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손배-가압류는 정당한가

2003.11.25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혹시 이분법적 논리를 갖고 있는 독자들은 필자의 제목만을 보고서 '노동자의 불법 폭력시위'를 옹호하는 자가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 또한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그러나 노동자들의 '불법 폭력시위'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이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국정넷포터 김정진님은 「불법 폭력시위 국민적 공감대 얻을 수 없다」라는 기사에서 "불법 폭력시위로 인해 집회시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경찰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함으로써 또 다른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불편을 겪어 결국 국민적 공감대를 잃어가고 국론분열만 조성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제2의 집회문화'를 시급히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2의 집회문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문맥상 평화적인 시위 문화를 얘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시위가 많아지면 경찰 병력이 대거 동원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폭력이 가미되면 더욱 그렇다. 치안을 담당해야 할 경찰이 자기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시위를 진압함으로써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긴 말 하지 않고 필자는 다음과 같은 통계 자료를 제시하고 싶다.

2003년 1월 22일 현재 손배, 가압류로 인한 피해는 50개 사업장, 2,222억 9,752만 4,284원이라고 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짧은 기간 동안 조사된 것이어서 미처 보고되지 않은 사업장을 감안할 경우 그 금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6월말 현재 손배, 가압류금액이 38개 사업장 1253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불과 6개월만에 1,00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민주노총 자료, 이하 동일)

잘 알려진 사업장의 경우만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대우자동차판매> : 2002년 3월 초 조합비, 노조간부 전병덕 외 13명에 대해 168,946,103원을 가압류 신청. 2002년 3월 25일 인천지법에서 68,946,103원 가압류 결정

<보건의료노조> : 손해배상 청구액 : 8개지부 92억원(322명). 가압류 : 4개지부 75억원(281명)

<효성 >: 01년 4월 노조간부 위원장 외 7명에 대해 3억 7천만원 손배청구. 소송 진행중. 조합비 압류. 파업에 참가한 간부 및 조합원들에게 1인당 50억에서 100억까지 손해배상 청구(총 521억)

다음은 손배-가압류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절규이다.

'(파업) 3개월째 되던 날 해고를 시키더니 월급, 상여금, 퇴직금에 50% 가압류를 걸면서 근무 6년차인 나의 통장에 퇴직금으로 약 2백 80만원의 돈이 일방적으로 지급되었다. 일방적인 해고도 서러운데 근무 6년차인 나에게 퇴직금이 고작 3백만원도 안 된다니 …너무나 억울하고 허탈했다'. '파업을 시작하면서 돈이 없어 내지 못했던 적금, 연금, 보험 등에 대해 독촉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사정을 얘기하면서 미루고 미룬 게 벌써 8개월째다. 생활비가 없어서 적금을 해약하고, 그 돈으로 생활했지만 그 돈도 다 떨어진 지 오래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원장이 약속했던 연봉계약직의 고용안정, 그 요구가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가?'

혹자들은 '그러게 왜 불법 파업을 했느냐'고 노동자들을 추궁할지 모르겠다. '자업자득 아니냐'는 지탄이 노동자들에게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파업은 '노동3권'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이다. 파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산을 중단하여 사주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혀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사주의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가 합법이라면, '노동자의 사주에 대한 파업'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혹은 그 역이 성립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는 물과 기름과 같은 '손배-가압류'와 '파업권'이 공존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미 20세기 초반에 사라진 노동운동 탄압의 망령이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평화적 시위 문화의 정착. 노동자들도 바라는 바다. 조직 폭력배를 제외하고 그 누가 폭력을 좋아하겠는가. 노동자들에게만 평화적 시위 문화 정착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평화롭게 파업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나서 평화시위를 운운해야 할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된 파업권 마저도 불법시 되어 구속되고 얻어맞고 그나마의 얼마안되는 월급마저도 압류당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어쩌면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불법 폭력시위'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서 노동자들의 불법시위만 문제삼는다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노예로 살거나 혹은 '죽거나'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국정넷포터 장창준 92jcj@hanmail.net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