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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대보름] ‘달’과 클래식…음악 속에 비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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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빠지다] ④ 달 밝은 밤에 취하기 좋은 클래식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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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더 스크리아빈(A.Scriabin)의 The Poem of Ecstasy(Le Poeme de l'extase)가 뉴스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은 러시아 코로나 백신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세계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성공을 자축하는 뉴스였는데, 스크리아빈은 자신을 우주와 동일시한 러시아의 음악가이자 니체에 심취해있던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초 인공위성 성공에 자극을 받은 미국의 노력으로 1969년 달에 도착하는 혁명을 인류가 이루어 냈을 때, 세계는 또 다른 개혁의 물줄기에 있었다.
냉전시대 대립과 적대적이던 국가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히피문화가 태동하고 있었고, 이에 영향을 받은 대중문화계는 팝 아트의 앤디워홀(Andy Warhol), 음악에서는 비틀즈(The Beatles)와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 같은 슈퍼스타들이 탄생했다.
또한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절 흑인음악 시장의 점진적 확대로 레이 찰스(Ray Charles)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등 소울뮤직(Soul Music)의 대가들도 고개를 들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계도 번스타인(L.Bernstein)의 아이디어로 보수적이고 상류층을 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TV와 청소년 음악회(1958~1972년)를 통해 대중과 쉽게 소통하고 있었다.
◆ 예술 속 달과 인류
망원경을 통해 최초로 달의 모습을 제대로 본 갈릴레오의 발견 이후 인류의 혁명은 달과 괘를 같이 해오고 있다.
특히 달은 오랜 시간 동안 인류에게 풍요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옛부터 설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만 정월대보름은 이웃과 함께하는 풍습이었다.
달은 혼자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웃과 함께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어쩌면 우리 DNA에 각인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서울시 종로구 낙산 위로 녹색과 흰색을 띤 대보름달이 떠오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계 4대 종교가 탄생하기 전부터 고대인류가 달을 숭배했었던 기록은 고고학적 증거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구약성경에도 이스라엘의 우상숭배에 대해 기록이 되어있는데 그 대상이 달이었다고 한다.
무속신앙이 널리 퍼져있는 일본에서는 무로마치시대부터 에도시대 말기에 서민생활을 기조로 제작된 회화의 한 양식인 우키요에 작품에도 달이 종종 등장하는데, 대표적 작가 안도 히로시게의 작품에서 특히 소재로 많이 쓰이곤 했다.
또한 우끼요에 등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은 후기인상파 미술가 반 고흐(Van Gogh)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면 물결치는 듯한 달의 모습에서 밝고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문학에서는 두보와 함께 한시(漢詩)의 거성인 이백이 달을 많이 사랑했다고 전해지는데, 그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을 보면 달을 의인화하여 친구처럼 묘사하고 있다.
고전인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의 달과 6펜스에서도 달은 이상, 6펜스는 현실을 뜻하고 있는 것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달이 주는 상징적인 느낌은 미술과 문학,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과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 음악 속의 달
이번 회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이해 달을 소재로 또는 영감을 받아 작곡된 음악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먼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베토벤의 소나타 월광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이는 베토벤 사후 시인이자 평론가인 렐슈타프(L.Rellstab)에 의해 제목이 붙여졌기 때문에 작곡가의 의도가 꼭 달과 관련되어있다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이든의 오페라 부파(Opera buffa) 달의 세계(IL MONDO DELLA LUNA)는 그 시대 달과 우주에 대한 인식과 상상력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재미난 작품으로, 현대에서는 무대와 복장을 요즘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 공연에 올려지고 있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도 달에 부침(An den Mond)이라는 아름다운 곡이 있는데, 이 곡은 하인리히 홀티(Heinrich Holty)의 시를 가사로 자신의 첫사랑 테레사를 생각하면서 작곡한 곡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 안톤 드보르작(A.Dvorak)의 오페라 루살카(Rousalka) 중 1막에 흐르는 아리아 달의 노래로, 호수에 살고 있는 물의 요정 루살카가 인간왕자를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특히 달의 노래 아리아에는 고통과 슬픔, 기쁨과 소망 등의 여러 감정들이 녹아 들어있어서 종종 CF 배경음악이나 첼로, 바이올린 등 기악곡으로도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다.
