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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누드화와 남성누드화 뭐가 더 아름다울까

[변종필의 미술 대 미술] 남성누드 VS 여성누드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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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에서 남성과 여성의 신체는 시대를 막론하고 오랫동안 예술가들의 창조적 모티프였다.

특히 누드작품은 동양과 달리 서양미술에서는 매우 중요한 장르로 인식되어왔다. 누드는 특성상 섹슈얼리티(Sexuality)에 필연적 관심이 따르는데, 누드작품하면 남성보다 여성누드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성(性)에 대한 인간의 한 가지 성향이다.

그런데 미술사를 들춰보면 인체는 여성누드보다 남성누드 작품이 더 앞서 제작되었고, 관심도 또한 더 높았다. 남성누드와 여성누드가 고대미술에서 현대미술로 이어지며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는 서양미술의 이해 폭을 넓히는 데 꼭 필요하다.

◇ 고전미술의 남성누드 VS 여성누드

미술사에서 누드작품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는 인간중심, 남성중심 시대였다. 그리스인은 신을 닮고 싶은 대상으로 삼았지만,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프로타고라스의 말처럼 인간을 모든 것의 기준으로 삼았다. 실제 남녀의 가장 이상적인 인체비례(여성-8등신, 남성-7등신)로 정해놓은 카논(canon)은 당시의 산물이다.

그리스시대는 특히 남성누드가 유행했는데 여기에는 스포츠의 영향이 컸다. 남성의 운동경기는 시민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최종 우승자는 남녀노소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근육질로 다져진 몸매와 에너지 넘치는 탄탄한 몸을 지닌 남자를 인격의 완성체로 여겼다. 당시 길거리에서 완벽한 몸매의 남자를 만나면, “당신은 신이 아닌가요!”라는 감탄사를 보낼 정도였다. 이는 오늘날 탁월한 몸매로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몸짱’을 보고 ‘신의 몸매’에 비유하는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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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반던지는 사람> 로마시대복제품

그리스시대 대표 조각상인 <원반을 던지는 사람>은 운동과 정신, 정신과 신체의 합일이 가장 이상적 인간형이라는 고대 그리스인의 믿음을 엿볼 수 있다. 원반 던지는 동작이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어느 각도에서도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대 그리스시대에 여자를 표현대상으로 삼은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 남성누드와 다르게 코스튬(옷을 입은 모습)작품에 한정되었고, 누드로 표현되었다고 해도 신(비너스)에 비유한 표현이거나 표현수위에서 남성누드와는 현저히 차이가 났다. 남성누드는 힘의 상징으로 표현되었지만, 여성누드는 남성의 욕망을 채우는 감상대상으로 주체보다는 객체로 표현되었다.

<벨베데레의 아폴론> 기원전 330년, 로마시대복제품
<벨베데레의 아폴론> 기원전 330년, 로마시대복제품

이는 여성누드작품을 제작 의뢰하고 소장하는 주체가 남성이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누드는 감상의 주체인 남성의 눈을 만족하게 하는 눈요깃거리의 측면이 강했다.

그래서 남성누드는 당당함과 숨김없는 표현으로 남성의 우월함을 표출하는 것이 많지만, 여성누드는 부끄럽고 수줍어하는 연약한 모습이 많다.

남성누드 조각상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로 손꼽는 <벨베데레의 아폴론>과 <카피톨리누스의 비너스>를 보면 이러한 차이가 드러난다.

<벨베데레의 아폴론>은 아폴론이 활을 쏘는 장면을 조각한 것으로 매끈한 수영선수의 몸을 보는 듯하다. 역동성은 떨어지지만, 신체를 당당하게 드러내며 남성성을 강조하고, 완벽한 비례미를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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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피톨리누스의 비너스>기원전 1세기, 로마시대복제품 / 보티첼리 <비너스탄생>

이에 견주어 <카피톨리누스의 비너스>는 목욕을 막 끝낸 비너스가 몸을 살짝 웅크린 채 수줍은 듯한 손은 가슴 부위를 한 손은 음부를 가리고 앞을 응시하는 모습이다. 주위를 의식하는 표정, 마치 실제 피부 같은 부드러운 여체의 속살처럼 느껴지는 사실적 질감, 강한 성적 호기심을 자극적인 자태(특히 뒷모습) 등 관자(남자)의 시선에 무게를 두어 표현했다.

