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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명분이 없는 이유

정승주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

2016.10.11 정승주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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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주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
정승주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
화물연대마저 집단운송거부를 선언했다. 한진해운 사태, 철도파업 장기화에 이어 물류시장으로서는 이래저래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집단운송거부는 수출입화물 처리의 대체운송수단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당장 대외신인도 저하와 함께 우리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업계와의 지난한 협의를 거쳐 지난 8월 말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요컨대 발전방안에 포함된 1.5톤 미만 소형화물차에 대한 수급조절제 완화조치와 그동안 요구해왔던 지입제의 폐지가 아닌 단순 개선조치를 받아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표된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번의 집단운송거부선언은 명분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정부의 소형화물차 증차허용안은 시장의 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필수적 조치다. 매년 1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시장과 택배시장의 소형화물차수요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물류서비스가 제조, 유통, IT 등 연관사업과의 융복합서비스로 급속도로 진화하는 환경에서 전통적 소형화물운송시장의 확장성과 자생력 제고도 미룰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화물연대의 공급과잉 우려를 고려해 새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엄격한 조건을 마련했다. 개인택배차량의 경우 우선 택배업체와의 화물운송계약을 통해 물량확보를 입증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차량의 양도나 톤급상향도 금지해 다른 용도나 편법운영을 원천적으로 막는 이중의 보완장치를 두고 있다.

20대 이상 보유 법인운송업체에 대해서도 자기비용으로 차량을 구입하고 운전기사도 직접 고용하는 조건으로 증차를 허용하고 있다. 업역이 중복돼 이해관계로 보면 반대해야 할 용달화물업계가 이번 발전방안을 전향적으로 합의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화물운송시장의 지입제는 수십년간 축적된 시장구조의 결과라는 점에서 화물연대의 요구대로 단기간에 폐지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업계 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도 있지만 운송업자의 허가권이 법원판례에서도 재산권으로 인정받고 있는 등 관행화가 뿌리 깊기 때문이다.

일거에 폐지할 경우 시장에서의 여파와 부작용을 가늠하기 어렵다. 지입제의 이러한 파급성을 감안해 정부도 지입전문운송업체의 점진적 시장퇴출을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해 그동안 최소운송기준 시행, 화물운송실적신고 의무화 등의 일련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발전방안에서도 운송사업자로부터의 재산권 침해와 일방적 지입계약 해지를 방지하는 여러 보호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입장에서는 당장 성에 차지 않을 수는 있으나 이런 조치들의 시행효과를 보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과 산업의 혁명적 변화는 지금 물류산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물류의 유통·제조와의 연관성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고, 심지어 미래에는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 질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화물운송시장으로서는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형국인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화물운송시장의 산업생태계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화물차 안전, 공정거래, 운전시간 등 차주의 근로여건 개선 등 우선 떠오르는 현안 외에도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마련해야 할 정책이 산적해 있다.

화물연대는 보다 긴 호흡으로 대화의 장에 돌아와 화물운송시장의 발전에 힘을 모아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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