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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만난 전국체육대회의 숨은 주인공들

16일부터 7일간 열린 제주 전국체전…전국 17개 시·도 3만 599명 참가, 50개 종목 겨뤄
경기장 안팎에서 대회를 완성한 숨은 손…현장을 든든히 지킨 자원봉사자들 인터뷰

2026.10.26 정책기자단 유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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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제주, 전국체전의 열기로 물들다.

제주의 10월 하늘은 옅은 구름을 얇게 펼쳐 놓은 듯했다. 그 아래로 가을볕이 경기장 앞마당에 고요히 내려앉았다. 주황색 지붕을 얹은 하얀 천막들이 줄지어 선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종합안내소', '자원봉사센터'라는 글씨 아래로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이 바쁘게 오갔다. 반가운 얼굴을 만나 손을 맞잡는 사람들 사이로 축제의 설렘이 번져 갔다.

'빛나는 제주에서 함께 뛰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건 제107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가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7일간 제주특별자치도 일원에서 열렸다. 제주에서 전국체전이 열린 것은 12년 만이다. 전국 17개 시·도와 재외한인체육단체에서 선수와 임원 등 3만 599명이 참가해 50개 종목, 74개 경기장에서 땀과 기량을 겨뤘다. 1920년 '제1회 전 조선야구대회'에서 시작된 전국체전은 서로 다른 고장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환호하는 무대로 100년 넘게 이어져 왔다.

◆ 펜스 너머에서 함께 뛰며 체전을 완성하는 사람들

수많은 시·도 체육회 가운데 기자의 눈길이 먼저 머문 곳은 '경상남도체육회'였다. 경남은 필자의 고향이자, 2024년 제105회 전국체전을 직접 치러 낸 곳이다. 고향에서 열렸던 그해 가을의 체전을 떠올리니 바다 건너 제주까지 와서 선수단을 돌보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경상남도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제107회 전국체전 선전을 기원하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상남도체육회 제공)
경상남도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제107회 전국체전 선전을 기원하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상남도체육회 제공)

마침 야구 경기가 한창인 현장에서 유상우(46세) 씨를 만났다. 정책 기자 명함을 건네며 취재 취지를 설명하고 그에게서 받은 명함으로 경상남도체육회 소속임을 확인한 뒤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대회에서 경상남도 선수단의 관리와 지원을 맡은 그는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장 밖의 일을 먼저 챙기는 것이 자신의 몫이자 경상남도체육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경상남도체육회 제공)
제107회 전국체전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경상남도체육회 제공)

선수가 경기장에서 기량을 온전히 펼치려면 훈련과 경기만으로는 부족하다. 경기장 밖에서 선수단을 살피고 뒷받침하는 손길이 함께해야 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출발선에 선 선수 한 명의 등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 서 있는지 비로소 실감했다.

2년 전 경남에서 손님을 맞던 모습과 지금 제주에서 경남 선수단을 지원하는 모습이 겹쳤다. 개최지와 참가 지역은 해마다 바뀌어도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뛰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대로 이어진다. 전국체전이 지역을 오가며 쌓아 온 협력의 의미가 그 순간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 앞 종합안내소, 자원봉사센터, 의료지원본부가 마련되어 있다.  함께 해주시는 자원봉사자에게 모두 격려하는 모습이다. (본인 촬영)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 앞 종합안내소, 자원봉사센터, 의료지원본부가 마련돼 있다. 함께해 주시는 자원봉사자에게 모두 격려하는 모습이다. (본인 촬영)

그런 마음으로 경기장 주변을 다시 둘러보니 늘어선 천막들도 달리 보였다.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 앞에는 종합안내소와 자원봉사센터, 의료지원본부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길을 묻는 방문객을 안내하는 일, 선수와 관람객의 목을 축여 주는 일, 혹시 모를 부상과 응급 상황에 대비하는 일이 천막마다 나뉘어 있었다.

