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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수입식품 안전 혁신으로 안심 먹거리 환경 조성
수입식품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식품안전은 국민 일상과 직결된 과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AI 기반 해외제조업소 서류 자동검토, 수입 전자심사 24시간 체계, 직구식품 피지컬AI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며 수입식품 안전관리를 혁신하고 있다. 기술의 목적지는 국민의 안심 식탁이다. 이재용 식품안전정보원장먹거리가 풍요로워질수록 식품 안전을 지키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165개국에서 들어오는 수입식품이 연간 1933만 톤, 소비자가 직접 해외 플랫폼에서 사들이는 직구 식품이 2492만 건—공급망은 전 세계로 뻗어 있다. 매년 국민의 식품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식품산업도 지속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식품산업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안, 그 안전을 담보해야 할 대상도, 방식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특히 수입식품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식품 안전관리가 국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인공지능(AI)은 산업과 일상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식품안전 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의 식품안전 관리가 인력 중심의 수기 검토와 경험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위험요소를 신속하게 찾아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지능형 안전관리'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AI 기반의 수입 식품안전 혁신을 추진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심 먹거리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 책임 있게 AI를 사용하다 수입식품 안전관리의 시작은 수입식품 해외제조업소를 등록하게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해외제조업소는 192개국 약 12만 개에 이르며, 연간 약 4만 건의 등록 서류가 접수된다. 기존에는 국가별로 언어와 제출 양식이 모두 달라 담당자가 외국어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고 번역하며 수작업으로 검토해야 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증빙서류 이미지의 문서 변환, 외국어 번역, 증빙서류-신청서 간 교차검토가 가능한 'AI 기반 자동검토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민원인 기준 처리기간이 3일 걸리던 업무가 1일 이내로 단축되었다. 또한 불필요한 민원 신청 방지 기능도 추가함에 따라 관례적으로 해왔던 민원 보완 요청 건수도 연간 약 6천 건 이상(2.4만 건→1.8만 건) 감소하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한 행정 효율화를 넘어 신속하고 정확한 민원처리로 국민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덜어주는 식품안전 관리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5년 11월,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ISO/IEC 42001 인증을 획득했다. AI 리스크 평가 체계, 영향 평가 절차, 윤리적 운영 방침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국제적으로 확인받은 것이다. AI가 식품 안전을 지키되, 그 AI를 또 사람이 책임 있게 관리하는 이중 안전망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직구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해외직구나 개인수입 형태의 건강기능식품 구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민의 안전한 소비를 위해 수입 제한 기준과 주의사항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2025.11.20(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빠르고 정확하다 AI기반 수입식품안전관리는 매년 85만 건 이상의 수입식품 신고를 처리하는 '수입안전 전자심사24' 시스템 운영으로 빛을 발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이 운영 중인 '수입안전 전자심사24'는 AI 자동검토와 위험도 기반 심사 체계를 활용하여 수입식품 안전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검사 담당자의 수기와 경험에 의존해 1~2일 이상 소요되던 심사가 이제는 5분 이내로 단축되었으며, 검사관이 퇴근한 이후에도 24시간 365일 상시 운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보다 촘촘한 안전관리가 가능해졌다. 특히, AI 수입식품 위험예측 모델의 부적합 선별 정확도는 수기검토(0.32%) 대비 약 2배 높은 수준(0.66%)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속도만 높인 것이 아니라 위해 우려가 있는 식품을 더욱 정밀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OECD 공공혁신협의체는 '수입안전 전자심사24'를 정부혁신 우수사례로 선정했으며, 국무조정실도 2025년 10대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꼽았다. AI 예측모델 기반 '수입안전 전자심사24' 통관검사 프로세스◆ 공공의 기술을 민간과 나누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자체 인력으로 AI 기반 직구식품 표시검사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판매 사이트에서 상품 이미지를 자동 수집하고, AI가 텍스트를 추출·번역한 뒤 국내 반입 차단 성분 목록과 자동으로 대조한다. 최근에는 AI 기술과 물리적 장비를 결합한 '피지컬 AI' 기반 검사체계로까지 혁신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수작업으로 진행되어 온 제품 촬영부터 결과 입력까지의 전 과정에 AI와 360도 자동촬영 장비를 결합한 것이다. 그 성과는 수치로 나타난다. 25년 기준 연간 1250시간이 걸리던 표시검사 업무는 83.3시간으로 줄었고, 현재 피지컬 AI 도입으로 건당 시간은 27분에서 1분 30초 수준으로 단축됐다. 위해식품 적발률은 8.4%에서 14.0%로 높아졌다. 책임 있는 AI 활용의 정신은 기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이 프로그램을 민간 시험·검사기관 2곳에 무상으로 제공하며 민간으로의 확산에 첫발을 내딛었다. AI기반의 수입식품 안전관리의 혁신을 민간부문으로 확산하여 민관 협업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식품안전망을 더 단단하게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직구제품 피지컬AI 자동 검사 시스템 ◆ AI 혁신의 목적지는 국민의 안심 식탁 식품안전정보원이 추진하는 AI 혁신은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행정을 자동화하고, 신뢰 체계를 갖추고, 민간과 역량을 나누는 이 모든 것의 목적지는 하나다. 국민이 매 끼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이다.국가 식품안전관리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디지털 전환에 나서야 비로소 촘촘한 식품안전 생태계가 완성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AI 혁신의 성과를 국민의 안심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교 위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걸어갈 때, 진정한 안심 먹거리 환경이 완성된다.
