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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따라 걷다, 편견을 내려놓다.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

'세계 정신건강의 날' 기념전…국립정신건강센터 '당신에게 닿는 세계' 관람
네 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내면의 세계 살펴볼 수 있어…10월 30일까지

2026.09.21 정책기자단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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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말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세계가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생각과 감정, 기억과 상상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내면의 세계를 예술 작품으로 만나는 전시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렸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 게시판
국립정신건강센터 전시 게시판 (본인 촬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지하 1층 갤러리 M에서 열리는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는 9월 1일(화)부터 10월 30일(금)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이번 전시는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기념해 마련돼,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넘어 사람 안에 존재하는 고유한 세계를 들여다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김석현·김혁종·이래숙·장희나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자의 방식으로 내면의 세계를 표현했다. 지금까지 정신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마주할 때, 나도 모르게 진단명이나 익숙한 이미지로 상대를 먼저 판단했던 것은 아닐까. 특정한 기준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잠시 내려놓고, 예술을 통해 작가들의 고유한 세계를 만나보기 위해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를 찾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갤러리 M 입구
국립정신건강센터 지하 1층 갤러리 M 입구 (본인 촬영)

◆ 국립정신건강센터 지하 1층 갤러리 M에서 전시를 만나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도착해 지하 1층에 있는 갤러리 M 입구에는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를 알리는 게시판과 안내 화면이 마련돼 있었다.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를 안내하는 모니터 화면
전시를 안내하는 모니터 화면 (본인 촬영)

입구에 들어서자, 따뜻한 조명 아래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과 전시 안내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센터를 이용하는 방문객들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며 작품을 둘러보고 있어 전시장은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전시장에는 김석현·김혁종·이래숙·장희나 네 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소재와 표현 방식으로 완성한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갤러리 M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공간
국립정신건강센터 지하 1층 갤러리 M 전시 공간 (본인 촬영)

작품과 함께 작가에 대한 설명도 마련돼 있어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창작 배경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도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어 작가마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방식과 표현 기법을 알 수 있었다.

◆ 네 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뚜렷하고 깊은 개성의 세계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 - 김석현 작가의 작품 '어디로?' 시리즈
김석현 작가의 작품 (본인 촬영)

먼저 김석현 작가의 '어디로?(Where Are We Going?)' 시리즈 앞에 섰다.

작품 속에는 맹수와 초식동물, 작은 곤충 등 다양한 동물이 등장했다. 서로 다른 모습의 동물들이 한 화면에 어우러져 있었고, 저마다의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석현 작가는 동물을 주요 소재로 삼아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나 인상 깊게 접한 동물을 친근하고 정겹게 표현해 왔다. 유성 매직 마커펜만을 사용해 자신만의 색채와 조형성으로 동물의 세계를 표현했으며, 작품을 통해 다양한 생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그렸다.

작품 제목인 '어디로?'를 다시 떠올리며 그림을 바라봤다. 동물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 - 김혁종 작가의 작품 '얼굴들' 시리즈
김혁종 작가의 작품 (본인 촬영)

이어 발걸음을 옮겨 김혁종 작가의 '얼굴들' 시리즈를 관람했다. 

가까이 다가가 작품을 보니 다양한 색의 실이 촘촘하게 엮여 얼굴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림과는 다른 섬유 특유의 질감이 느껴졌고, 작품마다 서로 다른 표정과 분위기가 전해졌다.

김혁종 작가는 직조와 매듭, 펀치니들 기법을 활용해 섬유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뇌 병변 장애로 오른손만 사용할 수 있는 신체적 한계를 창작의 계기로 삼아 예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을 가까이에서 바라볼수록 실의 색과 질감이 모여 표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 자연과 색으로 만나는 또 다른 세계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 - 이래숙 작가의 작품 '블루 사파이어 세이지'와 '상자 속의 정원'
이래숙 작가의 작품 (본인 촬영)

이래숙 작가의 '블루 사파이어 세이지'와 '상자 속의 정원' 작품에서는 자연을 향한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풀과 나무, 잎사귀와 줄기 등 자연 속 생명체를 표현한 작품이었다. 크고 화려한 풍경보다 식물의 작은 부분을 세심하게 표현한 점이 눈에 띄었다.

특히 '블루 사파이어 세이지'에서는 가느다란 줄기와 잎, 작은 꽃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었다. 식물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래숙 작가는 장애문화예술워크숍을 계기로 50세가 넘어 본격적인 예술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작품을 바라보며 50세가 넘어 시작한 창작 활동이 지금의 작품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 - 장희나 작가의 작품 '거울'과 '글라스 무브먼트 스튜디오에서'
장희나 작가의 작품 (본인 촬영)

장희나 작가의 작품은 선명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품에는 다양한 색면이 배치돼 있었다. 구체적인 대상을 그린 작품과 달리 색과 형태 자체를 바라보면서 작품의 느낌을 받아들이게 됐다.

장희나 작가는 색면추상 기법을 활용해 '거울' 시리즈와 '글라스 무브먼트 스튜디오에서' 시리즈를 선보였다. 작품 설명을 보니, 작가에게는 이 작업이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유일한 언어이기도 하다는 설명이 담겨 있었다. 작품을 바라보면서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떠올리는 생각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을 따라가며 만난 네 개의 세계

갤러리 M 입구에 진열된 '당신에게 닿는 세계' 전시 작품을 담은 엽서
국립정신건강센터 지하 1층 갤러리 M 입구에 진열된 이번 전시 작품을 담은 엽서 (본인 촬영)

작품을 차례로 감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네 명의 작가가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달랐다는 점이었다. 동물과 얼굴, 자연과 색채라는 서로 다른 소재를 통해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전시를 처음 알게 됐을 때는 작가의 장애나 정신질환 관련 정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가 작품을 하나씩 감상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작가의 이력보다 작품 자체에 집중하고 있었다.  

'당신에게 닿는 세계'라는 제목처럼, 이번 전시는 네 명의 작가가 작품이라는 언어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고 관람객이 그 세계에 한 걸음 다가가도록 했다. 나 역시 사람을 바라볼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했다. 

누군가를 익숙한 기준이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 안에 존재하는 고유한 세계를 바라보는 것,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어쩌면 그런 작은 시도에서 시작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보도자료) 예술 통해 정신질환 편견 걷어낸다 '정신건강의 날' 기념 초대전 개최

이하나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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