이 같은 매혹적인 자세는 정숙한 여인의 전형처럼 인식되어 보티첼리의 유명한 <비너스탄생>을 포함한 많은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고대 그리스에 이상적인 몸매로 표현되던 누드작품은 수치와 치욕의 대상으로 여겼던 중세시대에 쇠퇴했지만, 인간중심의 부활을 강조한 르네상스에 재등장했다. 이후 누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 작가를 중심으로 표현의 내용과 형식이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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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르조네<잠자는 비너스>1510년/티치아노<우루비노의 비너스>1538년/마네<올랭피아>1865년>

19세기 이전의 누드작품이 신들을 주제로 삼아 서사적 구조로 표현되었다면, 19세 후반부터는 인상주의화가들 처럼 현실에 근거한 누드화가 대세를 이루었다. 특히 남성누드보다 여성누드에서 전통형식을 파괴한 작품들이 월등히 많아졌다.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는 여성누드화의 전형으로 티치아노, 앵그르 등으로 이어진 모방의 대상이었지만, 마네의 <올랭피아>와 같은 도발적인 작품이 등장하면서 누드화가 미술장르 중 가장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 20세기 남녀 누드작품은 형상의 왜곡부터 신체의 해체까지 새로운 형식이 등장하며 고전시대 이후 지속되어온 아름다움의 전형을 해체했다.

◇ 현대미술의 남성누드VS 여성누드

데이비드 호크니<비버리힐스의 샤워하는 남자> 1964년 / 프란시스 베이컨<침대위의 초상화습작>1963년
데이비드 호크니<비버리힐스의 샤워하는 남자> 1964년 / 프란시스 베이컨<침대위의 초상화습작>1963년
현대미술에서 남성누드의 가장 큰 변화는 고대미술이 추구했던 스포츠맨이나 영웅의 이상적 몸매가 사라지고, 익명의 평범한 남자몸매가 화면을 차지한 점이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년~)처럼 동성애적 표현을 담은 누드화로 선망의 대상으로 표현되던 남성누드에 관한 고전적 이미지를 벗어던지거나,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1909~1992)처럼 아예 인체의 해체와 왜곡을 통해 인간의 내적 고립과 불안을 파격적으로 제시한 누드화가 등장했다.

스탠리 스펜서(Stanley Spencer,1891~1959)처럼 남성누드를 냉정할 만큼 극사실로 표현하며 성적분위기를 중화시키는 작품도 있다. 이들처럼 현대미술에서는 전통적으로 유지해오던 남성누드의 오랜 내용과 형식이 파괴되었다.

피카소<아비뇽처녀들>1907년 / 루시안 프로이트<휴식중의 연금관리자>1994년
피카소<아비뇽처녀들>1907년,루시안 프로이트<휴식중의 연금관리자>1994년
 여성누드의 가장 큰 변화는 사회 속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더 이상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그림 속에 등장한 것을 들 수 있다.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아비뇽의 처녀들>과 같은 작품을 통해 여성누드를 하나의 조형적 탐구 대상으로 여겼고,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는 극히 단순화시킨 형태와 색만으로 인체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루시안 프로이트(Lucian Freud, 1922~2011)는 마치 커다란 고기 덩어리를 연상시키는 비호감 몸매로 여성누드가 지녀왔던 성적환상을 깨뜨렸다.

변화는 그림 표현에만 있지 않았다. 남성화가의 전유물이었던 누드화장르에 여성화가가 등장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남성이 아닌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누드화가 시도됐다.

샌드라 피셔<붉은누드>1989년
샌드라 피셔<붉은누드>1989년
예를 들면 1996년 46세의 나이로 요절한 여성화가 샌드라 피셔(Sandra Fisher, 1950~1996)의 <붉은 누드>는 남성이 아닌 여성화가의 시선에서 남성누드를 그린 작품이다. 남성모델을 여성모델처럼 관능적인 자세로 표현하여 마치 누드화를 관람하는 주체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역전된 느낌을 준다.

이처럼 현대미술에서는 남성누드와 여성누드모두 전통양식에서 탈피하거나, 하나의 개념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관점과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인에게 몸은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가늠하는 기준처럼 작용한다. ‘착한몸매’, ‘팔등신’, ‘우월한 유전자’, ‘이기적 몸매’ 등 몸짱을 일컫는 신용어가 난무하고, 완벽한 몸을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홍보이미지들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나친 외모지상주의의 그릇된 일면이지만, 본질적으로 탁월한 외모에 끌리는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욕망의 탓이 크다. 현대미술에서 남성누드와 여성누드와 관련한 새로운 창작 시도와 변신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강력한 반응들이다.

변종필

◆ 변종필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2008년 미술평론가협회 미술평론공모에 당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객원교수, 박물관·미술관국고사업평가위원(2008~2014.2)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겸 편집위원, ANCI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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