2026.05.15
이재용 식품안전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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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중과세 시행, 정책 신뢰의 출발
2026년 5월, 4년간 유예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다. 2·3주택자에 20~30%포인트 양도세율이 가산되며, 유예 종료 예고만으로도 매물 급증·가격 하락 등 선제적 시장 반응이 나타났다. 단기적으로 매물 감소 우려가 있지만,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며 공급 확대와 병행해야 투기 수요 억제와 시장 안정이라는 본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2026년 5월 9일, 4년을 끌어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마침내 종료됐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매물 잠김 해소"를 명분으로 시작된 한시적 배제 조치는 이후 해마다 연장을 거듭하며 사실상 항구적인 완화책으로 굳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시장은 이제 새로운 국면 앞에 섰다. 5월 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양도세율이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 포인트가 가산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달한다. 4년 전 유예 직전의 제도가 그대로 부활했다. 시장의 반응은 유예 종료 수개월 전부터 이미 뜨거웠다. 정부가 연장 불가 방침을 공식화하자 서울 아파트 매물은 급격히 늘어났고,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계속 기록을 갱신했다.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와 급매를 노리는 실수요자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막판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전국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고, 주택을 10채 이상 보유한 대량 보유자를 중심으로 보유 주택 정리 속도는 전년 대비 2.4배 빨라졌다.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기도 했다. 본격 시행 이전에 이미 시장 행동을 바꾸는 '공시 효과'가 작동한 셈이다. 충분한 예고와 강한 정책 의지가 결합될 때 세제가 시장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양도소득세 관련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2026.5.8.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제는 양도세 중과 이후의 시장 변화다. 가장 먼저 일어날 변화는 아파트 매물 감소다. 매도를 하지 못한 다주택자들은 매도를 포기하고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양도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도물량은 줄어들면서 호가가 상승하고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 압박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수요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실제로 가격 상승이 재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시장 변화가 중과세 정책의 방향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매물 잠김 우려는 이미 이전 정권에서도 유예의 명분으로 반복해서 사용됐지만, 4년의 유예 기간 동안 주택 시장은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지만, 시장 구조의 근본적인 왜곡을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주택이 실거주 수단보다 자산 증식의 도구로 인식되는 한, 세제 완화는 투자 수요를 되레 자극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느 시점에서는 단기 진통을 감수하는 결단이 불가피하다. 중과세의 장기적 의의는 세수 확보나 거래 억제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다주택 보유에 상응하는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주택 보유 행태와 시장 기대 심리를 바꾸는 것, 그리하여 투기 수요를 줄이고 매물이 시장에 꾸준히 공급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 제도의 본래 설계다. 당장의 불안보다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세제 하나만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는 과욕이다. 주택 공급 확대, 임대차 시장 안정화, 질 좋은 공공주택 확충은 중과세와 긴밀히 연계되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동시에 가져가는 복합 처방이 뒤따를 때, 비로소 중과세는 그 본래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중과세 시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단발성 조치로 그친다면 시장은 곧 다음 유예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관망으로 전환할 것이다. 반대로, 이번 조치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향한 일관된 정책 기조의 첫걸음임을 확인시켜 준다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정책이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다는 신뢰가 시장에 뿌리내리는 순간, 다주택 투기 수요는 줄어들고 실수요자 중심의 건전한 시장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4년의 유예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단기 처방의 반복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정책 신뢰를 줄인다. 그리고 정책 신뢰의 부재는 시장 불안을 먹고 다시 커진다. 부동산을 투자 자산이 아닌 생활 기반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은 정책이 일관성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 정부가 단기적인 시장 변화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설계한 대로 정책을 이행하며, 이를 보완하는 후속 조치들을 체계적으로 쌓아갈 때, 비로소 시장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신호를 읽을 것이다. 이번 중과세 시행은 그 길고 어려운 여정의 담대한 시작이다. 중과세 부활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를 향해 정책의 일관성을 꾸준히 지켜 나가는 것, 그것이 시장 참여자 모두가 기다려온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26.05.14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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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사회라면 필요한 아동정책
노인 천만 시대, 700만이 채 안 되는 아동이 기본사회에서 강조하는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취약계층 아동과 가구를 위한 관심과 지원, 아동기본법 제정, 광역단위 아동복지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민소영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 존엄한 존재'임을 천명한다.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기본 사회의 법적 근거이기도 하다. 기본 사회란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의 조건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짐으로써 실질적인 행복 추구를 실현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기본 사회에서 보장하는 영역은 매우 넓다. 소득, 일자리, 주거를 넘어 교통, 통신, 에너지, 안전, 금융, 교육, 보건·의료, 돌봄, 여가·문화 등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영역이 모두 망라된다. 모든 국민 안에는 당연히 아동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동은 얼마나 행복할까? 최근 실시된 아동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아동의 행복감은 2018년에 비하여 감소하였다. OECD 국가들의 평균에 못 미치는 하위권 수준이다. 청소년의 3명 중 1명은 최근 1년 내 죽고 싶다는 생각을 경험했다는 통계도 있다. '노키즈존'이라는 배제의 언어가 일상화되었다. 아동이 환영받으며 행복하게 자라나는 사회일 때, 아동이 태어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아동은 행복하지 않다. 지금은 아동보다 노인 인구가 더 많다. 2025년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다. 반면, 18세 미만으로 정의되는 아동 인구는 끊임없이 줄어들어, 인구의 13%인 700만 명을 넘기지 못한다. 