끝으로 클로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Bergamasque) 3번째곡 달빛(Clair de Lune)은 대중적으로 제일 많이 알려진 곡 중 하나로, 드뷔시의 이탈리아 유학시절 인상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아 쓰여진 곡이다.
이 곡은 어둡고 조용한 밤 호수에 달이 환하게 떠오르고 돌 하나가 떨어지자 빛이 서서히 넓게 퍼진 후 다시 잔잔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개인적으로 클로드 모네(C.Monet)가 살았던 지베르니(Giverny)를 방문했을 때 그가 수련을 그렸던 곳을 떠오르게 한다.
2015년 8월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폐막 음악회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몇 해 전 시카고 미술관(Chicago Institute of Art)에서 우연히 달 항아리 도자기를 보았다.
신인상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화가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의 멋진 그림을 보고 싶어서 갔었던 곳에서 1층전시관에 놓여있는 달 항아리를 멍하니 넋 놓고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자세히 보니 권대섭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세계적인 미술관에 우리나라 작가의 도예작품을 보는 것도 생경했지만, 우유빛깔에 달처럼 살짝 기운 항아리의 모습은 아무 생각 없이 오묘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달은 우리에게 이런 존재이지 않을까?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에 빠져서 소원을 말하고 싶게 하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는 듯 하다.
☞ 추천음반
슈베르트의 가곡은 전반적으로 정석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독일의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의 음반들을 꼽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의 목소리로 슈베르트의 달에게(An den Mond)를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여린 듯 감성 있고 깨끗한 그의 목소리가 곡의 분위기와도 잘 맞는 듯하다.
오페라 루살카의 달의 노래 아리아는 드보르작과 같은 체코 출신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Lucia Popp)를 권하고,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은 여러 좋은 연주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백건우 선생님의 깊은 연주를 들었을 때 좀더 상상력을 자극 받았다.
더불어 오케스트라 버전도 좋은데, 프랑스 음악의 대가 샤를 뒤투와(Charles Dutoit)와 몬트리올필하모닉의 연주도 함께 추천한다.
끝으로 클래식 곡은 아니지만 베를린 필하모닉의 12명의 첼리스트가 멋지게 연주한 재즈 스탠더드 달빛 세레나데(Moonlight Serenade)도 달 밝은 밤에 취하기 좋은 음악이다.
모쪼록 코로나 시기에 이웃과 함께하기는 힘들겠지만 밝은 달을 보며 각자의 소원과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이 되었으면 한다.
물리학적으로(미세한 차이지만) 지구에서의 시간은 달에서의 시간보다 느리게 흐른다는데, 한번 쯤 느긋한 이백의 마음으로 달을 벗삼아 음악에 취해보시기를 권해본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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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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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화인증,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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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 직장문화조성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제가 시행 10년을 맞았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직장문화는 가정의 행복과 함께 사회적 성장 잠재력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랬을까? 시행 10년차를 맞은 가족친화인증제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앞으로의 10년, 혹은 100년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본다.(편집자 주)이현아 대구대학교 연구교수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건을 조사한 결과에서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벨이 가능한지를 본다는 응답이 55.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워라벨이 연봉보다 더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일가정양립지표에서도 2017년 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43.1%로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으며 일과 가정생활을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2년 전에 비해 8.5%가 증가하여 42.9%로 늘었다. 일과 가정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고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워라벨 시대가 된 것이다.
