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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을 극복하려면

엄중식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2016.09.02 엄중식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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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식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2차 세계대전 이후 페니실린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세균 감염으로부터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1960년대에 항생제 개발이 급진전하며 세균에 의한 감염병은 더 이상 문제가 될 수 없다는 호언장담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세균은 항생제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여러 가지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 내성균이 되었고 최근에는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다제 내성균, 즉 슈퍼박테리아라고 불리는 세균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가 대두된 것은 벌써 30년도 넘었고 다른 나라보다 항생제 처방이나 내성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특히 OECD 국가 중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가장 높은 편이고 보건복지부 2014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항생제 사용량은 1000명당 31.7명으로 OECD 12개 회원국 평균 23.7명보다 34% 정도 많다.

심각한 것은 항생제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내성균의 발생과 전파도 빠르게 진행하여 병원에서 발생하는 감염(의료관련감염)이 주로 다제 내성균에 의해 발생하고 있어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5년 이내에 주요 항생제의 처방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다제 내성균을 줄여서 내성균에 의한 감염도 감소시키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과거 항생제 관련 전문 학회가 항생제 적정 사용과 관련된 교육, 지침 개발, 캠페인 등을 주도해 왔지만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정책은 우리나라 항생제 적정 사용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가 노력한다고 해도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없다면 항생제 내성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줄이는 것이다. 감기는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라서 항생제를 복용해도 증상이 빨리 좋아지지 않는다. 감기로 병원에 가면 1주일 앓고 집에 있으면 7일 앓는다는 농담이 거짓이 아니다.

가끔 감기 증상에 항생제를 복용했더니 쉽게 잘 나은 경험을 했다면 실제로는 감기가 아니라 세균에 의한 감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이 많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간단할 것 같은 감기 진단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감기를 확실히 진단하려면 다른 호흡기 감염은 물론이고 열이 나는 질환은 모두 감별을 해야 한다. 따라서 증상이나 징후에 대한 자세한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외래 진료를 보면 많은 환자를 짧은 시간 동안 진료하는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환자마다 충분히 진료해서 정확한 진단을 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속칭 ‘3분 진료’와 같은 상황으로는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줄일 수 없다. 따라서 의사가 진료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진료비 보전이 사회적 합의로 이뤄져 진료 행태 자체가 개선되어야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현재와 같이 짧은 진료 시간에 충분한 진료를 받으려면 외래를 방문하기 전에 증상을 꼼꼼히 적어서 의사에게 제시하는 경우 진료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게 돼 적절한 진단을 받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항생제 복용이 필요한 감염병으로 진단된 경우 처방 받은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해 감염병을 일으킨 원인 세균이 완전히 박멸되어 내성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줄여서 내성균 발생을 줄여야 하는 것과 더불어 내성균의 전파를 막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내성균 전파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하며 결정적인 방법은 손씻기 즉 손위생이다.

병원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병을 일으키는 세균의 대부분은 접촉(손)에 의하여 전파와 유행이 일어난다. 따라서 손만 잘 씻어도 상당수의 질병이 전파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다제 내성균이 발생하고 전파되는 병원의 경우 손위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손위생이 중요하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물론이고 병원에 재원 중인 환자나 보호자(간병인)은 적절한 시점에 손위생을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병원을 찾는 모든 방문객도 손위생을 지켜야 한다. 환자를 만지거나 병원의 시설물이나 장비를 만진 후 그리고 병원을 나가기 전 손위생을 시행해야 한다.

이밖에도 내성균의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침 예절을 지키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병원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항생제의 적정 사용을 유도하여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내성균의 출현과 전파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국민, 의료진, 정부 당국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정부 당국과 의료계는 항생제 사용과 관련해 매우 면밀한 상황 점검과 현실적인 대안 제시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기존 의료의 틀과 진료행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각오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을 것이 거의 확실하며 이번에 수립한 정부의 국가항생제내성 관리대책도 공염불에 불과한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편, 국민의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야말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내성균의 전파와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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