기본사회의 아동 정책은 다음의 고려 사항을 주목해야 한다. 어린이날 연휴를 사흘 앞둔 29일 인천 부평구 원적산공원에서 야외학습 나온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며 달리고 있다. 2025.4.29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첫째, 아동을 행복추구권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정하고, 앞서 제시된 삶의 기본 영역 하나 하나마다 아동의 입장과 필요를 반영하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동의 행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경쟁일 것이다. 아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쉼(여가·문화)의 기본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더 좋은 대학 진입이 삶의 목적으로 강요되어, 존엄한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추구해야 할 행복을 뒤로한 채 아동들의 심신은 피폐해지고 있다. 기본 사회가 추구하는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숨막히는 경쟁을 단기간에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잠시라도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보장하는 교육 환경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활동과 휴식,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위해 점심시간, 쉬는 시간, 체육시간에서 일정 시간을 준수하도록 의무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노인을 위한 무료 교통 제도나 무료 문화·여가시설 이용처럼, 노인 인구보다도 적은 아동들(18세 미만)에게도 무료 교통과 무료 시설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아동의 교통 지원이 야외활동으로 이어졌다는 국내 사례도 있다. 외국은 아동에 대한 지원이나 할인 정책이 참 많다.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세심한 보호와 관심은 늘 아동정책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원가정 지원과 병행되어야 한다. 아동의 전반적 결핍지수는 점차 좋아지고 있으나,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부모, 조손가구, 저소득층 등의 아동은 여전히 심각한 결핍을 경험하고 있다. 아동기의 취약한 삶은 성인기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소득, 주거의 보장 수준을 높이되, 아동과 그 가구의 개별 형편까지 반영하는 정책이 추가되어야 한다. 셋째, 기본사회의 각 영역에서 아동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아동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아동과 관련된 다양한 법들이 이미 존재한다. 그런데 기존 법들은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사후적 조치에 치중되어 있다. 게다가 개별 사안별로 법률이 제정되면서 법률간 분절, 누락 및 사각지대 등이 초래된다. 아동을 보호나 돌봄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명시하는 아동기본법은 기본사회의 각 정책 영역에서 아동의 입장과 필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만드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동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결하고 점검하는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중앙 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이 226개 기초지자체의 아동관련 행정 조직, 약 8-9000여 개의 서비스 기관과 그에 따린 종사자들을 지원한다. 포화상태이다. 아동의 분포나 서비스 필요에 따른 지역별 섬세한 개입을 위해 광역지자체 단위에도 아동권리보장원을 설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초지자체간 격차 조정, 지역별 환경에 따른 맞춤형 지원, 현장과 중앙정부를 잇는 실효성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노인 1000만 시대, 700만이 채 안 되는 우리 아이들이 기본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온전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혁신을 서둘러야 할 때다.
2026.05.04
민소영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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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은 모두에게 '노동절'이다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근로자, 공무원,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모두에게 그렇다. "노동의 가치는 직업과 무관하게 평등"하며, "인간의 기본권을 실현하는 핵심적 사회가치"이기 때문이다. 법의 해석과 적용이 이 아름다운 개정 이유에 맞게 뒷받침될 때 법은 더욱 아름다운 법이 될 것이고, 사회는 더욱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6년 4월 9일 개정 공휴일법은 5월 1일 노동절을 공휴일로 정했다. 이미 노동절은 유급휴일로 정해져 있는데 왜 다시 공휴일로 정했을까? 원래 노동절은 민간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휴일이었다. 하지만 "노동의 가치는 직업과 무관하게 평등하다(법제처, 공휴일 개정 이유 중에서)"고 해서 예전처럼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었던 시절에는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되는 공무원은 제외된다고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 '노동절'로 이름을 바꾸면서 '근로자'라는 표현이 삭제되었으므로, 노동절은 민간근로자와 공무원에게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절이 민관 모두에 적용되는 말 그대로의 '노동축제'로 승화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민간근로자 중에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노동자에게도 노동절이 적용되는 것일까? 예전에는 이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자의 날'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그럼 지금은 '노동절'이기 때문에 이 노동자들에게도 노동절이 적용되는 것일까?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자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3.31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노동절제정법 규정을 보자. "5월 1일을 노동절로 하고,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로 한다." 기존의 규정과 비교할 때 마치 이름을 바꾼 것 말고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잘 만든 법에는 언제나 명품의 아우라가 있는 법이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변경한 것의 의미는 단순히 이름표 바꿔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 진짜 의미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만이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 또는 플랫폼노동자에게도 노동절이 유급휴일로 보장된다는 것에 있다.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이기 때문이다. 노동절을 공휴일에 포함시킨 공휴일법의 개정 이유와 비교해 보아도 이는 명확하다. 공무원에게도 적용되고, 근로자에게도 적용되는데,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한편,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로 한다"라는 구절은 종전 그대로다. 그러나 표현은 그대로지만 그 의미는 그대로가 아니다. 앞부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슨 뜻일까? 첫 번째 의미. 당연하게도 노동절은 유급휴일이라는 뜻이다. 근로자, 공무원,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모두에게 그렇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로 한다"라는 규정의 의미는 노동절의 법적 효과에 관해 근로기준법상의 유급휴일 규정을 준용한다는 뜻이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게만 유급휴일로 한다는 뜻이 아니다. 두 번째 의미. 노동절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다른 공휴일과 겹치면 공휴일법과 관공서휴일규정에 따라서 대체공휴일이 지정되고, 근로기준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서 이 대체공휴일이 유급으로 보장된다. (노동절은 공휴일법에는 명시되어 있지만 그 시행령인 관공서휴일규정에는 아직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시차의 문제일 것이다. 