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스포츠와 인연이 많다. 박 대통령은 1974년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뒤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하면서 스포츠 지도자 및 선수들과 가깝게 지냈다.
이에리사 의원은 그의 탁구 교사다. 이 의원은 1973년 유고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우승을 이끈 뒤 청와대에 초청됐다가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때 당시 박 후보의 체육 정책을 총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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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이에리사 선수촌장·장미란 선수 등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박근혜 대통령, 이에리사 의원·유제두 전 챔프 등과 인연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미들급 전 챔피언 유제두(65)씨도 박 대통령과 가깝다. 1975년 일본 원정경기에서 와지마 고이치를 7회 KO로 눕히고 챔피언에 오른 뒤 청와대에 초청돼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유씨는 2007년 경선에서 당시 박 후보의 체육특보를 맡았고, 지난 대선 때도 체육계 지지선언에 앞장서기도 했다.
역대 각국 정상들은 스포츠와 어떤 인연을 맺었을까. 넬슨 만델라(95)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스포츠를 통해 흑백 갈등을 치유했다. 남아공에선 흑인은 축구를, 백인은 럭비를 즐기는데, 만델라는 두 종목을 아울렀다.
남아공은 1995년 럭비월드컵을 유치했고, 그 해 6월24일 요하네스버그 도어앤폰테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뉴질랜드와 맞붙었다. 그때 만델라가 남아공 럭비대표팀 유니폼 ‘스프링 복스’를 입고 나타나자 6만여명의 백인 관중들은 일제히 “넬슨, 넬슨” 하며 환호했다.
만델라, 스포츠로 흑백 갈등 치유 노력
스프링복스는 흑인 단체들이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라고 비난한 옷이었다. 백인 일색의 대표팀 선수들과 관중들은 감동했다. 이날 남아공은 연장 끝에 뉴질랜드 대표팀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고, 남아공 대표팀 주장 프랑수아 피에나르가 등번호 6번이 찍힌 유니폼을 만델라에게 건넸다. 이어 두 사람이 포옹하는 순간 남아공의 흑백 장벽은 눈 녹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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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축구로 흑백 통합을 꾀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만델라는 곧이어 흑인들이 좋아하는 축구 월드컵 유치에 나섰다. 2000년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서 독일에 불과 1표 차이로 2006년 개최지를 넘겨주며 눈물을 삼켰지만, 4년 뒤에는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2010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당시 86살의 만델라가 FIFA 집행위원들에게 남아공의 흑백 통합을 위해선 월드컵 유치가 절실하다고 가슴으로 호소한 덕분이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68) 전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통해 서민들에게 다가갔다. 축구광인 그는 2003년 7월, 브라질 최대 농민운동단체인 ‘토지 없는 농업노동자운동’(MST) 대표와 토지개혁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빼어난 드리블 솜씨를 선보여 화기애애한 협상 분위기를 이끌었다.
유도 유단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포츠를 외교에 활용
스포츠를 외교에 활용한 사례도 있다. 유도 선수 출신이자 무술 애호가인 블라디미르 푸틴(61) 러시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22살 때 구 소련 유도대회에서 우승해 챔피언에 올랐고, 러시아 격투기 삼보 대학챔피언도 지낸 실력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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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도 유단자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순번째 생일날 유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
그는 2002년 일본 방문 때는 예고 없이 유도장을 찾아 즉석 대련을 펼쳤고, 203연승에 빛나는 ‘일본 유도의 전설’ 야마시타 야스히로(53)를 식사자리에 초대하기도 했다. 2006년 중국 방문 때는 ‘무술 도량’으로 유명한 소림사를 들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51) 미국 대통령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성팬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하와이지만 젊은 시절을 보낸 ‘정치적 고향’이 바로 시카고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 연설을 한 곳도 시카고 매코믹플레이스 컨벤션센터였다.
시카고에는 컵스 팬이 더 많지만 오바마는 화이트삭스 팬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콜로라도 로키스가 맞붙은 2007년 월드시리즈에서 자신이 화이트삭스 팬임을 털어놓았다. 대선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레드삭스 팬인 척하는 인물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진정한 스포츠 팬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소문난 농구광
그런데 오바마는 야구보다 농구를 더 좋아한다. 그는 전문가 뺨치는 농구 지식을 가졌고, 농구 실력도 수준급이다. 자신의 생일날 NBA(미국프로농구) 스타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농구를 즐기기도 한다. 2010년 11월에는 백악관에서 농구경기를 하다가 입술 부위를 다쳐12바늘을 꿰매기도 했고, 대통령 재선에 성공한 지난해 11월 6일에도 스코티 피펜(47) 등 NBA 레전드들과 농구로 ‘망중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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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광으로 소문난 오바마 미 대통령이 NBA 우승팀인 마이애미 히트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선수들과 즐거운 한 때를 가지는 모습.(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
각국의 역대 정상 중 경기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은 누구였을까. 팔 슈미트(71) 전 헝가리 대통령은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1968년 멕시코시티,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가 지난해 4월 대통령직에서 깨끗이 물러나 박수를 받았다.
우고 차베스(59)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젊은 시절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도 했다. 피델 카스트로(86)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역시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입단 테스트까지 받은 실력파였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실력파는 노태우 전 대통령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선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가장 뛰어난 실력파였다. 그는 육사 시절 럭비부 주장을 맡았는데 100m를 11초대 주파할 정도의 빠른 발로 그라운드를 주름잡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엔 테니스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를 청와대로 불러 테니스를 즐겼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잘 알려졌다시피 축구광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테니스를 즐긴다. 박근혜 대통령은 스포츠와 어떤 인연을 맺을지 궁금하다.
최근 <스포츠에 바람난 대통령들>(가칭)을 집필한 스포츠평론가 기영노씨는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처럼 정치도 공정하게 하면 그 나라 국민들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스포츠기자)
한겨레신문 기자. 사회부 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등 역임한 뒤 현재 스포츠부 차장을 맡고 있다. 전 TBS 해설위원이었으며 현재 WKBL-TV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천하무적 어린이야구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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