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영역
밤이 되자 국가유산이 깨어났다! '2026 충주 국가유산 야행(夜行)'
조선시대 충청감영의 역사를 품은 충주 관아공원, 야간 문화공간으로 변신
2026 충주 국가유산 야행(夜行)…'8야(夜)' 콘텐츠 결합한 지역 문화행사
먹거리·원도심 문화공간…공연·전시·체험과 연결로 지역 상권·야간 관광에도 활력
서울에서 태어나 30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서울에서 생활할 때는 퇴근 후 전시를 보거나 공연과 축제를 찾아가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선택지가 워낙 많다 보니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도 많지 않았다.
직장 때문에 평일을 충주에서 보내게 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지역에서는 퇴근 후 어떤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이런 물음을 가졌고, 답을 찾아 지난 9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2026 충주 국가유산 야행(夜行)'을 찾았다.

국가유산청이 추진하는 국가유산 야행(夜行)은 지역에 있는 국가유산과 주변 문화 콘텐츠를 연결해 밤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국가유산 활용 사업이다. 야경(夜景), 야로(夜路), 야사(夜史), 야화(夜畫), 야설(夜說), 야식(夜食), 야숙(夜宿), 야시(夜市) 등 이른바 '8야(夜)'를 통해 국가유산을 공연과 체험, 먹거리, 관광 등으로 확장한다.
올해 충주 국가유산 야행의 중심은 '관아공원' 일대였다. 관아공원은 조선시대 '충청감영(忠淸監營)'의 중심 건물이었던 청녕헌을 비롯해 충주의 역사를 간직한 국가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낮에 찾았을 때는 고즈넉한 역사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이날만큼은 곳곳에 조명이 켜지고 사람들이 모이면서 활기찬 문화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야행을 찾은 뒤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먹거리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었다. 충주 관아공원 인근에는 푸드트럭과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고, 가족과 함께 음식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보내는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옆 '관아골 문화마당'에 있는 '청년몰' 주변까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평소와는 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소소시장'도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지역 공예 작가와 상인들이 참여한 작은 상점에는 매듭 장식과 공예품 등 다양한 물건이 진열돼 있었다. 국가유산을 둘러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쉬고, 물건을 구경하면서 원도심에 머무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국가유산 야행은 문화유산만을 둘러보는 행사가 아니었다. 국가유산을 중심으로 공연과 전시, 먹거리와 시장을 연결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주변 거리와 상권까지 이어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지역의 밤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jpg)
조금 더 걸어 관아골 아트뱅크로 활용되고 있는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을 찾았다. 현장 안내에 따르면 이 건물은 1933년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으로 세워졌으며, 이후 조선상호은행 충주지점, 한국상공은행 충주지점, 한국흥업은행 충주지점 등을 거쳐 1981년까지 은행 건물로 사용됐다. 일제강점기 건축물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2017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과거 은행이었던 공간은 현재 시민들이 전시와 문화를 만나는 공간으로 달라져 있었다. 야외의 북적이는 분위기에서 잠시 벗어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돌에 새긴 중원문화 탁본으로 만나다' 전시가 이어졌다.

전시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바위와 돌 등에 남겨진 글과 문양을 탁본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비문과 석탑, 불상, 지석 등에 남겨진 흔적을 하나씩 보다 보니, 국가유산은 거대한 건축물이나 유명한 유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사람들이 남긴 작은 글씨와 문양에도 당시의 삶과 생각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를 관람하고 다시 관아공원으로 향하자, 이날 야행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조명이 켜진 청녕헌을 배경으로 택견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객석에는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많은 시민이 자리를 잡았고, 공연을 휴대전화에 담거나 박수를 보내며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택견은 충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 가운데 하나다. 부드럽게 리듬을 타는 듯한 몸놀림 속에서 상대를 차거나 걸어 넘어뜨리는 우리 고유의 무예로, 1983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으며, 201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됐다. 충주는 택견의 전승과 떼어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날 공연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무대에서는 전통 복식을 입은 공연자들이 마주 서서 택견 특유의 동작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며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발을 뻗고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동작이 이어졌다. 사진 속에서도 두 공연자가 서로의 어깨를 잡고 힘과 기술을 겨루는 모습 뒤로 전통 악기를 든 연주자들이 자리해 마치 옛 마당에서 한판 겨루기가 펼쳐지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택견이 흔히 떠올리는 무술 공연과는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절도 있는 동작만 연이어 보여주기보다는 전통 음악과 익살스러운 몸짓, 공연자들의 주고받는 호흡이 어우러지면서 한 편의 마당놀이처럼 흘러갔다. 진지하게 무대를 바라보던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멋진 동작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청녕헌이라는 공간과 택견이 한 장면 안에서 만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조선시대 충청감영의 역사를 품은 건축물을 배경으로 충주에서 이어져 온 전통 무예가 펼쳐지니, 국가유산을 단순히 눈으로 '관람한다'라는 느낌과는 달랐다. 유형의 국가유산인 옛 건축물과 사람의 몸을 통해 이어지는 무형유산을 한자리에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낮에 관아공원을 찾았다면 청녕헌의 건축과 역사에 관심을 두고 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밤이 되자 조명 아래 청녕헌은 택견과 음악, 관객이 어우러지는 무대가 됐다. 과거의 공간에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 앞에서 또 다른 국가유산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국가유산 야행이 추구하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야행을 직접 걸어보면서 처음 가졌던 질문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었다. '지역에서도 충분히 문화를 즐길 수 있을까?' 서울과 똑같은 공연장과 전시 시설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충청감영의 역사를 품은 청녕헌과 충주에서 전승돼 온 택견처럼 다른 곳에서는 그대로 만날 수 없는 역사와 문화가 지역만의 특별한 문화 콘텐츠가 되고 있었다.
☞ (보도자료) 국민과 함께 지키고, 미래와 세계로 나아가는 국가유산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