관공서휴일규정에도 노동절이 명시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설명한다.) 세 번째 의미. 노동절에 근로하면 가산임금이 지급된다. 이 규정은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 공무원은 공무원수당규정에 따라 휴일근무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다. 원래는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는 공휴일 규정과 휴일근로 가산임금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절은 노동절제정법에 의하여 유급휴일로 하는 것이므로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고 해야 한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노동절을 유급휴일로 보장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되는데(근로기준법 제110조), 가산임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벌칙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가산임금은 실제로 근로를 한 것에 대한 보상일 뿐이고, 유급휴일을 지키지 않으면 벌칙이 적용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근로자, 공무원,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모두에게 그렇다. "노동의 가치는 직업과 무관하게 평등"하며, "인간의 기본권을 실현하는 핵심적 사회가치"(법제처, 노동절 개정 이유 중에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입법 이유를 본 적이 별로 없다. 법의 해석과 적용이 이유에 맞게 뒷받침될 때 법은 더욱 아름다운 법이 될 것이고, 사회는 더욱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2026.04.30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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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걸음 보장제와 청년 일자리 상생협의회, 걸음마에서 그치지 말아야
AI 전환기 청년 고용 정책은 대학·기업·재직자·청년 당사자가 함께 일자리의 진입과 유지 조건을 설계하는 상생 정책으로 정교화되어야 한다. 첫걸음 보장제와 청년 일자리 상생협의회는 청년의 진짜 일할 기회를 확대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 동력이 이어지려면 정부와 사회가 '움트는' 청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기업 참여를 이끌 실질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정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AI 확산 및 산업전환 과도기의 칼바람이 한국 청년에게 유독 매섭다. 2025년 15~64세 고용률은 69.8%로 1989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20~30대 '쉬었음' 청년은 71만 7천 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회복세를 이어온 노동시장이 청년에게는 곁불도 주지 않는다. 2026년 3월 기준 15~29세 청년 취업자 수는 41개월째 감소세다. 이에 정부는 민관협력을 통한 청년 일자리 기회 확대라는 방향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2025년 9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발표하고, 12월에는 정부와 한국경제인협회, 대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이 참여하는 '청년 일자리 상생협의회'를 구성했다. 올해도 700여 개 기업과 상생 채용박람회를 추진하는 등 활동도 구체화 중이다. 서울 한 대학 일자리 플러스 센터. 2026.4.20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청년 일자리 정책에 '상생'의 기치를 내건 것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이제 이 목표를 기존 정책과 어떻게 연결하여 시너지를 낼 것인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청년 고용정책은 일자리 정보 제공, 탐색 기회, 역량 강화에 무게를 두어 왔다. 청년에게 부족한 것이 '기회 접근'과 '역량'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었던 셈이다. 그 결과 재학·재직·구직·비구직 청년 등 대상별 고용서비스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청년센터 등 거점이 확대되며 청년이 활용할 창구는 넓어졌다. 그러나 청년들은 서비스의 부족보다 진짜 일자리의 부족을 호소한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기업을 끌어안지 못한 지금까지의 청년 고용정책은 청년이 기회를 만날 때까지 버틸 완충지대를 마련하고, 기다림의 터널에서 상처받은 청년을 사후적으로 돌보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 또한 큰 진전이었으며 유지해야 할 가치임은 맞다. 청년 고용정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역량 강화와 고용서비스 전달체계는 질적으로 고도화하고, 일할 기회는 기업 참여를 유도해 양적으로 넓혀야 한다. 중요한 점은 청년이 진입할 일자리의 설계 단계부터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기업은 산업 흐름과 시장의 대응에 대한 진단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청년 일자리'를 그려나갈 필요가 있다. 연구자로서는 다음의 두 가지 고민이 이 상생협의에 담기길 바란다. 첫째, 쉬었음 청년 정책을 본격적으로 분화해야 한다. 최근 실태조사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들의 대다수가 자신을 일시적 중단 상태로 인식한다. 그러나 인식은 결과이며 이 범주 안에는 첫걸음을 준비 중인 청년과 뒷걸음친 청년, 잠시 쉬고 싶은 청년과 마음이 쉬지 못하는 청년 등 서로 다른 과정이 있다. 첫 진입자에게는 일경험과 직무 탐색이, 이탈·유예 청년에게는 회복과 관계 재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빠르게 노동시장으로 초·재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움튼' 청년들은 정부가 적극 발굴하고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상생협의회의 지속 동력과 참여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에 청년 채용 확대를 요청한다면 협의회는 일회성 행사로 남게 된다. 세제 지원, 교육훈련 비용 분담 등 일자리 창출과 연동된 유인을 제시하되,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성도 열어줘야 한다. 한편, 청년 일자리 창출은 채용 단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 교육과정의 조정, 기존 인력의 재편, 일터 문화의 혁신이 함께 가야 입직 이후의 이탈과 '도로 쉬었음' 청년을 예방할 수 있다. 교육주체와 재직 노동자, 청년 당사자가 협의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첫걸음 보장제와 상생협의회가 걸음마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상생의 가치를 정책의 디테일로 번역해야 한다. 시장과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의 단계별로 제대로 담아내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2026.04.29
이정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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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베트남과 함께 여는 '국가 대도약'의 길
인도와 베트남은 모두 향후 20년 안에 선진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분명한 시간표를 갖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이번 순방은 단순한 양자관계 강화를 넘어, 불확실성의 시대에 새로운 국제협력 시스템을 설계한 출발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강대국과 국제규범이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전쟁은 길어지고, 공급망과 물가 불안은 일상을 압박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스스로의 성장과 안보를 지탱할 새 동력을 설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4월 인도·베트남 국빈방문은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파트너들과 성장과 안보의 새 축을 구축해 가는 의미 있는 계기였다. 