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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세계 자살예방의 날, 생명을 지키는 현장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모두가 모두를 지키는 사회' 위한 생명 존중의 의미
교량·철도역·고층 건물 등 자살 다빈도 장소 집중 관리…안전펜스·CCTV·스크린도어 확충
서울역부터 광진교·탄금대교까지 직접 찾아가 본 일상 속 자살예방 안전망

2026.09.09 정책기자단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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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마웠어, 잘 지내."

10년 전 대학 동기에게서 평소와 다른 문자 한 통을 받은 적이 있다.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져 곧바로 112에 신고했고, 경찰의 도움으로 친구를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한 사람의 관심과 빠른 신고, 그리고 현장에서 작동하는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오는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부터 기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라 9월 10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서울 광진교에 부착된 112신고 위치번호(본인 촬영).
서울 광진교에 부착된 112 신고 위치 번호 (본인 촬영)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은 위기에 놓인 사람을 빠르게 발견하고 일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위기 포착부터 일상 회복까지'를 내걸고 도움 요청과 위기 상황, 치료, 퇴원 후 관리, 일상 복귀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대응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상담과 치료뿐만 아니라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 자체를 더욱 안전하게 바꾸는 정책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장소 관리방안'을 마련했다. 자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교량과 고층 건물 옥상, 철도역, 산·하천 등을 데이터에 기반해 선별하고, 장소 특성에 맞는 안전시설과 관리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위험을 개인의 판단과 주의에 맡기기보다 위험한 공간 자체를 안전하게 만들어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이러한 정책이 실제 우리 주변에서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서울역과 지하철역이다.

수도 서울의 관문, 서울역 전경(본인 촬영).
수도 서울의 관문, 서울역 전경 (본인 촬영)

지하철역에서 선로와 승강장을 분리하고 있는 스크린도어를 살펴봤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면 너무나 익숙하게 지나치는 시설이지만, 자살예방을 위한 장소 관리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니, 사람과 선로 사이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중요한 안전시설이라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정부는 철도 분야에서 선로 진입과 이용객 추락 등을 예방하기 위해 스크린도어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반철도 등의 저상승강장 역사에도 스크린도어 설치를 확대하고, 구조적인 이유 등으로 설치가 어려운 곳에는 위험 행동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지능형 CCTV를 설치해 안전망을 보완한다.

지하철 강변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본인 촬영).
지하철 강변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 (본인 촬영)

서울역을 벗어나 철도 건널목과 선로 주변도 살펴봤다. 열차가 접근하자 차단기가 내려오고 경보장치가 작동했으며, 건널목에서는 관리 인력이 주변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건너는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지만, 철도와 사람이 직접 맞닿는 곳인 만큼 여러 안전장치가 겹겹이 작동하고 있었다.

충주에 있는 철도 건널목(본인 촬영).
충북 충주시에 있는 철도 건널목 (본인 촬영)

이번 정책이 주목하는 것도 이처럼 위기의 순간 개인의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스크린도어와 차단 시설로 위험한 공간에 대한 접근을 막고, CCTV와 관제 체계를 통해 위험 행동을 빠르게 포착하는 방식이다. 자살예방의 범위가 상담과 치료를 넘어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공간의 구조와 환경까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역과 철도 주변을 살펴본 뒤에는 정부가 집중 관리 대상으로 꼽은 또 다른 장소인 교량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울 광진교로 향했다.

특히 'SOS생명의전화'가 설치돼 있었다. 수화기를 들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었고 119로 연결되는 버튼과 안내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 기둥에는 '112 신고 위치 번호'가 표시돼 있어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광진교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본인 촬영).
서울 광진교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 (본인 촬영)

다리 위에서 바라보니 이런 작은 시설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였다. 위기의 순간 직접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화, 신고자의 위치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한 번호, 주변 상황을 살피는 관제 체계가 함께 작동한다면 구조에 필요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더 생각해요. 당신의 삶은 소중합니다(본인 촬영).
한 번 더 생각하세요. 당신의 삶은 소중합니다. (본인 촬영)

정부가 이번 장소 관리 대책에서 교량을 주요 대상으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자살 다빈도 교량 24곳 가운데 안전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15곳에 안전 펜스와 CCTV를 보강하고, 위험 행동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AI 기반 CCTV 보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교량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보다 체계적으로 위험 장소를 관리한다.

정책의 현장은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평소 자주 오가는 충주에서도 생명 존중을 위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탄금대교 인근에는 '당신은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상담 기관 안내가 설치돼 있었다.

충주 탄금대교에 설치된 "당신은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문구(본인 촬영).
충주 탄금대교에 설치된 문구 (본인 촬영)

짧은 문장이었지만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안내판일 수 있지만 마음이 가장 힘든 순간 이곳을 찾은 사람에게는 다시 한번 생각하고 도움을 요청하게 만드는 하나의 신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교에서 확인한 SOS생명의전화와 위치 번호, 충주 탄금대교의 생명존중 메시지를 함께 보면서 자살예방을 위한 장소 관리가 단순히 높은 펜스를 설치하거나, CCTV를 늘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리적으로 위험을 차단하는 시설과 함께 위기의 순간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결국 올해 정부가 강조하는 '위기 포착부터 일상 회복까지'라는 메시지도 이 같은 현장과 맞닿아 있었다.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더 빨리 발견하고, 필요한 순간 구조하고, 치료와 사후관리를 거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여러 단계의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서울 서소문에 건널목(본인 촬영).
서울 서소문 건널목 (본인 촬영)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 '모두가 모두를 지키는 사회, 생명 보호가 일상이 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메시지가 특별한 하루의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역과 교량, 거리와 지역사회 곳곳에서 작동하는 일상의 안전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정책뉴스) 자살 위험 장소 국가가 집중 관리…맞춤형 안전시설 확

※ 마음이 힘들거나 위기 상황에 놓여 도움이 필요할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를 통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조수연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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