올해로시행 10년째를 맞이한 가족친화인증제는 워라벨 시대 트랜드에 부합하는 정책이다. 가족친화인증은 여성가족부가 가족친화사회환경조성촉진에관한법률에 의거하여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직장문화조성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하여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2008년 14개 기업이 인증 받은 이래 2018년 2802개 기업,기관이 인증을 받았다. 10년 사이 인증기업,기관의 수가 200배 증가했을 정도로 양적 성장은 놀라운 수준이다. 가족친화제도에 대한 인식과 활용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질적인 성과라고도 할 수 있다.매년 발표되는 통계청의 일가정양립지표는 기업에서 일,가정 양립지원제도를 도입하는 비율과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가족정책관련 연구자이면서 가족친화컨설턴트와 가족친화인증심사원으로 많은 기업 사례를 접하면서 실제 가족친화에 대한 기업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초기 기업에 가서 인사담당자나 근로자들을 만나면 항상 가족친화가 뭐예요?라는 질문에서 부터 면담이 시작되었다. 그만큼 가족친화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는 뜻이다. 가족친화의 개념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족친화제도의 유형, 가족친화제도의 다양한 사례 등 설명이 구구절절해야만 했다. 한참 설명하고 나면, 대부분은 아! 가족친화가 그런 거였군요. 근로자들에게 참 좋은 제도네요. 하지만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의 현실에서는 요원한 제도네요. 일단 기업이 매출을 올려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죠.라고 반응한다. 가족친화제도는 근로자를 위한 복지제도로 경영자 입장에서는 비용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었다. 매우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가족친화경영의 우수사례로 손꼽히는 기업에 가면 CEO가 가족친화경영을 기업의 주요 가치와 비전으로 내세우고, 근로자의 일가정양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근로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직무몰입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인터뷰해보면, 일가정양립을 지원하고 배려해 주는 기업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고, 그만큼 일도 열심히 하며 회사를 떠날 생각도 없다. 그야말로 근로자의 일가정양립삶의 만족, 직무만족기업에 대한 충성직무몰입장기근속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는 가족친화경영의 선순환구조가 실현되는 현장을 보게된다. 10년 전만 해도 이처럼 가족친화인증의 효과를 입증하는 사례를 접하는 것은 외국계 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드문 일이었다. 올해 가족친화인증 심사를 하면서 급변하고 있는 기업문화를 피부로 느꼈다. 이제는 가족친화라는 개념 설명없이 바로 가족친화제도 활용을 이야기하는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일가정양립, 일생활균형, 가족친화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워라벨은 이제 모든 근로자의 삶의 가치가 되었고, 기업의 주요 경영전략이 되었다.정시퇴근은 이제 자연스러운 기업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었다. 2009년 여성가족부가 시작한 가족사랑의 날 켐페인은 일주일에 한번 정시퇴근하여 가족과 저녁시간을 함께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초기 형식적인 켐페인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시퇴근이 자연스러운 기업문화로 정착되어 수요일 뿐 아니라 매일 정시퇴근이 당연시되는 기업이 많아졌다. 근로자 인터뷰를 해 보면, 워라벨 세대 젊은 근로자들은 눈치 보지 않고 정시퇴근을 하고 그래도 남아서 일처리를 한다는 과,팀장님들을 만날 수 있다. 가족친화인증 심사 지표에는 정시퇴근제 시행여부를 묻는 항목이 있는데 간혹 매일 정시퇴근이 당연한 기업문화를 가지고도 가족사랑의 날과 같은 제도가 없어 점수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더 심하게는 모든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출퇴근시간을 관리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연근무제 활용 점수를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사례도 있었다. 이 기업의 경영자는 출퇴근을 전적으로 근로자의 책임과 자율에 맡겨 근태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근로자들이 알아서 출퇴근을 관리하니 근태관리 비용이 줄었고 업무효율성은 더 높아졌다고 했다. 가족친화인증을 위한 유연근무제 지표의 점수는 못 받았지만, 가족친화인증을 받고도 남을 만큼의 유연한 조직문화를 보여준 사례였다.
특히, 작년 공공기관의 가족친화인증이 의무화되면서 공공기관의 가족친화제도 활용수준은 더욱 진전되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고 사용하고 있으며, 시차출퇴근제 형태의 유연근무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다. 임신기 근로시간단축제나 남성육아휴직제를 사용하는 젊은 직원들을 보면서 중견관리자들은 참 세상 좋아졌다고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가족친화인증 10년 사이 실로 놀라울 정도로 기업문화가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있는 기업들도 많다. 출산휴가만 겨우 사용하고 복직해야만 하는 근로자들도 여럿 만났다. 대체인력이 없어서, 상사 눈치 보느라, 경력단절이 두려워서 등 이유는 다양했다. 아직도 가족사랑의 날 지정을 통해 그날만이라도 정시퇴근을 독려해야하는 기업이 많다.
유연근무제를 논하기도 힘든 경직된 문화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일과 가정의 선택에 기로에 있는 근로자들도 많다. 가족친화인증을 위한 최소 법규 준수사항 13가지가 취업규칙에 버젓이 있지만 그림의 떡인 경우가 아직도 많다.