인도, 성장과 안보를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 인도는 2047년 독립 100주년에 선진국 대열에 오르겠다는 '비크싯 바라트 2047(Viksit Bharat 2047)'을 국가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5개년 공동 전략 비전은 이 장기 목표와 한국의 '국가 대도약' 비전을 나란히 두고 협력의 틀을 다시 짠 문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도를 신흥시장이나 대체 생산기지를 넘어 미래 질서를 함께 설계할 파트너로 인식한 이번 회담은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가 본격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영빈관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 발언 후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양국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업그레이드에 속도를 내어 2030년 교역 5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에너지·핵심광물·조선·반도체·AI·디지털 인프라·방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선·해운·해상물류 프레임워크, 지속가능성 공동성명, 에너지 자원 안보 공동성명 등 3건의 부속 문건과 15건의 업무협약(MOU)이 더해지면서 협력 의제는 구체적인 실행 경로를 갖추게 됐다. 인도에 한국은 고부가 제조·조선·첨단기술·방산 역량을 결합할 수 있는 파트너이고, 한국에 인도는 14억 인구와 성장 잠재력, 인도·태평양 전략공간을 함께 여는 동반자다. 양국은 공급망, 에너지, 해양, 디지털을 하나의 전략적 안전망으로 묶어 성장과 안보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십의 기반을 다졌다. 베트남, 국가 개조와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는 협력 베트남은 2030년 중상위소득국, 2045년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국가 개조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국빈방문은 베트남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첫 외국 정상 방문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양국 관계를 글로벌 핵심 협력국 간 최상위 파트너십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로 평가된다. 이번 순방을 통해 양국은 경제협력의 규모와 내용을 동시에 끌어올리기로 했다. 2030년 교역 1500억 달러 목표를 재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전·신도시·신공항 등 베트남의 국가 개조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넓히며 에너지 안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친교일정을 위해 방문한 베트남 대표 문화 유적인 하노이 탕롱 황성에서 전통공연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베 과학기술혁신 협력 마스터플랜 프레임워크는 과학기술, 디지털, AI, 반도체 협력의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고, 베트남의 혁신 수요와 한국 기업의 기술 역량을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2026 한국 문화관광 대전, 한국어 교육 확대, 관광·동포·다문화가정을 아우르는 인적교류 활성화까지 더해졌다. 500만 상호 방문, 20만 동포, 10만 한·베 다문화가정 시대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토대가 함께 강화된 것이다. 결국 베트남 순방은 교역과 투자를 넘어 인프라, 에너지, 공급망, 기술, 문화를 하나의 성장 구조로 엮어 베트남의 2045 비전과 한국의 성장 전략을 함께 지탱할 틀을 다진 방문이었다. 새로운 국제협력 시스템의 모범 사례 인도와 베트남은 모두 향후 20년 안에 선진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분명한 시간표를 갖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인도와는 에너지, 해양, 반도체, 조선, 방산을 결합해 성장과 안보의 전략 공간을 넓히고, 베트남과는 제조, 인프라, 디지털, 공적개발원조(ODA), 인적교류를 통해 국가 개조와 산업 고도화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인도와 베트남의 성장 비전이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그 궤적 위에는 한국의 기술과 자본, 규범과 경험이 함께 새겨질 것이다. 그때 이번 순방은 단순한 양자관계 강화를 넘어, 불확실성의 시대에 새로운 국제협력 시스템을 설계한 출발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인도와 베트남은 한국 성장의 파트너이자,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핵심 동력으로 남게 될 것이다.
2026.04.28
최윤정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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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위기로부터 민생과 산업 함께 지키는 추경
소득 하위 70% 대상 고유가 피해지원금,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교통비 부담 완화, 소상공인과 지역상권에 대한 간접 지원은 모두 비용 충격이 가장 크게 닿는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피해가 누적될 수 있는 취약계층을 선제적으로 보호해 중동발 충격이 생활과 현장에 과도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막는 데 이번 추경의 중요한 목적이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중동발 충격이 길어질수록 우리 경제가 받는 부담은 더 이상 추상적인 불안이 아니다. 숫자가 이미 이를 보여준다. 국제유가는 미국-이란 휴전 진전에 따라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그 직전 한때 배럴당 120달러 안팎까지 치솟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도 2000원을 넘어섰다. 고유가 충격이 더 이상 국제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 생활비와 기업 비용으로 이미 옮겨왔음을 뜻한다. 이런 중동발 충격에 대응하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라기보다, 외부 충격이 민생과 산업 현장으로 번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선제 대응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동전쟁으로 물가의 상방압력과 성장의 하방압력이 함께 커지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고유가와 공급 차질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기다. 실제 이번 추경의 의미는 특정 지원금 하나에만 있지 않다. 정부가 편성한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은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 1000억 원, 민생 안정 2조 8000억 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 6000억 원, 지방재정 보강 9조 7000억 원, 국채 상환 1조 원으로 구성돼 있다. 고유가 대응과 서민 생활 안정, 수출·제조 현장 보호, 지역경제 방어를 한 틀 안에 묶었다는 점에서 이번 추경은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종합 패키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곳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소득 하위 70% 대상 고유가 피해지원금,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교통비 부담 완화, 소상공인과 지역상권에 대한 간접 지원은 모두 비용 충격이 가장 크게 닿는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피해가 누적될 수 있는 취약계층을 선제적으로 보호해 중동발 충격이 생활과 현장에 과도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막는 데 이번 추경의 중요한 목적이 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선 가운데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공단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경유와 휘발유를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2026.4.20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 대책도 이번 추경의 중요한 축이다. 수출바우처 확대, 정책금융 보강, 관광업계 저금리 자금 지원, 나프타·요소 수입비용 보조, 에너지·신산업 전환 투자 등을 통해 기업의 물류·자금·원자재 부담을 덜고 공급망 불안을 완화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수출바우처 지원 대상을 1만 4000개사 수준으로 확대하고, 수출 정책금융 7조 1000억 원과 관광업계 저금리 자금 2800억 원을 추가 공급하는 점도 기업과 지역이 함께 버틸 수 있는 여지를 넓히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기대효과 역시 분명하다. 고유가 충격이 커질수록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비용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재정이 완충장치 역할을 해주면 가계의 불안, 기업의 유동성 부담, 지역경제의 위축을 동시에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방재정 보강이 포함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외부 충격이 왔을 때 실제 현장에서 복지와 생활서비스, 지역사업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지방재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추경은 그 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중동발 충격은 금리 인상이나 구조개혁만으로 즉시 흡수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공급충격에 가깝다. 