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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한반도 정책과 한국정부의 역할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합참 정책자문위원

2016.12.01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합참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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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합참 정책자문위원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합참 정책자문위원
동맹은 영원하지 않다. 보통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동맹을 결성하는 이유는 바로 타국의 힘을 이용하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힘을 빌리기 위하여 이미 1953년부터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벌써 63년 동안 한미 안보동맹을 유지해오고 있다.

의존에서 협력으로

우리는 1945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으로부터 같은 기간 내 한국의 GNP 5%에 해당하는 경제 원조를 받았다. 군사원조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10%까지 치솟는다.

그만큼 미국에 의존도가 컸다는 말이다. 의존도가 높다보니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닉슨 독트린이 발표되면서 “아시아에서 재래식 전쟁이 발발할 경우 그 방위의 1차적 책임은 당사국이 져야 하며, 미국은 선택적이고 제한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하자 그 영향은 한반도에 닥쳤다.

6·25 정전 이후에 6만여 명 수준을 유지해오던 주한미군에서 7사단 병력 2만여 명을 철수시킴으로써 전력이 급감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1976년 주한미군 철수가 공약인 카터가 당선되자 상황은 더 급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카터의 요구대로라면, 민주화를 이루던가 아니면 미국과의 동맹 없이 스스로를 지켜내야만 했다.

그런데 이미 닉슨독트린 시절부터 시작된 미국의 위태로운 행보에 대해 우리는 준비해왔다. 소총부터 탱크까지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어느 정도 자주국방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심지어는 핵개발까지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준비했었다.

이렇게 자신감을 갖고 홀로 가는 길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을 아쉬워 한 것은 주한미군이었다. 당시 주한미군 사령부 참모장이던 존 싱글러브 장군은 미군철수는 전쟁발발을 의미한다며 북한군을 과소평가한 카터행정부를 비판했다.

정부와 다른 소리를 하던 그는 결국 소환 후 좌천됐지만, 의회청문회에 불려가서도 카터행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비판했다. 문제를 인식하자 이제 미 의회가 나서서 주한미군 철수를 막았다.

미 국방부와 합참의 의견을 무시하고 철수를 강행한 카터행정부의 결정은 결국 의회의 강력한 반대를 맞이하면서 무산되었다. 한미연합사가 창설되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지휘를 한미가 공동으로 행사하는 구조까지 뿌리내리면서 오히려 한미 안보동맹은 더욱 강화되었다.  

트럼프는 카터가 아니다

트럼프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 특히 정치의 이념화가 심한 한국에서는 그의 행위 하나하나에 이념적 색깔을 입히려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자로서 정치적 정당성(political correctness)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비서구권 국가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외교안보 분야에 매파를 불러들여 IS 공습은 물론이고 북폭까지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어떤 예측이든 가능하다.

지난 3월 12일 경북 포항시 독석리 일대에서 열린 한미 연합상륙훈련 ‘결정적 행동’에서 상륙돌격장갑차를 이용, 해안으로 침투한 연합군이 전방을 경계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지난 3월 12일 경북 포항시 독석리 일대에서 열린 한미 연합상륙훈련 ‘결정적 행동’에서 상륙돌격장갑차를 이용, 해안으로 침투한 연합군이 전방을 경계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특히 트럼프가 경선과정에서 한국에 대해 했던 언급은 우리에게 커다란 걱정을 안겨주었다. 트럼프는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를 들면서 충분한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지 않다면서 안보무임승차를 주장했다.

만약 제대로 돈을 내지 않는다면 미군을 철수하고 핵우산을 걷어갈 것이며, 이후에 스스로 핵을 개발하든 말든 알아서 해야 할 것이라고 거칠게 말했다.

이 발언은 국내에서 트럼프 후보가 한국의 핵개발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보도되면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취지는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으려면 돈을 더 내라는 말이다.

이렇게 트럼프의 거센 압박이 예고되자, 결국에는 이것이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메시지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즉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이 원하는 만큼 더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주한미군 전력이 모두 빠져나갈 것이란 비관론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이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시작되기 전임에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줘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내년까지 배치하기로 했던 사드도 트럼프가 된 이상 돈을 내지 않으면 배치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근거를 알 수 없는 트럼프 공포증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카터가 아니다. 카터는 정의구현이라는 거의 종교에 가까운 목표 하에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일에 주력했다.

즉 정의로운 것이라면 미국의 국익에 반해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 우선의 미국 국익추구가 공약이자 가치이다. 경제와 군사력이 강한 미국을 다시 만들어, 오랫동안 번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겠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라면 공유하는 이익이 있는 한 파트너십은 지속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선 오히려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공통의 분모를 찾아라

결국 핵심은 공통의 이익을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적 우선순위는 사실 어느 정도 확립된 상태이다.

그 1순위는 바로 IS 등 이슬람 극단세력의 격퇴이다. 그 다음은 방위비 분담금 얘기다. 전 세계 질서를 지키는데 있어서 미국만 혼자 그 부담을 짊어지는 게 아니라 동맹국과 공평하게 부담을 나도록 하겠다고 얘기한다.

그 다음으로는 러시아나 중국과 경쟁할지 대결할지 방향성을 정하는 문제가 남았다. 마지막으로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진행시켰던 이란 핵협상이 타킷이다. 이란과의 협상을 믿을 수 없으며,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된다는 인식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큰 문제다. 북핵이 안보의 최우선순위 내에 보이지 않는다. 이후 6차, 7차 핵실험까지 벌어져도 미국이 얼마만큼 나서줄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북핵이라는 똑같은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일본은 트럼프 당선 후 발 빠르게 정상회담 일정을 잡은 후, 아베 수상이 트럼프 당선자를 직접 찾아가면서 이해의 폭을 넓힌 바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란 언론보도만 믿고 너무 여유로웠던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트럼프의 미국과 파트너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우리는 막연히 생각한다. 북핵사태가 5차 핵실험을 할 정도로 커진 만큼 미국이 슬슬 움직이겠거니, 특히 과감한 선택을 해온 트럼프 당선자라면 북한에게 교훈을 주겠거니 하고 말이다.

그러나 북핵사태의 해결이 과연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에게 어떠한 비용 대 이익을 가져다줄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 없다. 한미가 앞으로 어떠한 동맹으로 미래를 그려나갈 것인지 제시한 바도 없다.

이렇게 혼란한 와중에 유엔 안보리에서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담은 안보리 결의안 제2321호를 통과시켰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일 돈줄을 더 크게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민생용’ 석탄수출을 예외로 규정하던 과거 제재와는 달리 이제 금액과 물량에 상한선을 두어, 연간수출액의 27%에 해당하는 8000억 원 이상의 돈줄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결국은 결정적인 제재는 미국이 얼마만큼 국제여론을 이끌어 내느냐에 달려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물리적 행동보다는 북한의 돈줄을 막아, 경제적으로 파산한 북한을 다음 정권에 물려주는 것까지가 목표였다.

이렇게 거덜이 난 북한을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트럼프 행정부에 달려 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에게 한반도 정책의 올바른 길은 제시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정부의 몫이다. 사드나 방위비 분담금 같은 지협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대신, 오히려 미국이 이익이라고 느끼고 동참할 수 있는 한반도 정책을 만들자.

그런 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설득하여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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