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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 서원에서 옛 선비들과 즐긴 '캠크닉'
2026 향교·서원 국가유산 활용사업, '감성선비 유람 행차라!'
국가유산주간, "국가유산, 일상에 스며들다" (~10.31.)
축제의 계절, 가을입니다. 대한민국 어디로 떠나도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날씨인데요. 며칠 전, 친구가 조금 특별한 행사 링크를 하나 보내왔습니다. 일명 '감성선비 유람 행차라!'라는 프로그램인데요. 국가유산 서원에서 즐기는 특별한 캠크닉이라고 합니다.
캠핑과 피크닉을 결합한 '캠크닉'을 국가유산 공간에서 즐긴다니, 이름부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지자체마다 대형 축제가 한창인 가을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가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축제장 대신 고즈넉한 서원으로요. 그렇게 친구와 함께 감성선비의 유람 행차에 올라탔습니다.

야행부터 미디어 아트, 생생 국가유산까지 그동안 다양한 국가유산 행사를 찾아다녀 봤는데요. 이번 행사는 저에게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언가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서원이라는 공간에 '머물며' 유유자적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했기 때문입니다.

서원까지 찾아온 국가유산 사업에 대해 더 알아보니 국가유산청의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의 일환이었습니다. 미처 몰랐는데, 이 사업은 2008년 '생생 국가유산 사업'을 시작으로, 2014년 '향교·서원 국가유산 활용', 2016년 '국가유산 야행', 2017년 '전통산사 국가유산 활용', 2020년에는 '고택·종갓집 활용'까지 지역 국가유산을 거점으로 국민의 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해 왔습니다.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 오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국가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소중한 유산을 사람들이 직접 찾고,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온 것입니다.
이번에 만난 충남 서천 '문헌서원'의 캠크닉 역시 그런 흐름 속에 있었습니다. 국가유산청 사업 취지에 맞게 서천 문헌서원에서 반나절 프로그램을 충분히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시끌벅적한 도심을 벗어나 서원으로 가는 길부터 황홀했습니다.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자연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느긋해졌습니다. 문헌서원에 도착하자 오래된 나무와 기와, 그리고 넓고 푸른 마당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때마침 10월 1일(일)부터 31일(토)까지 '국가유산주간'으로 '감성선비 유람 행차라!'를 즐기기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먼저 안내 부스에서 인적 사항 체크 후, 텐트 및 피크닉 물품을 대여해 주었습니다. 원터치 텐트와 캠핑 의자, 테이블, 따뜻한 차와 서천의 명물 모시송편까지 받았습니다. 문헌서원의 넓은 잔디밭에 캠핑 의자를 펼쳐놓고 가을 하늘과 서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습니다. 여타의 캠핑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푸른 풍경이었습니다.


여유로움도 잠시, 아이들의 재촉에 문헌서원 행차에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아이들이 선택한 것은 유생복 체험이었습니다. 옛 선비들이 입었던 유생복을 직접 입어보니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는데요. 서원의 유생처럼 차려입은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의젓해 보이던지, 평소보다 한층 진지해 보였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싱잉볼과 바디스캔, 사운드 워킹을 경험했는데요. 맑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싱잉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천천히 몸의 감각을 살펴보는 바디스캔을 지나, 서원의 고즈넉한 풍경을 걸으며 소리에 집중하는 사운드 워킹까지.
처음에는 "이게 뭐예요?" 하며 신기해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조용히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평소의 체험 프로그램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무언가를 빠르게 만들거나 경쟁하는 게 아닌, 천천히 듣고, 걷고 느끼는 시간이었으니까요.

저녁 식사도 제공됐습니다. 로컬 재료로 맛보는 목은 이색 선생(문헌서원의 대표 배향 인물)이 사랑했던 두부전골인데요. 오랜 세월 서원이 품고 있던 역사와 이야기를 음식 한 그릇으로 만나니, 식사마저도 하나의 문화 체험처럼 느껴졌습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날의 마지막 순서, 서원에서 즐기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가야금의 맑고 청아한 선율을 시작으로 대금의 깊고 묵직한 소리가 서원 마당에 울려 퍼지고, 판소리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래된 서원의 기와와 나무, 그윽한 가을밤을 배경으로 우리 전통음악을 듣고 있으니, 오늘 하루 감성선비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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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서원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서원이라는 공간을 어렵고 딱딱한 역사 속 장소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찾아와 머물고 즐기며 국가유산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경험하길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10월, 국가유산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는 주간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유명한 관광지만 찾아가기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국가유산을 천천히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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