따라서 이번 추경은 경기 전반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는 수단이라기보다, 고유가와 물류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계와 소상공인, 수출기업, 지역경제로 급속히 번지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아내는 충격 흡수형 패키지로 작동해야 한다. 공급충격이 짧고 제한적으로 끝난다면 재정은 피해가 집중되는 계층과 업종, 지역에 신속히 자원을 연결해 충격의 전이를 막는 데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면 충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돼 물가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까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통화정책을 포함한 보다 종합적인 거시정책 조합이 필요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과장된 낙관도, 성급한 비관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추경을 일시적 공급충격에 대한 집중 대응 패키지로 분명히 위치시키는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민생과 산업, 지역경제에 충격이 과도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막고, 중장기적 충격으로 전환될 조짐이 나타날 경우에는 그에 맞는 추가 정책수단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추경은 단순한 재정 확대가 아니라, 위기 초기에 가장 약한 연결고리를 먼저 지켜내기 위한 선제적 방어선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2026.04.23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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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라는 매력적 언어로, 함께 걷는 번영의 길
인도의 "짤루 짤루"와 베트남의 "깜온(감사합니다)"은 이번 순방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축한다. 1950년 인도 공화국 헌법 발효를 축하하며 나누었던 우정과 하노이의 다이나믹한 에너지는 우리 경제의 돌파구이자 안보의 우군이다. 특히 이번 순방으로 구체화된 공급망 파트너십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열쇠다. 정길화 동국대학교 한류융합학술원장 "아차해(Achha hai, 멋집니다)!" "짤루 짤루(Chalo Chalo, 함께 갑시다)!" 2023년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뉴델리 안살 플라자 광장을 가득 메웠던 3500여 명의 함성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주인도한국문화원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공동주관한 '랑 데 코리아' 축제 현장에서 인도 청년들은 판소리와 탈춤에 열광했다. 또 인도 출신 멤버가 속한 걸그룹 '엑신'의 무대에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의 색을 입어보라'는 축제의 명명처럼, 문화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에너지로 응집되는 현장에서 한류의 연결력을 실감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국빈 순방은 그 멋들어진 기억을 소환한다. 지난 20일 뉴델리 야쇼부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드림 스테이지'는 한류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양국 우정의 가교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김혜경 여사의 합장 인사와 "나마스테" 한마디에 3000여 객석이 환호하고,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이 격려하는 광경은 한류가 쌓아온 문화적 신뢰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정서적 유대가 국가 정상급 외교의 토양으로 완숙해진 결과다. ◆ 데이터가 입증하는 한류의 신대륙, 인도 인도를 한류의 변방이라 여기는 것은 낡은 관념이다. 데이터는 이미 거대한 대전환을 증명한다. 2022년 블랙핑크의 유튜브 조회수 비중에서 인도는 10.0%를 기록하며 종주국인 한국(3.7%)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14억 대국 인도가 최대 소비처로 부상한 것은 한류의 영토가 서남아시아의 심장부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류가 보편적 호소력을 갖춘 핵심 문화 자산으로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지표다. 나아가 인도의 무한한 인적 자원과 결합할 한류의 미래 지표는 상당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인도의 마음을 얻는 법은 깊은 공감에 있었다. 2023년 초, 주인도 한국대사관이 제작한 '나투 나투(Naatu Naatu)' 커버댄스 영상은 그 결정적 장면이었다. 인도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이 곡에 맞춰 우리 외교관들이 춤추는 모습은 인도 전역을 열광시켰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직접 SNS에 찬사를 보냈고 조회수는 350만 회를 돌파했다. 한국이 인도의 문화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함께 즐기고 있다는 메시지가 인도 대중에게 깊은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인도를 방문 중인 김혜경 여사가 20일 뉴델리 야쇼부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Dream Stage에서 손하트를 그리고 있다. 2026.4.20(ⓒ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한류가 숨 쉬는 공기가 된 나라, 베트남 베트남에서의 한류는 공감의 단계를 넘어 생활 그 자체다. 국가 이미지 긍정 평가 95%, 한국어의 공교육 제1외국어 채택은 베트남이 한류 대중화의 성지임을 말해준다. 거리 곳곳에서 한국 드라마 대사가 들리고 K-푸드가 일상의 식단이 된 풍경은 양국이 정서적 공동체임을 증명한다. 현지 젊은 세대의 한국 콘텐츠 점유율이 70%를 상회한다는 사실은 한류가 이제 삶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공통 언어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필자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동반성장 디딤돌' 사업은 한류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었다. 베트남 신예 아티스트들이 한국에서 K팝 연수를 하며 50일 간의 고강도 훈련으로 한국어 발음까지 완벽하게 익히던 진지한 눈빛이 선하다. 2022년 수교 30주년 당시, 하노이 미딩 경기장에 한국의 청사초롱과 베트남의 호이안 등불이 영롱하게 어우러졌던 풍경은 압권이었다. 그 빛의 바다 아래서 한-베 소년소녀 합창단이 빚어낸 화음은 양국이 함께 그려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 한류 붐의 착시를 경계하며: 공감 한류, 성찰 한류의 중요성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다. 한류는 양국이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 어디까지나 마중물이다. 현지의 뜨거운 붐에만 취해 일방향적인 전달에 그치는 착시가 있어서는 안 된다. 문화의 본질은 결국 교류에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전파(傳播)하는 것에만 골몰한다면 한류는 자칫 문화적 우월주의로 오독되어 반감을 살 수도 있다. 진정한 성공은 상대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존중하고 나아가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때 완성된다. 상대 국민이 우리 문화를 좋아하는 그 이상으로,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인도와 베트남 문화에 대한 친연성을 높여야 한다. 존중이 결여된 한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동반성장 디딤돌'이나 '신한류 문화다리'와 같은 쌍방향 문화 교류 사업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수용할 때, 비로소 한류는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얻는다. 공감 한류, 성찰 한류가 중요한 시점이다. ◆ 미래지향적 비전: 한류 4.0과 문화기술 플랫폼의 시대 이번 순방 이후 우리가 그려야 할 미래지향적 비전은 명확하다. 첫째, 'K-콘텐츠 생산 기지의 글로벌화'와 '공동 창제작' 시스템의 정착이다. 이제는 한국에서 만든 것을 보여주는 단계를 지나, 현지 아티스트가 K팝 시스템을 입고 현지 언어로 노래하는 글로벌 현지화(Glocalization)가 가속화되어야 한다. 인도와 베트남의 풍부한 인적 자원과 한국의 기획력이 결합해 제3국으로 뻗어나가는 공동 창제작의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한류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현지 산업 생태계에 기여함으로써 '문화 제국주의'라는 비판을 원천 차단하고 진정한 상생을 실현하는 길이다. 