이제는 가족친화제도의 도입에서 가족친화제도의 활용과 가족친화적 문화로의 정착을 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가족친화인증은 실제 기업의 가족친화제도의 활용 수준을 높이고 이것을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족친화제도의 성과와 효과를 입증하는 사례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가족친화인증 지표도 개선되어야 한다. 워라벨 시대, 근로자들이 원하는 길, 우리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길이 바로 가족친화에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가족친화인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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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아 대구대학교 연구교수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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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화경영, 근로자·기업·사회 모두 윈윈 상생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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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 직장문화조성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제가 시행 10년을 맞았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직장문화는 가정의 행복과 함께 사회적 성장 잠재력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랬을까? 시행 10년차를 맞은 가족친화인증제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앞으로의 10년, 혹은 100년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본다.(편집자 주)김흥석 한국경영인증원 전문위원우리나라의 현재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저출산,고령화가 포함돼 있다는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다.그 중 저출산은 대한민국 미래경제의 주체들이 줄어든다는 의미에서 다가올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는 난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출산은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결혼의 기피와 결혼연령의 늦어짐, 육아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 사교육비 증가,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1990년대 이후 합계출산율의 지속적 감소로 인해 2031년부터 우리나라 총인구수가 감소하는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는 반면에 고령인구는 빠르게 증가하여 경제활동인구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1980, 90년대까지만 해도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장 일변도 중심의 경영체계로 운영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각 기업들은 우수 인재 확보 및 유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특히, 높은 보상 수준, 훌륭한 복리 후생 등을 기본적으로 제공하여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더욱더 조직에 헌신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즉, 일을 중요시 하는 성장중심의 기업 및 사회의 문화는 가족을 배려할 여유가 없는 직장에서의 장시간 노동과 여성이 가사를 전담해야 하는 가정문화를 만들었으며 이는 개인의 균형 잡힌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결과로서 결국 기업과 사회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고유영역으로만 인식되어 온 출산,양육,노부모부양,가사 등의 책임을 이제는 남녀 근로자와 기업이 이를 함께 나누고 지원하는 일가정양립을 통한 가족친화 문화조성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금은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정책,교육 등의 지원을 통하여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 경영전략이 오히려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정부에서도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서 남녀 성차별 금지 및 일가정 양립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또한,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가족친화 사회환경조성과 가족친화 직장환경의 조성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다양한 제도를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가족친화 사회환경조성의 촉진을 통한 가족친화제도(자녀출산 및 양육지원,유연근무제도,가족친화 직장문화 조성 등)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하여 여성가족부 장관이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올해로 시행 10년차를 맞은 가족친화인증제도는 2008년 12월 최초 14개사의 기업(관)이 가족친화인증을 받기 시작해 2017년 2802개 기업(관)이 인증을 받았으며 2018년 올해까지는 현재 3300여개 이상(2018년 인증기업은 최종 선정 중에 있음)의 인증기업(관)수 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가족친화 인증기업(관)수가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일가정 양립을 통한 가족친화 사회 환경조성의 필요성에 대한 기업,사회,국민 모두의 점진적인 인식 전환이 첫번째 원인이고, 가족친화 인증기업(관)을 대상으로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에서 다양한 사업지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또 하나의 원인으로 들 수 있다.이로 인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효과도 한 몫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지원되고 있는 인센티브를 기업경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기업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2017년 12월 통계청은 일가정 양립 제도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 및 기업의 제도 도입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을 발표했다. 