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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or두 줄?" 국민이 직접 찾은 에스컬레이터 안전의 답

행안부 '모두의 토론회' 개최…국민·전문가·정부가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방안 숙의
국민인식조사에선 안전수칙 준수 필요성 75.5% 공감
6조 국민 토론자로 직접 참여…토론장에선 '한 줄 49.9%·두 줄 50.1%' 팽팽

2026.09.03 정책기자단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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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에서 수없이 만나는 에스컬레이터. '걷거나 뛰지 마세요'라는 말에도 급한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갑니다. 그래서 시작된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 논쟁.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한쪽으로 비키곤 했지만, '과연 이렇게 타는 것이 안전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하철 시청역 4번출구 앞 에스컬레이터. 이용 안내가 적혀 있습니다.(본인 촬)
지하철 시청역 4번 출구 앞 에스컬레이터, 이용 안내가 적혀 있습니다. (본인 촬영)

'한 줄 서기'가 익숙한 사람과 '두 줄 서기'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지만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이런 생활 속 문제야말로 국민의 생각을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정답을 먼저 정하는 대신, 국민이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는 셈이죠.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정책의 답을 찾아가는 자리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모두의 토론회'입니다.

'모두의 토론회'는 논의가 필요한 정책 현안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 의견을 나누는 국민 참여형 공론장입니다. 전문가가 정답을 알려주고 국민이 듣는 방식이 아니라 관련 정보를 함께 살펴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이 토론과 숙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간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지난 8월 2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모두의 토론회'에 국민 참가자로 직접 참여했습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에스컬레이터, 어떻게 타야 안전할까요?'였습니다. 평소 무심코 반복했던 에스컬레이터 이용 습관이 국민과 전문가,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하나의 정책 의제가 된 것입니다.

지난 8월 2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모두의 토론회 (본인 촬영)
지난 8월 2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모두의 토론회 (본인 촬영)

현장에서 공개된 국민인식조사 결과는 왜 토론이 필요한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75.5%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용 방식은 '한 줄 서기' 49.9%, '두 줄 서기' 50.1%로, 거의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뉘었습니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안전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놓고는 생각이 달랐던 것입니다.

팽팽하게 갈렸던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본인 촬영).
팽팽하게 갈렸던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 (본인 촬영)

◆ 토론자로 직접 참여해 보니…'한 줄 vs 두 줄'보다 넓어진 논의

'모두의 토론회'에 참여한 국민은 단순히 경험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에스컬레이터 사고와 이용 행태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고 전문가 발제를 들은 뒤 분임 토론과 패널 토론 등을 거치며 생각을 구체화했습니다.

먼저, 관련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25년까지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 931건 중 승객·사람 관련 사고는 약 65%인 604건이었습니다. 설치된 지 15년이 넘은 노후 에스컬레이터도 48.4%를 차지했습니다. 이용자의 부주의뿐 아니라 설계 기준과 혼잡도, 경사도 등 설비와 이용 환경도 사고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자료집을 통해 미리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본인 촬영)
자료집을 통해 미리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본인 촬영)

이날 6조에 배정된 필자는 다른 국민 참가자들과 직접 토론했습니다. 1차 분임 토론에서는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주요 원인은 이용자 행동일까, 설비·이용 환경일까?', '안전과 편의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등의 질문을 놓고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었습니다.

같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서도 생각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두 줄로 서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견부터 오랫동안 굳어진 한 줄 서기 문화를 단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용하는 행동을 줄이고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1차 분임 토의. 포스트잇에 적힌 참가자들의 의견.(본인 촬영)
1차 분임 토론, 포스트잇에 적힌 참가자들의 의견 (본인 촬영)

다른 참가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에스컬레이터 안전을 단순히 '한 줄이냐, 두 줄이냐'로만 바라보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용자가 걷거나 뛰지 않고 손잡이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용자의 주의만 강조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설비와 유지관리, 이용자가 안전 수칙을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도 함께 고민해야 했습니다.

전문가 발제와 패널 토론을 거친 뒤 진행된 2차 분임 토론에서는 논의가 한층 구체화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앞서 들었던 정보를 바탕으로 처음 본인의 생각을 다시 살펴보고, 안전한 이용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워크시트에 정리했습니다.

6조에서도 스마트폰 사용 자제와 안전 수칙 준수 등 이용자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부터 안전한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포스트잇 위에 쌓였습니다. 처음에는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 중 어느 쪽이 맞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이용자·시설·제도가 함께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논의가 넓어졌습니다.

2차 분임토의 내용.(본인 촬영)
2차 분임 토론 내용 (본인 촬영)

전체 토론에서도 다양한 정책 제안이 나왔습니다. 안전 수칙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에스컬레이터 안전과 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설비와 자재 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발표됐습니다. 안전을 개인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이용 문화와 시설, 관리 체계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 국민의 목소리가 정책으로…'모두의 토론회'가 보여준 국민 참여

이번 '모두의 토론회'에 직접 참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떤 방식이 정답인가'라는 결론보다 그 답을 국민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2차 분임 토론 후, 조별로 발표가 진행됐습니다. (본인 촬영)
2차 분임 토론 후, 조별로 발표가 진행됐습니다. (본인 촬영)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정책을 만나지만 정책이 왜 만들어졌고 서로 다른 의견이 어떤 과정을 거쳐 조정됐는지 직접 경험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이번 '모두의 토론회'에서는 국민이 완성된 정책을 전달받는 수용자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직접 토론 테이블에 앉아 자기 경험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전문가의 정보를 접한 뒤 다시 어떤 의견을 말할지 고민했습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처럼 누구나 매일 이용하는 시설의 문제는 정책을 만든다고 곧바로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편리함을 포기하기 어렵고, 오랫동안 이어진 이용 습관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두의 토론회'와 같은 숙의 과정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정부가 먼저 하나의 답을 정해 국민에게 따르도록 하는 것보다 정책의 영향을 직접 받는 국민이 충분한 정보를 접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도 정책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고장 수리 중인 에스컬레이터(본인 촬영).
고장 수리 중인 에스컬레이터 (본인 촬영)

행안부는 이번 '모두의 토론회'에서 모인 국민 의견을 향후 에스컬레이터 안전문화 개선과 정책 추진 과정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토론을 마친 테이블에는 참가자들이 본인의 생각을 적은 수많은 포스트잇이 남아 있었습니다. 작은 메모 한 장 한 장이 국민이 정책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흔적처럼 느껴졌습니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올라섰던 에스컬레이터에서 시작된 '한 줄로 설까, 두 줄로 설까?'라는 작은 질문. 그 질문은 이날 국민과 전문가,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안전한 이용 문화와 제도를 고민하는 정책 의제가 됐습니다.

국민에게 정책의 답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국민과 함께 답을 만들어가는 것. '모두의 토론회' 현장에서 국민 참여 정책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보도자료) 온오프라인으로 전하는 국민 목소리 에스컬레이터 안전 대책에 담는다

조수연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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