둘째, '문화기술(CT) 융합 플랫폼'의 선제적 도입이다. 디지털 기술은 한류의 영토를 무한히 확장한다. 인도와 베트남의 MZ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디지털 네이티브들이다. 이들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AI와 VR 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한류 콘텐츠를 직접 창조하고 유통하는 '참여형 디지털 생태계'를 우리가 먼저 제안하고 주도해야 한다. 이는 디지털 심화 시대에 한류가 단순한 영상 산업을 넘어 기술과 문화가 결합된 미래형 융합 산업으로 도약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셋째, '지식 한류'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지속 가능한 외교 자산화다. 일부 대학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한류을 체계적인 학문이자 전문 산업 시스템으로 정립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실무와 이론을 결합한 석·박사 과정을 통해 한국의 미디어 경영과 제작 기술을 체득한 현지 인재들이 각국의 문화 수장이나 미디어 경영자로 성장할 때, 한류는 대체 불가능한 영구 불멸의 외교 자산이 된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곧 한류의 백년대계다. ◆ 짤루 짤루와 깜온의 정신으로 인도의 "짤루 짤루"와 베트남의 "깜온(감사합니다)"은 이번 순방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축한다. 1950년 인도 공화국 헌법 발효를 축하하며 나누었던 우정과 하노이의 다이나믹한 에너지는 우리 경제의 돌파구이자 안보의 우군이다. 특히 이번 순방으로 구체화된 공급망 파트너십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열쇠다. 양국 관계는 경제와 안보가 문화라는 실로 촘촘히 엮인 고도화된 동반자 길로 진입했다. 문화로 다져진 신뢰는 그 어떤 수치보다 견고하고 따뜻하다. 한류라는 매력적인 언어로 소통하는 인도와 베트남은 이제 우리의 시장을 넘어 영혼을 나눌 동반자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K-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양국 청년들이 첨단 문화기술 플랫폼 위에서 번영의 춤을 추는 진정한 공감 한류의 현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짤루 짤루(Chalo Chalo), 충 따 꿍 디(Chúng ta cùng đi), 함께 가자.
2026.04.23
정길화 동국대학교 한류융합학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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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창업, 국가 경쟁력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
AI 시대는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닌, 문제를 정의하고 스스로 해법을 만드는 능력을 요구한다. '모두의 창업'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국가 전략이다. 창업은 분석적 사고, 창의성, 회복탄력성 등 미래 핵심 역량을 압축적으로 경험하는 장으로, 개인의 성장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보편적 성장 경로다. 최병철 한국외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최근 '모두의 창업'이 중요한 정책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고 정책 리더십이 직접 창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가 아젠다로 끌어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의 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창업이 더 이상 일부 혁신가나 특정 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창업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예비창업부터 재도전 창업까지 전 주기를 포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창업을 단순히 기업 수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인재를 육성하고 국가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방향성은 매우 적절하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은 시대적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AI 시대에는 많은 일이 자동화되고 표준화된다. 이에 따라 인간에게 요구되는 역량 역시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정의하고, 그 해법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이같은 변화는 글로벌 차원의 논의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다. 202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시한 미래 핵심 역량을 보면, 앞으로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가 보다 분명해진다. 분석적 사고, 창의적 사고, 회복탄력성과 유연성, 동기부여와 자기인식, 그리고 호기심과 평생학습. 이 다섯 가지 역량은 단순한 직무 능력을 넘어, 불확실성과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창업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창업은 본질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분석하는 과정이다. 동시에 기존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창의적인 해법을 요구한다. 실패와 불확실성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회복탄력성과 유연성을 체득하게 되고, 외부의 지시가 아닌 내적 동기를 기반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또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끊임없는 학습과 탐구를 요구한다. 이처럼 다양한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경험은 흔치 않다. 이러한 점에서 창업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이라 할 수 있다.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역량이 오늘날 기업들이 구성원에게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역량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5 경기교육청 직업계고 취창업박람회'에서 참가 학생들이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을 체험하고 있다. 2025.9.2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창업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경험과 역량은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을 형성하는 보다 지속적인 자산이다. 창업에 성공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가 된다. 그러나 설령 창업 이후 취업을 선택하더라도, 그 경험은 조직 내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며, 기존 방식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수준의 혁신 역량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창업 경험은 개인의 경력 경로를 넘어, 조직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 관점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창업' 정책은 단순한 창업 장려 정책을 넘어선다. 이는 창업을 일부의 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성장 경로'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특히 창업 실패를 '도전의 경력'으로 인정하고 재도전을 지원하는 정책적 설계는, 창업을 결과 중심이 아닌 '학습과 역량 축적의 과정'으로 재정의하는 중요한 전환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개인 차원의 지원을 넘어 국가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창업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메커니즘 중 하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창업에 참여할수록, 시장은 더 많은 실험과 실패, 그리고 학습을 통해 진화하게 된다. 창업은 기업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다시 조직과 산업,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만든다. '모두의 창업'이 단순한 정책 구호를 넘어, 국민 누구나 도전과 학습을 경험하는 사회적 기반으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단지 창업이 많은 나라를 넘어, 성장과 혁신이 일상화된 진정한 국가적 성장을 목도할 것이다.