일가정 양립제도 중의 하나인 유연근무제도(탄력적 근로시간제,시차출퇴근제,재택근무제,단시간 근로제,스마트 워크 등)를 도입하고 있는 사업체의 비율은 전년대비 15.2%가 증가한 37.1%로 가장 큰 변화로 나타나고 있으며 출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족돌봄 휴직 등의 가족친화 제도 이용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제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가족친화경영 실행은 근로자의 측면에서는 자신과 가족에 필요한 가족친화제도의 적극적인 이용으로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기업의 측면에서는 가족친화 문화조성을 위한 관련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으로 근로자 만족도 향상, 이직률 저하, 우수인력확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기업이미지 강화에 더욱 활용했으면 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될 때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가족친화경영의 실행이 기업과 근로자의 가족친화경영인식제고 및 확산으로 출산율 제고,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을 통한 기업, 사회, 근로자 모두 윈윈하는 상생경영전략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해결에도 도움을 주는 제도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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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석 한국경영인증원 전문위원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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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의 시작, 가족친화경영 패러다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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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 직장문화조성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제가 시행 10년을 맞았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직장문화는 가정의 행복과 함께 사회적 성장 잠재력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랬을까? 시행 10년차를 맞은 가족친화인증제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앞으로의 10년, 혹은 100년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본다.(편집자 주)가족친화경영의 패러다임권준 한국경영인증원(KMR) 팀장얼마 전 한 기업의 육아 휴직 후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광고를 본 기억이 난다. 그 광고는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고 난 후 드는 생각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면 직장사회에서 도태된다고 여겨졌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광고가 방영되고 이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된 것만으로도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패러다임은 이미 많이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올해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으로 가족친화경영에 대한 직장인들의 요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인증원(KMR) 가족친화인증사무국은 2008년부터 가족친화인증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10년간 무수히 많은 기업과 기관을 만나보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의 제도와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처음 14개사로 시작한 인증기업 수가 현재는 2800개사로 성장을 하였고 현재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기재부 지정 공공기관, 지방공사공단은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인증 의무화가 되었다. 이제 공공기관부터 시작하여 가족친화인증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가족친화인증을 통한 성장가족친화인증 담당자와 기업이 인증을 받고 난 이후에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인증업무에 대한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대표이사의 마인드 변화, 조직문화의 개선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더욱 열심히 인증의 의미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3월 이후에 사업이 시작되며, 전국 광역시별 찾아가는 설명회를 20여차례 이상 개최한다. 이렇게 많은 곳을 다니지만 인지를 못하는 기업이 있어 협회단체와의 MOU를 통한 회원사 홍보, 인사업무 관련된 채용사이트에서 홍보를 하고 있다. 이전에는 서류를 출력하여 직접 제출을 하였는데 16년부터는 가족친화인증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든 제반서류를 홈페이지에서 직접입력이 가능하고, 점수 산출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단축시키고 편리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매년 12월에는 신규인증기업 대표를 초대하여 여성가족부 장관이 직접 인증서를 수여한다.기업성장과 가정행복의 양면기업성장과 가정행복의 선상에서 일과 가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일과 가정 양립을 5:5로 나눠서 열심히 하자고는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저출생으로 인한 출산 및 육아휴직에 대한 주위시선과 대체인력의 채용 등의 기업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보았다. 기업 입장에서 가족친화경영 복지나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수혜자와 비수혜자 괴리감과 비용발생으로 인해 꺼려하는 곳도 있었다. 이처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조화롭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와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고, 기업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된다. 꼭 일을 많이 해야만 성과가 오르고 실적이 좋아지는 것만은 아니다. 기업은 조직의 목적에 맞는 가치체계를 구축하고, 그 가치체계에 대한 구성원 모두의 인지와 내재화가 꼭 필요하다. 기업의 미션과 비전에 맞는 핵심가치를 토대로 업무를 효율적으로 잘 수행할 수 있는 듀얼아젠다(Dual Agenda) 관점으로 업무방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각 부서나 팀의 업무성격과 업무방식은 다양하기 때문에 최적화된 업무방식의 선택과 근무형태를 찾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아야 한다. 조직의 자체 노력도 필요하나, 여가부 가족친화지원센터에서의 컨설팅을 통하여 업무방식의 변화를 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근로자와 기업의 행복을 찾아서마지막으로 지난 10년 동안 많은 다양한 기업과 형태를 보면서, 근로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며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조직내에서는 소통,다양성,배려,협력 등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단시간의 혁신으로 일어나는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관심과 노력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간다고 보여진다. 우리 조직에서도 긍정적인 작은 변화가 이뤄져가고 있는데, 예를들어 통통통이라는 주니어보드가 만들어지고 신입사원부터 선임연구원까지 젊은 세대를 대변해주고 있고, 각 직원의 애칭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더욱 서로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전통으로 남을 매월 생일자들의 축하파티, 매월 사업결과에 대한 알림과 소통, 가족과의 문화생활과 본인의 체력단련지원, 일하는 워크숍에서 함께 어울리며 에너지를 받는 워크숍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비용이 많이 들고,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는 변화가 아닌 같이 즐기고 행복한 문화의 발돋움이 필요하다. 앞으로 가족친화인증 제도는 이런 작은 변화의 시작으로 따뜻한 배려와 사랑의 조직문화를 안겨주는 인증제도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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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 한국경영인증원(KMR) 팀장
2018.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