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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열린 마당에서 한복의 향연, '빛을 품은 한복'
얼마 전 한복을 입어야 하는 행사가 있었다.
내가 직접 한복을 고르는 건 처음이라 어떤 색이 잘 어울릴지, 어떤 디자인이 예쁠지 한참을 찾아보며 고민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렇게나 많은 한복의 형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도 한복의 디자인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는 많지 않아, 이렇게 예쁜 한복을 볼 일이 많이 없다는 아쉬움이 들던 차에 '2026 한복문화주간'이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됐다.

10월 19일(월)부터 25일(일)까지는 '2026 한복문화주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로, 전국 곳곳에서 한복 관련 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한복의 날'인 10월 21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열린 마당에서 한복문화 진흥 유공자 시상식과 축하공연, 한복 패션쇼가 마련됐다.
한복을 만들고 널리 알려온 사람들의 활동부터 오늘날 한복의 다양한 모습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행사였는데 박물관 한복판의 야외 마당에서 한복 런웨이가 펼쳐진다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직접 다녀왔다.
행사가 열린 날은 제법 쌀쌀했다.
야외에서 한 시간 넘게 앉아 있기에는 추운 날씨였지만, 평소 보기 어려운 한복 패션쇼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행사의 첫 순서는 축사와 한복문화 진흥에 기여한 이들을 위한 시상식이었다.
먼저 축사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한복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말을 들으니, 행사장에 오기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마주친 풍경이 떠올랐다.
박물관에는 외국인 관람객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참 많았고, 한복을 차려입고 박물관을 둘러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풍경을 미리 보고 와서인지, 한복의 세계화라는 말이 막연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순서인 시상식을 통해 한복이 세계 무대에서 빛날 수 있었던 건 그 뒤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전통적인 한복 제작 기술을 이어가고,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한복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써온 사람들을 격려하는 시상식을 보면서, 한복을 입고 즐기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 문화를 지켜온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준비된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가수 김윤아 님의 축하공연이 시작됐다.
사실 김윤아 님이 부른 노래는 내가 잘 아는 곡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공연이 시작되자 바람에 날리는 한복과 김윤아 씨 특유의 깊이 있는 목소리가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됐다.
주변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모두가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쌀쌀한 날씨에 야외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만큼은 추위도 잠시 잊고 다들 한복의 아름다움과 잘 어울리는 노래에 빠져든 모습이었다.
김윤아 님의 공연이 끝나니 드디어 기다리던 한복 패션쇼가 시작됐다.
이번 패션쇼의 주제는 '빛을 품은 한복'으로 자개가 빛을 받을 때 드러나는 다채로운 색채를 한복과 연결하고, 미디어 아트를 더한 무대였다.
각 패션쇼가 시작되기 전에는 자개를 활용한 영상이 상영됐다.

사실 나는 평소에도 자개를 좋아한다.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특유의 반짝임이 좋아서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점에 갈 때마다 사고 싶은 자개 제품들을 구경하곤 했는데 그 자개를 영상으로 표현하고, 한복 패션쇼와 연결한다니 처음부터 기대가 됐다.
자개는 주로 장신구나 생활 소품에서 접해왔기에 한복과 어떻게 어우러질지도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번 패션쇼에는 금의재, 서담화, 실로실크, 오리미, 한복린 등 다섯 개 한복 브랜드가 참여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같은 자개라는 소재에서 출발했는데도 브랜드의 표현 방식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는 점이다.
어떤 무대에서는 화려한 색감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또 다른 무대에서는 한복의 선과 장식이 돋보였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 서로 다른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모델들이 움직일 때마다 달라지는 한복의 모습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한복은 한순간의 모습만 볼 수 있지만, 런웨이에서는 걸을 때마다 옷의 선과 색이 달라 보였다.
게다가 여기에 조명까지 더해지면서 멀리서도 한복의 반짝임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자개와 한복은 각각 아름다운 전통문화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둘을 함께 표현한 무대를 보니 익숙한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무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한복 디자인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상식도, 축하공연도, 패션쇼도 다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2026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한복을 만들어온 사람들, 무대에서 한복을 선보이는 모델들,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그리고 한복을 입고 박물관을 찾은 외국인들 등 한복을 즐기는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한복이라는 공통된 문화로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복을 즐기는 방법이 꼭 직접 입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이번에 패션쇼를 보면서 느꼈듯, 한복을 감상하고 그 안에 담긴 색과 디자인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2026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가까운 전시나 공연을 찾아 우리 옷의 매력을 직접 느껴보면 어떨까?
공식 누리집에서 전국에서 진행되는 한복 관련 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보도자료) '2026 한복문화주간', 전국 곳곳에서 한복의 멋 즐기세요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문화주간 누리집 바로 가기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