2026.04.22
최병철 한국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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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대 강국 선도하는 'K-AI시티' 실현
피지컬 AI의 부상으로 글로벌 패러다임이 스마트도시에서 AI시티로 급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격전지를 선점하려면 파격적인 네거티브 규제 도입, 민간 주도의 지속가능한 운영모델 창출, 그리고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K-AI시티 조성이 필수적이다. 이세원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AI는 점차 온라인에서 현실의 물리 세계(Physical World)로 전환하고 있다. 초기 AI 혁신을 주도한 생성형 AI는 거대 언어모델(LLM)을 시작으로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 같은 온라인 작업을 대체해 왔다면 현재의 피지컬 AI는 로봇과 같이 중력, 공간, 사물 등 물리법칙과 환경을 인지하고 조작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즉, 언어로만 이해하던 AI가 인간과 같이 오감(시각, 촉각, 후각 등)으로 세상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를 어렵게 표현하면, 얀 르쿤(Yann LeCun)이 제안한 월드모델(World Model)이다. 월드모델은 기존 언어모델(LLM)의 한계를 지적하고, 영상·센서 등 입력을 AI의 가상공간에서 미래 상태를 예측해 물리 세계를 직접 이해하는 AI를 지칭함과 연결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점은 앞으로 AI가 학습하고 작동하는 주무대는 '도시'라는 사실이다. 도시는 수많은 변수와 객체가 공존하는 고도의 복잡계이자, AI가 물리 세계를 직접 체험하고 거대한 공간데이터를 수집·학습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즉, 앞으로 AI의 놀이터이자, 빅테크 기업들의 경연장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주도했던 '스마트도시'의 패러다임도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은 스마트시티에서 '슈퍼시티(Super City)'로 전환하면서 기술과 실증에 무게를 둔 토요타 우븐시티(Woven City)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더 급진적으로 '선행선시(先行先试)' 기조 아래, 국가 AI 거점도시를 조성 해나가고 있다. 베이징 E-Town에서는 1500대 이상의 로봇택시 실증과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계로봇대회(WRC 2025)를 유치해 도심에서 테스트와 운영을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한 것은 지방정부에 신기술 도입 관련 행정면책과 경제적 보상을 지원하고, AI 데이터거래소, AI-로봇 도시 관제 등 새로운 규제 해소와 운영 방식이 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공공장소인 도시에서 AI와 로봇을 운영하려면 그에 맞는 새로운 인프라와 운영 방식이 필수라는 이야기이다. 정부는 이러한 배경에서 'K-AI시티 실현'을 국정과제 31번으로 지정하였다. AI시티는 "도시인공지능(Urban AI)을 중심으로, 도시가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최적의 도시 운영을 위해 자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도시"로 정의하고 있다. 과거 2007년 정보통신을 미래 기술로 한 'U-시티(유비쿼터스도시)', 2016년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중심의 '스마트도시'가 그러했듯, 시대를 주도하는 기술에 따라 도시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AI시티는 "AI·로봇과 인간이 협업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핵심 아키텍처로 '두뇌-신경망-신체'의 3단계 인프라가 필요하다. 도시지능센터를 '두뇌(Brain)'로 도시 전역에 설치된 '도시신경망(Nerve)'에서 실시간 학습과 자율관제가 이루어지고, '로봇과 지능형 시설물(Body)'이 시민의 일상을 직접 보조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능적 유기체로서 작동할 수 있다.'도시 AI 전략 및 이행계획 수립 연구'(필자 제공) 국토교통부는 성공적인 AI시티 전환을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제도적 기반 조성을 위해 기존 '스마트도시법'을 개정하고, 중장기 실행계획을 담은 'K-AI시티 로드맵'을 수립 중에 있다. 둘째, AI시티 조성을 위해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도시형'은 충청권과 강원권에서 각각 1개 지자체를 'AI 특화 시범도시'로 공모·선정하며, '신도시형'은 새만금과 광주를 거점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새만금은 최근 현대차그룹이 '수소·AI 도시' 구축을 위해 9조 원 규모의 대규모 민간투자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사업의 실행이 구체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AI시티의 핵심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한 국가 R&D 투자도 병행하며 산업생태계 전반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스마트도시가 따라야 할 글로벌 트렌드였다면, 다가오는 AI시티는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선점해야 할 새로운 격전지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2가지는 결국 '규제'와 '운영'이다. 신기술 실증의 허들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중국식 '네거티브 규제'를 보완한, 우리나라에서 작동 가능한 규제 특례가 필수이다. 또한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되는 AI 인프라의 특성상 단발성 실증사업에 머무르지 말고, 민간투자를 유인하여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 운영모델을 반드시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종 수용자인 시민의 기술 수용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범부처 통합적 시각에서 국가 전략으로 추진될 때 '국가대표 K-AI시티'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26.04.21
이세원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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