지역 상권의 활력
어르신들이 체감하는 만족감은 고스란히 지역 경제의 지표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정책의 모태가 된 전남 강진군의 경우, 이미 2만여 팀의 방문을 이끌어내며 약 41억 원의 직접 소비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반응도 뜨겁다. 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복잡한 모바일 바코드나 가상화폐를 내밀면 가르쳐드리기도 어렵고 서로 난감할 때가 많았다."라며 "평소 쓰시던 카드로 편하게 결제하시니 손님도 편하고 우리 매출에도 정말 큰 도움이 된다."라고 귀띔했다. 화면 속 가상화폐가 아닌, 손때 묻은 단골 카드로 누리는 반값 여행이 얼어붙은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셈이다.
◆ 지갑 속 카드 한 장으로 누리는 문화 복지
이번 정책은 단순히 관광객을 모아 여행비를 깎아주는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선다. 디지털 소외 계층의 문턱을 낮춰 노년의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 주는 다정한 복지에 가깝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무거운 과제 앞에서, 이처럼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행정 처방이 더 많은 지자체로 확산하기를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어르신들의 활기찬 발걸음으로 가득 채워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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