◆ 기록만큼 소중한 것, 존중받으며 운동할 권리

또 다른 실내 공간에서는 보랏빛 배너를 세운 안내 부스를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스포츠윤리센터가 주관하는 '2026 체육인 인권침해·비리 통합 실태조사'를 알리는 자리였다. 배너에는 조사 목적이 '체육인 대상 인권 보호를 위한 정책 기초 자료 수집 및 예방안 도출'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사 대상은 전문체육 분야의 선수와 지도자, 심판으로, 부스에서는 정보무늬(QR코드)를 찍어 그 자리에서 바로 설문에 참여하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이 조사는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한 법정 조사로 스포츠윤리센터는 2021년부터 해마다 실태조사를 이어 오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스포츠윤리센터가 체육단체에 징계 수위를 구분해 요구하고 처분이 지나치게 가벼우면 다시 징계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문체부는 이를 바탕으로 체육계 인권침해 대응 체계를 강화해 왔다.

선수들의 도전을 응원한다는 것은 곧 그들이 존중받으며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전국의 선수와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전국체전 현장은 체육인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에 더없이 좋은 자리다. 작은 부스 앞에서 전국체전이 더 건강한 스포츠 문화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 현장에 마련된 체육인 인권침해·비리 실태 통합조사 안내 부스. 체육인 인권 보호를 위한 정책 기초자료 수집과 예방 방안 도출을 조사 목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본인 촬영)
대회 현장에 마련된 '2026 체육인 인권침해·비리 통합 실태조사' 안내 부스. 체육인 인권 보호를 위한 정책 기초 자료 수집과 예방 방안 도출을 조사 목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본인 촬영)

◆ 분홍빛 자원봉사자들이 전한 따뜻한 제주

야구 경기장 주변 자원봉사센터에서 분홍색 옷과 모자를 착용한 봉사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에는 경기장 관람 인증 행사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본인 촬영)
야구 경기장 주변 자원봉사센터에서 분홍색 옷과 모자를 착용한 봉사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에는 경기장 관람 인증 행사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본인 촬영)

어디를 가든 분홍색 옷과 모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분홍빛 차림의 자원봉사자들은 야외 경기장에서도 실내 대회장에서도 같은 미소로 자리를 지켰다. 실내 자원봉사센터에서는 봉사자들이 탁자 위 물품을 하나하나 정돈하며 방문객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경기장을 찾은 사람을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맞이하는 얼굴들이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제주를 찾은 사람들을 향한 바람이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열리는 대회라 더 열심히 참여하고 싶었어요." 봉사자들은 선수와 관람객 모두가 제주에서 좋은 추억을 한 아름 안고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봉사를 준비해 왔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 현장에는 자원봉사자 3500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지난 7월 권역별 기본 교육에서 친절 응대 요령과 안전사고 예방, 돌발 상황 대응법 등을 미리 익혔고 경기장별 책임리더 100명은 따로 교육받았다. 대회 기간에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이 함께 경기장 운영 상황을 관리하는 체계를 갖췄다.

그렇게 기다려 온 전국체전 기간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는 얼굴에는 꾸밈없는 웃음이 번졌다. 자신의 시간을 내어 누군가를 돕는 일을 '기쁨'이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듣다 보니 취재하던 기자의 코끝도 어느새 찡해졌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며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제주에서 마주한 친절한 얼굴과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경기의 기억만큼이나 오래 남을 것이다.

실내 자원봉사센터를 찾은 방문객과 봉사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방문객을 가까이에서 맞이하는 모습이 담겼다. (본인 촬영)
실내 자원봉사센터를 찾은 방문객과 봉사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방문객을 가까이에서 맞이하는 모습이 담겼다. (본인 촬영)

◆ 전광판에 이름이 없어도,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제주에서 만난 전국체전은 결국 수많은 사람의 역할과 마음이 모여 완성되는 축제였다. 선수단 곁을 지키는 체육회 담당자, 경기장 운영을 떠받치는 운영 인력, 방문객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 주고 싶다는 자원봉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대회를 함께 만들어 갔다. 여기에 체육인이 존중받으며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살피는 정책 현장까지 더해져 이번 체전은 기록을 겨루는 대회를 넘어 사람을 함께 살피는 축제로 꾸려졌다.

한 세기를 넘겨 이어 온 전국체전의 역사에는 수많은 경기와 기록이 새겨져 있다. 그 기록 한 줄 한 줄 뒤에는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다. 전광판에 이름이 오르지는 않아도 그들이 있었기에 선수들은 마음껏 뛸 수 있었고 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빛날 수 있었다. 이번 가을 제주에서 만난 숨은 주인공들에게 선수들의 멋진 경기만큼 뜨거운 응원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 (보도자료)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10월 16일 제주에서 개막

유시아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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