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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사회 만들려면

[저출산 해법, 전문가에게 듣는다] 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적극적인 정책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2016.10.12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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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1970~80년대 대한민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인구정책 문구다. 불과 20~30년전 출산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인구증가를 걱정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저출산이라는 커다란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수 년째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브리핑이 관련 전문가들의 제언이 담긴 기고를 연속으로 싣는다. 함께 머리를 모으고 지혜를 찾아봐야 할 때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법을 참고하자.(편집자 주)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불과 20여년전만 하더라도 출산율 저지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던 한국에서 최근 10여 년동안  전세계적으로 가장 급격한 출산율을 경험하고 있고 저출산 추세는 쉽게 꺾일 것 같지도 않을 것 같이 전망된다.

한국의 저출산현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청년층의 삶이 너무 고단하기 때문이다. 우리 청년들은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고 성실하게 노력해 왔고 학업성취도 역시 세계 최상이다.

청년들은 힘든 중고등학교 시기를 잘 넘기면 행복한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믿으라고 하면서 청소년기에는 잠도, 놀이도, 취미도 저당잡히고 행복을 유예했었다. 그런데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을 지면서 대학에 와서도 그들은 다시 행복을 저당잡히고 취업준비를 해야 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학업 이후에 정작 대다수의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제 몸 하나도 제대로 간수하기도 녹록치 않은 불안정한 고용환경과 부족한 사회안전망이다. 이런 고달픈 상황이 이어지는데 결혼이나 출산을 계획한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거나 무책임하게 느껴지 수도 있다.

‘낳기만 하면 애는 저절로 큰다’, ‘자기 먹을 복은 갖고 태어난다’라는 옛날 말들은 청년들의 상황이나 현실을 외면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일 뿐이다.

청년층의 고단함으로 비롯되는 저출산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그 고단함을 덜어주는 것이다. 곧, 저출산 정책은 ‘현재 청년세대’ 중심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현재의 청년세대의 행복과 안녕에 초점을 두고 그들의 입장을 반영하여 정책를 입안하고 시행돼야 한다.

부모가 될 세대가 행복해야 아이를 낳고 또 제대로 키울 수가 있다. 최근 젊은 부모들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아동학대 사건들은 행복하지 않은 부모, 준비되지 않은 부모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청년층이 맞닥뜨리고 있는 행복할 수 없는 조건들을 직접적으로 해소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아이를 낳으라고 설득하지 말고 저절로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하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청년층의 안정감과 안녕감에 핵심이 되는 고용의 문제 역시 청년의 관점에서 그리고 사람다움의 관점에서 정책을 전개해가야 한다. 곧,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통해 자격과 능력, 그리고 기대수준을 갖춘 청년들을 합당하게 대접해 줄 때,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낳고 살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해야 할 일은 ‘좋은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내리고 좋은 일자리를 생성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좋은 일자리라 함은 삶을 어느 정도 설계할 수 있을 정도의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있고, 근무여건이 어느 정도 양호하고, 기본적인 임금수준을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이다.

이를 규정하고 이 같은 일자리의 창출을 위해서 정부, 기업, 제3섹터 등 사회적으로 함께 협의하고 노력해야 한다. 기존의 일자리 가운데 좋은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와 아울러 새로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차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듯이 IT와 첨단기술의 엄청난 발전, 글로벌화, 사람들의 가치관과 문화의 변화를 고려할 때 다양한 새로운 직업들이 만들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직업창출을 전망할 때 기존의 직업구조에 기반한 직업교육훈련시스템도 획기적으로 혁신하고 창의적 지식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청년 창업은 좋은 일자리 창출의 핵심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영역과 수준의 고도화된 직업교육훈련과 아울러 내실있는 창업교육과 창업지원을 제공한다면 좋은 일자리들의 상당수는 그들의 손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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