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영역
여섯 개의 점이 이어준 세상, 훈맹정음 탄생 100년을 살피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 관람기
올해 훈맹정음 탄생 100주년, 한글점자 탄생으로 시각장애인 삶에 빛이 된 '점자' 살펴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자리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을 찾았다. 문자박물관의 개성을 드러내듯 독특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박물관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세계 여러 문자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이곳에서 이번에 만나게 된 전시는 한글 점자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이었다.
.jpg)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이 반포한 훈맹정음은 시각장애인이 우리말을 읽고 쓸 수 있도록 마련한 한글 점자다. 올해는 훈맹정음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이번 특별전은 한글 점자의 탄생부터 오늘날의 활용까지 그 발자취를 돌아보고, 점자가 사람들의 배움과 일상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살펴보는 자리였다.
◆ 전시장 입구에서 먼저 만난 관람을 위한 배려
전시실에 들어서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전시 유물보다 먼저 관람객을 위한 도구들이다. 돋보기와 색약 안경, 필담을 나눌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전시를 관람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전시를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관람 환경을 고려하고 배려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을 방문하면 보통 전시 설명문을 먼저 살펴보게 된다.
훈맹정음 100주년 특별전의 안내판과 소책자에는 점자가 크고 뚜렷하게 표기돼 있었다.
점자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에서 실제 안내 체계에도 점자를 적용한 것이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전시 정보를 접하는 수단이 되고, 비시각장애인에게는 평소 익숙하게 접하지 못했던 점자를 자연스럽게 만나는 계기가 됐다.
◆ 손끝으로 생각해 보는 '코 없는 코끼리'
.jpg)
'코가 없다고 코끼리가 아닌가?' 훈맹정음의 역사를 살펴보기에 앞서, 만난 커다란 '코 없는 코끼리'는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무엇으로 판단하며,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분만으로 그 대상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익숙한 기준으로 다름을 판단하는 시선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도입부였다.
◆ 훈맹정음, 여섯 개의 점에 담긴 노력

한글 점자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세계 점자의 역사를 살펴보는 공간을 거쳐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 점자를 창제하고 보급한 과정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 벽면의 연표는 한글 점자가 걸어온 100년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송암 박두성 선생의 창제와 보급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 앞에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인 훈맹정음 점자표가 전시돼 있었다. 유리 진열장 안에 놓인 점자표를 바라보며, 시각장애인이 우리말을 읽고 쓸 수 있도록 문자 체계를 마련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했을지 생각해 보게 됐다.
훈맹정음은 한글의 초성과 종성, 받침 등 우리말의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한글 점자의 탄생은 시각장애인이 우리말로 읽고 쓰며 지식과 정보를 접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전시에서는 점자표뿐 아니라 다양한 점자 관련 자료와 기록도 살펴볼 수 있었다. 한글 점자의 탄생뿐 아니라 이를 가르치고 보급하며 이어 온 노력도 함께 소개했다. 점자가 실제 생활에서 쓰이기 위해서는 문자를 만드는 일에 더해, 사람들이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과정도 필요했다.
◆ 듣고, 그리며, 내 이름을 점자로 남기다
전시를 살펴본 뒤에는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점자를 눈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감각을 활용해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참여한 활동은 음성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체험이었다. 평소 그림을 그릴 때와는 다른 방식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필자도 자리에 앉아 이름을 점자로 표현해 봤다. 한글 점자표를 참고해 글자마다 해당하는 점의 위치를 확인하고 하나씩 표시해 나갔다. 짧은 이름을 표현하는 과정에도 점자의 규칙을 이해하는 일이 필요했다.
평소에는 점자를 안내판에서 발견해도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점의 위치를 확인하며 이름을 완성해 보니, 점자가 일정한 규칙으로 이루어진 문자라는 사실이 한층 실감 났다. 늘 익숙하게 쓰던 내 이름이 여섯 개의 점 조합으로 표현되니 새롭게 보였다.
이 체험만으로 시각장애인의 문자 생활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다만 평소 익숙하게 사용하던 문자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보는 과정은 점자가 누군가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 한글 점자가 걸어온 역사를 생각하다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은 한글 점자가 걸어온 역사를 돌아보며, 여섯 개의 점이 시각장애인의 배움과 소통을 어떻게 넓혀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였다.
다름을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누구나 읽고 쓰며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준 훈맹정음의 가치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눈길을 끈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의 쪽지였다. 전시를 보고 느낀 생각을 글로 남기고, 이를 점자로 표현해 벽면에 붙일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었다. 누군가는 점자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고, 누군가는 직접 체험한 소감을 남겼을 것이다. 필자 역시 점자 쪽지를 붙이며 훈맹정음 100년을 돌아본 소감을 전했다.
☞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훈맹정음 100주년 특별전 누리집
☞ (보도자료) 한글날 제정 100주년, 다채로운 문화예술행사 열린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