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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망과 우리의 전략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2016.11.22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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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의 주류 언론은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낙승을 기대했는데,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기 때문에 미국의 차기 행정부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불안과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다.

트럼프 파동이 한 차례 지나가고 어느 정도 충격의 여파가 가시면서 이제는 트럼프 당선의 의미와 차기 미국 행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시대 외교의 기조는 대외정책에 있어서 ‘미국 우선(America First)’ 기조하에 국제적 개입·역할을 축소할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외전략, ‘트럼프 독트린(Trump Doctrine)’의 기조는 로널드 레이건의 구상에 연결되며 그 핵심은 ‘경제, 군사적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economic and military strength)’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갈수록 위험스러워지는 세계에서 미국의 안전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은 ‘위대한 미국의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생각하며, 그 출발점은 미국 내부의 경제부흥에서 출발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에 따라 해외 군사개입 축소, 동맹 및 우방의 방위분담 확대, 세계경찰의 역할 대신 미국 국익에 집중하는 고립주의적 노선을 시사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경제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보호무역주의 전면 도입을 주장할 전망이다.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와 관련해서 예상되는 세 가지 이슈는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 한미 FTA 재협상 혹은 수정 가능성, 그리고 북핵문제 해결을 포함한 대북정책 조율 문제다. 방위비 분담 증액과 FTA 이행개선 요구는 어느 정도 확실시되는 반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다만 대선과정에서 북한 김정은은 미치광이라는 언급에서부터 햄버거 정상회담까지 정제되지 않은 몇 가지 발언들이 알려졌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차기 정부는 아마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대체할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지속적 고도화에 대해서는 일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이 급속히 강화되면서 이제는 미국도 북한의 위협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백악관에서 첫 회담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선인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첫 회담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선인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어떤 형태로든 미북 양국간 협상 의지를 타진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만일 트럼프 정부 초기 탐색적 단계에서 북한이 미국의 의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을 할 경우 오바마 정부 당시처럼 미국이 강경모드로 선회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북한의 진화하는 핵독트린에 따라 북핵으로 인한 불안정은 더욱 커질 전망이며 핵 못지않게 비대칭·재래식 전력의 위협도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오바마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로 옮겨가면서 당장 시급한 것은 북한의 가속화되는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조율하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가 보이지 않는 한, 한미 양국은 당분간 대북 제재 공조와 압박을 위한 전열을 강화할 전망이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지난 11월 17일 국내의 한 포럼 발제에서 트럼프 당선자측 고위인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강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국제질서가 변하거나, 북한 내부의 분위기가 바뀌거나,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맞이하는 등 여러 요소들이 시너지를 이루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압박이나 국제사회의 공조가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현재와 같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전략적 인내’ 이후의 정책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 초기 양국간 긴밀한 전략적 소통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백지상태인만큼 미북대화 재개, 혹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최근 미북간 민간인 접촉을 통한 협상 의사 타진에서 보듯이 지금 미국 내에서는 북한을 한번에 비핵화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동결 후 장기적 비핵화로 가자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방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지만 의도된 공격이 아니라 잘못된 계산에 따라 재래식 공격이 핵전쟁으로 확전되는 것이 진짜 위험이라면서 외교로 이런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리 장관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가 말하는 ‘3 No’s(3불)’가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은 북한 비핵화는 실패한 개념이며 이란식 핵동결 협상도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은 생존을 위한 티켓이기 때문에 그나마 바랄 수 있는 것은 북핵 능력의 제한이라는 것이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인 하만 박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북한 복귀를 당면목표로 협상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며, 비핵화는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최종 목표라고 주장했다.

존 울프스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비확산담당 선임국장도 워싱턴에서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차기 행정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북한의 실질적인 도전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차기 미국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적어도 핵 개발을 먼저 동결시켜야 한다며 차기 미 행정부는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한국, 일본과 더불어 북한과도 대화와 접촉을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시대가 북핵문제 해결의 기회가 될지, 혹은 위기가 될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우리 정부로서는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짜내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 첫 100일 혹은 200일 플랜에 한미관계나 북핵문제는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정해지기 전에 한국은 우리가 원하는 정책 인풋을 트럼프 진영에 전달하기 위해 효과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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